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인턴 후기⑤] 주체적 참여에 대해 그려 보다
시민교육 :
2008/02/05 16:39
삶에서의 우연은 결론적으로 필연이다. 만나는 방법이 결코 의도되지 않았고, 그 만남이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그 순간을 그곳에서 그들과 그렇게 살았던 내겐 다른 가능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결정적인 순간이 된다. 그러한 만남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길을 조금씩 내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간혹 '그 때 다른 결정을 했었더라면', 하고 아쉬워하는 순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2008년의 시작을 함께하게 된 참여연대는 어떨까? 아마도 내겐 우연을 가장한 고마운 필연이고, 졸업반인 나의 앞으로 인생향방을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노조와 같이 집단 구성원의 이익을 대변하지도 않고, 기업과 같이 사업을 통해 이윤창출과 성장을 도모하지도 않는, '시민단체'란 어떤 곳일까. 내가 시민운동과 참여연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7년 하반기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내부에 대한 충격적 고발이 계기가 되었다.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불법적 관행을 낱낱이 전해들은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참여연대와 민변이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참여연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방문한 날,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전공 수업만으로는 결코 풀 수 없고 채울 수 없는 2%의 그 무엇! 이 활동을 통해 여러분은 참여연대라는 현장에서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역동성과 거버넌스 역할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게 될 것입니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시민단체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렇다면 기사 몇 개만 읽어보지 말고 직접 생활해보면서 경험해보자는 생각에 지원하게 된 것이 나와 참여연대의 '필연적' 만남이었다.
1월 2일 참여연대에 인턴 이름표를 달고 첫 '출근'을 한 후, 건물 꼭대기층에 있는 의정감시센터에 소속되어 일하게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운영하는 '열려라 국회'라는 사이트에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자료를 업데이트하고, 기타 국회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17대 국회에 299명의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꽤 놀라운(!) 사실에서부터(솔직히 그동안 언론에서 집중 조명받지 못한 국회의원의 존재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쩝. 국회를 움직이는 인원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국회의 각 위원회별 기능, 역할 및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신기하고도 유익한 일이였다.
무엇보다도 한 명의 유권자로서 '열려라 국회'라는, 각 국회의원 개개인의 경력과 재산, 전과 등의 신상정보와 더불어 쟁점법안에 대한 입장, 본회의 출석률, 법안 발의 내용 등의 상세한 국정활동 내역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알게 된 것은 크나큰 수확이었다. 이를 통해 재정적으로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참여연대가 국회의 다양한 활동을 감시함으로써 국회의 투명하고 공익적 운영에 이바지 하고, 이로써 시민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에 대해 감탄했다. 어느새 나는 나도 모르게 만나는 친구들마다 붙잡고 '열려라 국회'와 참여연대에 대해 열올리며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참여연대에서 시민사회에 대해 교육 받고, 배치부서 업무를 도우며 어언 1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미 의정감시센터의 업무에 어느 정도 친숙해져 있던 때라 오늘 있을 교육일정인 의정감시센터 교육 및 강원택 교수의 강연에 대해 더욱 기대를 갖고 있던 터였다.
아침에 느티나무홀에서 모여 지난 금요일부터 작성해왔던 조별 보고서 내용을 이야기하고 나서, 참여연대의 의정/사법/행정 감시 활동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에는 도시락을 싸온 간사들과 인턴들이 함께 밥을 먹는데, 오늘은 특별히 임종대 참여연대 대표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의정감시센터의 업무에 대해 조별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열려라 국회'를 찬찬히 둘러본 조원들은 눈을 빛내며 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참여연대가 2000년과 2004년에 대표적으로 진행했던 낙천, 낙선운동에서부터 현재 무수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선거법까지. 조별 조사를 마친 인턴들은 의정감시센터 강수경 간사와 한시간여에 걸친 질의응답을 했다.

강원택 교수는 '한국 정치개혁 운동과 전망'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한국 정치의 흐름과 앞으로 진보의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답변해 주던 모습에서 친근함을 느낄 수 있던 자리였다.
오늘 내게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강연 이후 인턴들이 짧게나마 가진 정리토론시간이었다. 평소에는 그날 일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오갔던 것이 오늘은 강연 말미에 나왔던 진보의 발전방향을 놓고, 인턴들끼리 서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풀리지 않는 질문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해 보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너무나 가까워진 동료 인턴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면서, 언제부턴가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살아왔던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다. 눈 옆에 가리개를 끼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그닥 사회에 대한 관심도, 신문을 파헤쳐가며 읽던 예전의 모습도 사라진 내 모습이 거꾸로 투영되어 보였다.
높은 관심과 열정을 가진 인턴 동료들과, 적은 인원이지만 민주주의라는 실체 없는 이상에 뼈대와 색을 입혀온 참여연대 간사들의 모습은 많은 자극이 되었다.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메말라왔던 의구심과 궁금증, 비판의식에 오랜만에 시원한 물이 흘러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단지 살아간다고 삶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참여연대를 막 알아가기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많은 지식과 토론거리,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한 달 반여 기간 동안, 한 명의 시민으로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좀 더 이해하고, 주인의식을 갖고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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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의 인턴이 두 달간 참여연대와 함께 북적대며 활동하는 모습들을 후기를 통해 인터넷참여연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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