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후기] 생각보다 유쾌한 직접행동 만들기
통인동 132번지
인턴 활동도 어느덧 4주차에 접어들었다. 총 6주간의 일정 중 절반 지점을 넘어서고 보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갔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여연대가 아니었더라면 매일같이 인왕산과 북악산의 산세를 멀리서 구경하는 즐거움도 누리지 못했을테고, 통인동과 효자동 골목을 빠짐없이 지키는 전경들도 마주하지 못했을테니 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함께하는 인턴들과 매일 얼굴을 맞대는 통인동 132번지가 너무나도 친숙한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업무지원과 교육활동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직접행동이 다음 주에 예정되어 있어서인지 문화연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냥 신나지는 않았다. 오늘은 열여섯 명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어떻게 직접행동으로 만들어 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연대 회의실의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책장
약속시간이었던 오전 열시, 종로경찰서 앞. 나는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바람에 종로3가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쉬엄쉬엄 인사동 가게들이 문을 여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안국쪽으로 걸어갔다. 간사님들을 기다리던 인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우리를 기다린 것은 다름아닌 문화연대의 이사 소식! 지난 가을에 공덕역으로 위치를 옮겨갔다고 한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 문화연대에서 했던 직접행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점심을 먹으러 공덕시장 전집 방문
문화연대를 찾아서
조금 늦게 도착한 문화연대는 시장 옆의 골목길의 작은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화연대의 귀여운 간판을 알아보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해리포터 이야기에 등장하는 리키콜드런이라는 술집처럼 말이다(이 술집은 마법사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데, 밖에서 보면 아무도 술집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문화연대 회의실의 한 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 역시 인상적이었는데, 문예지나 사상지가 많았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손톱에 예쁘게 매니큐어를 바른 이원재 사무처장이 "사무처장 치고는 생각보다 젊지 않냐"며 산뜻한 분위기에서 문화연대 소개를 진행해 주셨다(하지만 에어컨이 고장나 실제로는 무척 더웠다). 우리에게 친숙한 촛불집회 당시의 문화제를 비롯해 문화연대에서 진행했던 직접행동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생각보다 유쾌한 직접행동
사실 나는 '직접행동'이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언제나 약간의 엄숙함을 느껴왔더랬는데, 이 날 접했던 다양한 직접행동의 사례들 중에는 지금의 나로서는 웃음이 터지는 것들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UIP가 영화를 직접배급하기 시작했던 1988년, 위기감을 느낀 영화인들이 '위험한 정사'가 상영되던 극장에 뱀을 푸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다는 일화였다. 비교적 최근에도 스크린쿼터제 축소폐지와 관련된 영화계의 고민과 움직임이 있었기에 당시 영화인들의 위기감 역시 짐작할 만 했다. 하지만 '뱀을 풀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거대한 희극적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뱀은 대체 어디서 구했을까?
공덕동 시장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시 참여연대로 돌아온 인턴들은 이제 우리들의 직접행동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문화연대와 같은 그야말로 '직접행동의 프로페셔널'들이 만들어낸 유쾌한 결과물을 보는 것은 정말 즐거웠지만, 이제 우리 손으로 새로운 행동을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한 사람씩 자기가 원하는 주제에 대한 발제를 하고 투표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선정했다. 법정 적정온도 지키기, 노인 공경 캠페인, 등록금 인상율 고지하기, 청와대 뒷산에서 스카이 다이빙하기까지 가지각색의 아이디어들이 그야말로 '범람했다'. 
기다려라! 교육감 선거
인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은 두 개의 주제는, "폴리페서 금지 캠페인"과 "교육감 선거 홍보 캠페인"이었다. 두 가지 모두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교육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위기감(!) 때문에 선거 홍보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주제는 정해졌지만 더 큰 난관이 남아있었다. 어느 장소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법으로 홍보를 할 것인가의 문제! 결국 선거까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교육일정을 변경해 급히 직접행동 준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긴장이 풀리곤 하는 금요일의 퇴근이지만 알 수 없는 책임감으로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나쁘지만은 않은 책임감이었던 것 같다.

2기 인턴 박정언
2008년 제2기 인턴은 7월 1일부터 8월 8일까지 6주간 매일 참여연대에 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도 하고 업무지원도 했습니다.
지난 6월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최종선발된 16명의 인턴들과 함께 하는 재미난 이야기는 후기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인턴과 함께하는 참여연대의 즐거운 이야기에 많은 관심 가져 주세요. 7월 25일 후기를 남겨준 박정언 씨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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