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5월 회원한마당
정재승의 '사랑에 빠진 뇌는 어떻게 변하는가'를 듣고

정재승은 ‘앞으로 내가 꼭 읽어볼 책 OO권’ 목록에 있는 <과학콘서트>의 저자다. 내가 가끔 지하철 가판에서 사보는 <한겨레21>에서 ‘사랑학 실험실’이라는 칼럼을 쓴다. 독자들에게도 꽤 좋은 반응을 얻는 필진 중 하나로 알고 있다. <동아일보>를 스크랩해서 내게 보여주는 친구가 있는데 심지어 그곳에까지 고정 칼럼을 맡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이만하면 스타급 언론인보다도 낫지 않은가? 그런데 본업은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란다. 그런 사람이 참여연대에서 ‘사랑에 빠진 뇌는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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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중인 정재승 교수


지난 5월 13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그렇게 정재승의 사랑학을 만났다. 무엇이든 단정하기보다 에둘러 말하길 좋아하고, 그것이 정치적으로도 옳다고 생각하는 나는 과학에 대해서도 그런 불신의 태도를 견지해왔다. 내게는 편견이 하나 있는데 그건 과학자들이 실험 수치만을 추앙하고 오차범위 밖에선 비겁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정재승 강사가, “1930년대부터 1990년대의 미스아메리칸의 불변의 조건, 그리고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주어진 그림에서 골라낸 이상형의 공통점은 엉덩이와 허리비율이 0.7이란 사실이었다”고 다소 단정적으로 말했을 때도 재미있어하기 보다 내심 표본추출의 오류 따위가 있었을 거라고 구시렁댔다.

그러나 강연은 결코 실험 결과의 수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참가자 중 6명의 남성을 앞으로 불러낸 뒤 3명씩 두 팀으로 나눠, 아무런 설명없이 한 팀은 뛰도록 하고, 한 팀은 가만히 서있게 했다. 그런 다음 몇장의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외모를 평가(!)하게 했다. 실험을 통해 (실험군이 적어 비록 결과가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신체변화가 인지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 참가자들의 눈앞에서 보여줬던 것이다. 그 성의는 곧 성과로 나타났다. 미미하게나마 하나의 가설 증명을 참관하고 난 뒤의 내 기분은 제법 과학도라도 된양 의기양양해져서 드디어 강연에의 몰입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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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대상으로 뽑힌 된 참가자들


카이스트 학생들이 사랑에 대해 워낙 보수적이기 때문에 참여연대 회원한마당 참가자의 시시껄렁한 반응(다들 ‘심심해서’ 사랑을 한다는 식의 대답을 했다)에 다소 놀랐다는 정재승 교수는, 그 역시도 다음과 같이 교과서적으로 정의한다. (무엇을? 사랑을) 그걸 내가 한 마디로 정리하면, 사랑은 결혼이나 인생의 배우자를 고르는 과정이고 호감은 원나잇스탠드의 섹스파트너를 고르는 과정이랄까. 이런 구분짓기 뒤에야 비로소 강사는 “왜 사람들은 그 많은 노력과 공을 들여가며 ‘사랑’을 하나요? 유전자 증식을 위해서도 비효율적인데 말이죠”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사랑을 하는 데는 뇌 중심부에 있는 쾌락중추를 자극시켜 매우 좋은 기분을 유발한다는 직접적이고도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 단계는 길어야 1년 반에서 3년 사이라는데, 그 이후의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 건가?

글쎄, 나는 아직 이 끌림(attraction)의 스테이지를 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고수들에 의하면 애착(attachment)이라는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생활의 안정을 가져오는 사회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정(情)인 셈이다. (강연에서는 옥시토신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것과 다음을 연관시켜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강연은 점점 더 교과서적으로 흘러갔는데, 사랑을 자선이나 봉사의 개념으로 환치시킨 것이다. 봉사를 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은, 사랑할 때와 같은 자극을 쾌락충추에 받는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뽕을 맞아보지 않은 사람이 중독이 될 리가 없는 것처럼 봉사의 뽕 역시 일단 맞아봐야 중독된다는 점이다. (여러분도 어서 자원과 봉사를!) 여기서 다소 희망적인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아무리해도 일대일의 에로틱한 사랑으로는 불감이었던 사람이라면, 색다른 사랑으로 오르가즘을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이 강연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최후통첩게임’과 ‘독재자게임’이었다. 내 경우엔 이타적 돈 0원에 이기적 돈 5000원이라는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성격이 드러났는데, 아마도 위의 교과서적인 사랑에는 자질이 없는 모양이다. 무슨 게임인지 아주 궁금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더 이상 설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 궁금하다면 정재승 강사의 다음 번 강연을 찾아듣든지! 비과학적이었던 사람도 강연만 끝나면, 자기 뇌파나 생체리듬지수 따위를 들먹거리며 꽤나 유식한 척하면서 사랑에 대한 감정을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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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질의응답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을 넘겨 진행된 정재승 교수의 강연




참여연대는 매달 회원한마당을 마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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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희(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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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7시, 정재승의 '사랑에 빠지다'를 준비했습니다.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와 사랑에 빠지는 동안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2시간 반 동안 즐거운 이야기와 실험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회원한마당에 참여해 주신 분들 중 후기를 보내 주신 분들께는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이번 달 후기는 김가희 씨가 보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회원한마당은 회원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2008/05/17 00:54 2008/05/1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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