[3기 시민운동 현장체험⑥] 새로운 운동을 디자인하다
시민교육 :
2007/06/18 11:42
한미FTA, 괴물인가 선물인가⑥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 강연 후기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에도, 부딪쳐오는 거센 억압에도.." 어두운 깃발이 흩날리고, 비장하고 침울한 표정의 사람들이 서있다. 몇몇은 시뻘건 머리띠를 두르고, 맨 앞에 선 대열은 전경들과 부딪힐수도 있다는 비장한 각오를 한다. 앞에서 누가 읊는다. 우리는 왜 이자리에 있는지, 그리고 이 부조리한 현실을 깨자고 외친다. 다들 주먹을 불끈 쥐고 비장한 목소리로 외친다. "투쟁!"
그리고 거리로 행진한다. 우리를 쫒는 카메라맨들은 꼭, 얼른 전경들과 싸움이라도 나야 기사거리가 생기지 않겠냐는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계속 졸졸 따라다닌다. 뉴스에서는 '시위로 인해 교통혼잡이 야기될 것'이라며(왜 시위하는지는 말도 안하고) 미리 시민들에게 시위대에 대한 암묵적인 거부감부터 잔뜩 심어준다.
어쨌든 이런 분위기의 시위는 점점 대중들과 멀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 역시 그것을 인식하면서도 시위의 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과거의 언젠가 나 또한 '왜 저사람들은 길거리 막고 저렇게 시끄럽게 하는거야?'라고 생각했으면서(아무리 유인물을 나눠주어도 절대 읽지 않았다), 내가 그 무리 안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듯(?) 대중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시위문화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진 몇몇 시민단체에서 하는 캠페인이나 퍼포먼스, 평화난장도 보긴 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것을 '운동', 혹은 '시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새로운 운동을 디자인하다
이런 나에게 문화연대 활동가 신유아 씨의 강연 '새로운 운동을 디자인하다'는 새로운 자극이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왜 평화난장에 늘 즐겁게 참여했으면서도, 그것은 단지 시위의 한 부분일 뿐이지 고전적인 투쟁시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꼭 집단별로 펄럭이는 깃발을 꽂고, 길거리를 점령하고, 어두운 목소리로 투쟁을 외칠 필요는 없다. 신유아 씨가 준비해 온 다양한 집회 사진들 중에 '손바닥 만한 깃발 들기'라는 것이 있었다. 천편일률적인 펄럭이는 깃발이 아니라 나무젓가락에 알록달록한 색지를 붙여서 만든 깃발을 참가자들이 손수 만들어 오는 것이었다. 집회를 할 때면, 으레 큰 깃발 아래 모여든 사람들을 보면서 '이야, 저 단체는 저 만큼이나 왔네' 라는 의식 속에 같은 투쟁을 하는 동지를 또 다시 타인화하고 나누려 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 들었다.
2002년 월드컵 기간, '월드컵때문에 집나간 이성을 찾습니다' 라는 글씨가 쓰인 스티커를 당시에도 매우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것도 문화연대에서 냈던 아이디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외에도 수많은 캠페인 영상들은 하나같이 다 재미있어 보여서 당장이라도 해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저런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느냐는 질문에 신유아 씨는, 그냥 술자리에서 가볍게 '이런거 한번 해 볼까?'라는 이야기들이 오고가곤 하는데, 그것을 직접 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거 어떻게 해?', '이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준비해 온 영상을 본 후에는 우리도 하나씩 작은 피켓을 만들어 보았다. 색상지 몇 장과 크레파스만을 이용해서 제각기 너무나 다양한 피켓을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 냈다. 내가 만든 것은 하나 뿐이었지만 만들면서 옆 사람과 수다를 떨다가 나온 아이디어는 이미 여러 개가 되었다.

우리의 뜻이 관철될 그날을 꿈꾸며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6월 항쟁에 관한 다큐가 나온 것을 보았다. 당시의 그 거리 시위에는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다고 한다. 시위대의 외침을 듣고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 집안과 학교에 있던 많은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방식의 시위는 '그들만의 시위'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고, 대중들과의 사이에 더 벽을 높이고 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한편으로 관성적인 운동을 바꾸려는 생각을 운동을 미처 하지 못했던 나에게도 아쉬움이 들었다.
이제는 '희생'의 정신과 '비장'한 모습의 집회 문화를 벗어나 보자. 우리가 진정으로 주장하는 바가 조금 더 대중들에게 잘 들리게끔 하기 위하여. 대중들에게 효과적인 방식으로 다가갈 새로운 운동, 앞으로 내가 디자인하겠다. 아자!
![]() ▲ 참가자 오세은 이 글은 현장체험에 참가한 오세은 씨가 이 날 프로그램을 마치고 느낀 점을 정리한 후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후기는 인터넷참여연대를 통해 연재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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