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리는가’ 강연 후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6월 18일, 참여연대회원한마당.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리는가'


어제 일기예보에서 장마가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저녁 때는 비가 그쳤지만 스산하기 그지 없었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밤길을 걷는다는 건 조금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나는 과감히 참여연대를 향해 발걸음을 내달렸다.

저녁 7시반. 오늘은 참여연대 회원한마당이 있는 날이다.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란 주제로 금태섭 변호사가 법에 관한 강연을 했다. 한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 법의 가치와 적용 사이에서, 그리고 법조인과 피고인이라는 입장 사이에서 강연은 시작되었다. 금태섭 변호사는 "법은 소수자의 권익 보호라는 가치 아래 사회적 정의의 구현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법은 그 기초 아래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기도하고, 사회 권력 관계를 조율하게 하는 메커니즘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처분적 법률’ 즉, 상호간의 관계가 아닌 특정 개인에 대한 법률은 위헌이라 언급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연 중인 금태섭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는 이러한 법의 적용 과정을 간단하고도 쉽게 설명하면서 그것에 대한 의미를 고찰할 수 있게 했다. 검사가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먼저 ‘사실의 확정’에 이르고, 그 후 ‘법의 적용’이라는 단계를 거쳐 기소를 한다. 이를 토대로 이후 법정에서 재판이 이루어진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사실의 확정’은 법조인으로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자신 또한 검사로서 수사를 진행하면서, 잘못된 사실 확정을 할 뻔한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했다.

존 그리샴의 ‘가스실’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다시금 사실 확정의 어려움과 더불어 법의 정의 실현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줄거리는 이렇다. KKK단원으로 건물을 폭파하고 그로 인해 유대인 아이 2명을 죽인 죄로 사형될 날만을 기다리는 남자가 있다. 그의 손자는 변호사로서, 건물 폭파는 의도와 다르게 이루어졌고, 다른 가담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할아버리를 위해 변호를 한다. 사건을 파헤치면서 할아버지가 과거에 고문으로 흑인을 죽인 일도 밝혀진다. 어쩌면 그는 사형을 당해도 마땅한(일단 사형제도의 정당성 자체는 논외로 하자!) 인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분명한 사실확정의 단계는 정의실현을 위해 필요하다고 금태섭 변호사는 말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법 적용의 불공정성을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범죄자를 옹호하는 변호사를 옳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자신의 변호인을 위해 일하며 법이 정한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며, 이 또한 법의 정의실현에 합치한다고 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분명한 살인행위를 한 피고라 할지라도 사실의 확정 과정은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일을 줄일 수 있고 이는 적절한 법 적용의 선제 조건이 된다고 했다. 그는 또 한편으로 여전히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판, 누명의 가능성을 들며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입장도 밝혔다.

한 인간으로서, 사형수에 대한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 법조인에게 하나의 마음의 짐이 된다고 이야기하였다. 나 또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법조인으로서 바라보는 사형제도에 관한 입장에 공감하였다. 덧붙여, 사형이 과연 죄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징벌일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금 변호사는 디케의 가려진 눈에 ‘스스로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고, 법에서 사실 확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얘기하였다. ‘오비이락’이라는 한자성어처럼 우리는 직접 눈으로 보더라도 그 판단에 있어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확정의 어려움에 대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하였다.

증거는 부족하나 검찰 선배의 ‘~카더라’식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으며, 경찰에서의 자백이 검찰에서 증거로 쓰이지 못하기는 하지만 ‘상황적 근거’로써 사용되기도 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법조인은 법의 적용에 있어서 전문가일 뿐, 그 사실확정의 단계는 항상 어렵고,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주제를 조금 벗어나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자신이 경험한 사법부의 속성은 어느 곳보다 더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집단의 개혁은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가지며 제3자의 입장에서 감시와 비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비판이 변화의 훌륭한 동기가 될 수 있단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다 죄를 짓고 경찰/검찰의 조사를 받았던 컬린 토마스라는 미국인이 있었다. 그가 쓴 ‘나는 한국에서 어른이 되었다’라는 책에는 그가 겪었던 일들이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경찰이 피의자에게 전기충격기를 사용한다던가, 신발로 머리를 때린다던지 하는 관행들이다. 그때가 1993년이었으니 지금은 상황이 또 변했겠지만 한 외국인의 비판을 통해 인권의 가장자리에서 일어나는 적나라한 실태가 공개되기도 하는 것이다.

법 그 자체는 현실의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이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논리와 판단에 머물러 있어 어렵고 무거운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이이기하였다. 하지만 그 본질 그 자체는 정의의 구현, 소수자의 권익 보호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인지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금태섭 변호사의 강연을 듣고 있는 회원과 시민들.


후기를 쓰면서 오늘 강연에서 배운 법의 가치, 적용, 그리고 사법부의 판단 과정, 오판/누명의 가능성, 사형제도에 대한 견해, 그리고 참여연대의 사법감시, 인권침해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 나는 디케가 눈을 가린 이유에 관해 생각해보며 정의를 구현하는 것의 어려움을 생각해 보았다. 한편으로 그 어려움은 법조인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법조인은 정의를 구현하는 임무를 띠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문득 촛불집회를 생각했다. 이것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국민의 대표로서 일하는 자리가 행정부이고,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자리가 입법기관인 의회라고 알고 있다. 촛불집회를 통해 나는 지금의 민주주의가 그들 정치인과 정부가 얼마나 이 사회의 정의에 대한 외침을 들어주고 있고 그 대표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억호 회원

※ 참여연대 회원한마당은 시민・회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매달 새로운 주제와 인물을 만납니다. 여러분이 만나고 싶은 인물,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문의 :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we@pspd.org 02) 723-4251)

6월 회원한마당 후기는 배억호 회원이 보내주셨습니다. 후기를 보내주신 분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2008/06/24 18:25 2008/06/24 18:25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CivicEdu/trackback/21136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