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인턴을 만나다⑫
자신을 충실히 채울 수 있는 시간

김은주ㆍ이민영ㆍ조성현(참여연대 교육홍보팀 인턴)


얼마 후면 입학철이다. 3년 전 내 모습이 떠오른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들어선 우리 대학의 정문 기둥엔 붉은 글씨의 플랜카드가 붙어있었다. 봄이 도착하지 않은 늦겨울 교정의 나뭇가지에는 TV에서 본 무당집처럼 색색의 끈들이 묶여 있었다. 그 끈들에는 어떤 구호 따위가 쓰여 있었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첫 우리 대학의 인상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선배들은 대강당 앞으로 모이라고 했다. 처음 보는 총학생회장이라는 사람을 마이크를 들고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 날이 정기총회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두서너 달 간 매일 이어지던 술자리 이후에 더 이상 내게 선배는 없었다. 난 그저 강의실과 학술정보원을 부유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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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우섭 인턴이 일어서서 학회 학우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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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숱하게 자보도 붙였다.


학생회라고요?
그런데 참여연대에 와서 학생회에 몸담고 있다는 임우섭 인턴을 만났다. 그것도 정치외교학과의 학생회라고 한다. 신기했다. 내가 기억하는 학생회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는 하루 종일 학생회관 사무실에 처박혀 있는 후줄근한 예비역들이었다. 아침에 등교할 때보면 밤을 꼬박 새운 듯한 남자 선배들이 슬리퍼를 질질 끌고, 한 손에는 샴푸 통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긁적이며 화장실로 향하곤 했다. 그런 사람이 나와 함께 참여연대에 있다니, 다시 한 번 신기했다. 운동권이냐고 물었다. 스스로 운동권이라고 부르기는 부끄럽다고 했다. 학교에서 뭐 하냐고 물었다. 3월엔 교육사업, 4월엔 추모제…. 답변이 줄줄 나온다. 소위 과 생활 같은 걸 해본 적 없는 나는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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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선이 효순이 사건 때 모든 사람은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통일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임우섭 인턴이 처음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의 일이었다. 그 시절 사회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미선이 효순이 집회에도 나갔다. 여러 현안 중에서도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와 동떨어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했던 활동도 이 일환이었다. 남들처럼 집회에 나가고 시위에도 나갔다. 학내에 선전이나 자보도 꽤 붙였다. 하지만 구호에 치중하는 운동에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 인턴을 지원했다. 평화군축센터에서 좀 더 깊게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은 학내 활동에 더 치중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만류했지만 임우섭 인턴은 지금 자신에게 만족한다.

평화군축센터에서 하는 일
평화군축센터에서 임우섭 인턴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국내외의 평화단체 목록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그들의 비전과 목표, 하는 일 등을 조사한다. 다양한 평화관련단체들을 보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PKO(국제연합군)와 MD(미사일디펜스)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방부와 외통부가 PKO 파병법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국방부와 외통부의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이들의 논리와 문제점 등을 찾아 분석하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UCC 제작이다. 용어가 낯설어 접근하기 어려운 평화군축센터의 업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UCC를 만드는 것이 그의 최종목적이다.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휴식
대학교 4학년이 되는 그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좀 더 공부해 지식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영역 안에서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에게 참여연대는 쉼이었을지도 모른다. 얇고 넓은 인간관계로 표현되는 학회장이란 임무에서 잠시 벗어나, 통일운동을 하고는 있지만 다른 선배들처럼 모든 걸 바치며 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아쉬움에서 벗어나, 그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충실하게 채울 수 있는 시간을 참여연대에서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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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어: 이민영, 조성현, 김은주

참여연대는 1월 2일부터 2월 29일까지 2008년
상반기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턴들이 직접 인턴을 인터뷰한 이야기를 통해,
인턴들이 참여연대 인턴에 참여한 동기, 소속된 센터에서 하고 있는 일, 삶의 목표 등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2008/02/27 22:24 2008/02/2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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