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세대를 위한 우석훈의 명랑경제학, 11월 13일 강연 후기



얼마 전부터 신문을 보다보면 '88만원 세대'란 용어가 자주 눈에 띈다. 문맥상 20대를 지칭하는 용어구나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왜 굳이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최근 들어 경제적 독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왔던 나로서는, '20대가 독립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 사회 구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이 책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립을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의지와 능력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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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가 이전 세대에 의해 착취당하는 현실'이라는 구조 속에서 그것을 해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 마냥 숨 가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 나 혼자만 고민하는 것이 너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구조를 해체한다는 것, 담론을 펼친다는 것은 혼자만 생각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 책 제목을 검색하다가 참여연대에서 이에 관한 저자의 강연과 토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신청했다.

그리고 11월 13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을 찾았다. 늘 매체에서만 보던 참여연대를 직접 방문하다니, 왠지 우리 사회의 현장 한가운데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앉아있자니 갑자기 한 기자가 "강연 들으러 오셨냐"며 인터뷰 좀 해도 되겠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석훈 박사를 인터뷰하러 온 MBC 기자였다. 느닷없는 카메라에 다소 놀라기는 하였지만 내게는 흔치 않은 일이기에 성의껏 질문에 대답하였다.

조금 있다 우석훈 박사가 강연장으로 들어섰다. 내가 이 강좌를 신청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가끔 칼럼을 통해 우석훈 박사의 글을 보며 가졌던 궁금증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런 저런 궁금증을 가지고 열심히 강연을 듣기 시작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세대 간 착취 현상. 그로 인해 현재의 20대, 즉 88만원 세대의 대다수는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으며, 설령 정규직이 되더라도 그것을 유지하기는 힘든 상황, 한국의 경제 구조가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 처럼, 외부 식민지를 찾아야 유지될 수 있는 구조이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대신 '지방'이라는 내부 식민지를 찾았지만 그마저도 지방의 붕괴로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것. 또 통일이 되면 그 식민지는 북한이 될 것이라는 예상. 한국은 다양성을 상실한 획일성의 사회이며, 20대 또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지 않고 예를 들면 토플을 준비하는 것 같이 남들과 똑같은 것만 하려 한다는 것 등.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내가 간략히 적어 본 내용은 위와 같다. 사실 참 답답했다. 우석훈 박사는『88만원 세대』를 통해 절망의 시대에 희망의 경제학을 쓴다고 했지만, 강연을 듣다보니 나를 포함한 20대가 살아갈 세상이 그렇게 희망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강연에 참석하셨던 20대들은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사회구조를 변화시킬 것인가, 를 궁금해 했다. 나는 이런 질문을 했다.

"많은 수의 20대, 특히 대학생들은 적어도 자신만은 비정규직이 되지 않을 것이고 88만원 세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를 바꾸려는 꿈조차 꾸지 않는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 구조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랬다.

"아이가 되지 말라!"

성인이 된 후에도 우리는 ‘아이’의 상태에 머물러 있고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의 보호만 받으며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로 깨닫지 못하는 것은 어른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스스로에게 어른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아직 어색하다. 이 사회의 문제점을 깨닫고 변화를 시도한다는 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의 일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성인이다.

나는 20대 초반의 ‘젊은 어른’이다. 더 이상 20대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기존의 흐름에 따라 살 것이 아니라 흐름을 만들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밖에 다양한 질문들이 오고갔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성이 필요하며 20대 또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로드맵과 대안이 필요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용뿐만 아니라 전달방법 또한 중요하다 등.

열띤 강의와 토론이 끝나자 예정 시간인 9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유난히 쌀쌀하게 느껴졌다. 2시간 동안 실내에 있다 나와서인가, 아니며 긴장이 풀려서인가?

가는 길엔 초행길이어서 정거장 안내 소리에 긴장해 있느라 바깥도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야 창밖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대기업의 본사를 비롯한 수많은 빌딩이 이루는 거대한 숲. 이 낯선 풍경 속에 답답해졌다. 빌딩 안에 있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괜한 남 걱정일지 모르지만,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 나 역시 저곳에 들어가 일을 한다면('들어갈 수나 있을까?'라는 생각은 제쳐두고) 왠지 행복보다는 삭막함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막연한 감정이었다. 구체적인 생각은 앞으로 남은 3주 동안 참여연대를 오가며 계속해봐야 할 것 같다.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기업, 두려움을 갖게 하는 사회에 대해 강연을 듣고 참석하신 분들과 함께 이야기 한다면 그 두려움을 없앨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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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희(수강자)

주경야독은 저자와 함께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참여연대 시민강좌입니다.

11월에는 『88만원 세대』『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의 저자, 우석훈 박사와 함께 '88만원 세대를 위한 우석훈의 명랑경제학'을 진행 중입니다.

11월 13일부터 12월 4일까지 4번에 걸쳐 진행되는 이 강좌는 인터넷참여연대에서 수강자들이 쓴 후기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유희(주경야독2 수강자)
2007/11/19 00:55 2007/11/1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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