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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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방청을 기다리고 있는 인턴들


벌써 참여연대의 인턴으로 활동하게 된 것도 1주일이 넘었다.
참여연대 2기 인턴중 유일한 공학도로써 나름대로 경제,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얼마나 몰랐던 것들이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2주차이기는 하지만 참여연대 인턴활동을 하면서 많은것들을 배워나가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친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나 요즘 참여연대에서 인턴활동해서 못 놀러가."

"참여연대가 뭐하는곳이야?"

"... 시민이 참여하는 연대지 뭐긴 뭐야."

그러나 이제는 "
참여연대는 우리세상을 지키는 가장 깨끗하고 바른 힘!"이라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참여연대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참여연대 인턴들은 월요일, 금요일은 교육프로그램을 받고 화수목은 업무지원활동을 한다. 그 중 교육프로그램의 하나로써 7월 7일 월요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향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법원이라는 곳에 가게 된 것이었다. 법원이라고 하는 곳은 국가의 중요기관이니 1층에서 어느정도는 출입을 통제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낯설지 않으면서도 어색한 법정 풍경

분위기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처음 가본 법원의 분위기를 표현하자면 "
구청에 민원업무를 보러 온 느낌"이었다. 물론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법정에는 분위기가 그렇지 않겠지만 법원의 딱딱하고 무서운 느낌은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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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호 재판정 앞의 검문대


드디어 재판이 열리는 303호 앞으로 향했다.
생각 외로 방청할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303호 법정 앞까지 아무런 통제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예정에는 개정이 10시 30분이었지만 12시가 다 되어가도록 재판이 열리는 303호 앞 복도에서 기다렸다. 시작이 늦어지는 이유는 배심원선정 등의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점점 지연되는 시간을 틈타 사법감시팀 박근용 팀장이 인턴들에게 재판을 방청하는 요령 및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해 알려주었고 그것이 거의 끝나가는 12시가 다 되어 재판장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재판장에는 삼엄한 분위기가 우리를 압도시켰다. 워낙 언론매체를 통해 많이 봤던 곳이라 크게 낯선 느낌은 없었고 곧 시작될 재판을 기대하고 있었다. 재판 시작 전에 법원경찰은 사전 주의사항을 간단하게 교육했다. 주의사항으로는 껌을 씹지 말고 불량한 자세는 삼가하고 사진은 판사의 허락이 있어야만 한다 등이었다. 한마디로 "이곳에선 판사가 지배하는 공간이니 생각있게 행동해라"는 느낌이었다. 간단한 법원경찰의 교육 후 자리가 정리되자 판사 3명이 입장하고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었다.

어떤 일을 해도 먼저 알고 하면 능숙하게 할 수 있듯이 국민참여재판도 박근용 팀장이 알려준 대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보다 능숙한 자세로 재판을 방청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최초설명 및 판사의 진행이 시작되었으며 판사는 이미 교육받았을 법한 배심원들에게 다시한번 공식적으로 사전 안내사항을 교육하고 선서를 주관했다. 이 모습을 보니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국민참여재판이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했으면, 국민참여재판이라는게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교육을 받고 사전에 이미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했던 인턴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보통 배심원이라 하면 법률적 지식을 가진 국민들이나 하는것인 줄 알았는데
만 20 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배심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국민참여재판 방청

드디어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었다.
재판장의 진행에 따라 재판이 시작되었고 진행순서에 따라 피고가 입장했다. 강간치상 및 강제추행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피고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죄수복을 입고 헝클어진 긴 머리를 하고 있었다. 국민참여재판의 신청은 피고인이 하게 되어 있다. 자신에게 판결을 내릴 배심원들 앞에서 좋은 인상을 줘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고 입장 후 선서와 설명, 검사 진술, 피고인 진술, 변호인 진술, 원고 · 피고 · 증인에 대한 검사 신문 · 변호인 신문, 최후 변론, 평의, 평결 및 판결 순으로 이루어졌다.

재판은 변호인 진술까지 듣고 점심시간을 위해 휴정했다. 우리는 법원 지하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지금 피고인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죄를 생각하면 그에 합당한 응보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20대의 창창한 나이에 그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점심식사 후 재판이 다시 시작되었다. 처음 입장과 같이 재판부가 들어올 때는 먼저  일어서야 했고 피고인이 경찰과 함께 입장했다. 변호인 진술을 거쳐 검사 진술이 이어졌다.

평결과 판결 그리고 남은 과제들

오후 6시 모든 증인신문이 끝나고 평의가 시작되었다. 이 시간을 틈타 저녁식사를 하러 갔고 배심원들은 평의실로 가서 평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같은 평범한 국민의 입장으로써 배심원들의 식사가 걱정되었지만 박근용 팀장이 평의 중 간단한 간식을 제공한다고 알려주었다. 저녁식사 중 우리는 한사람의 인생이 달린 시간이기도 한 그 재판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대화들이 오갔다.

"
공소내용만 본다면 그건 폭행죄니까 무죄가 되지 않을까?"

"아니야 그런 사람은 검사의 말대로 4년 정도 감옥에 있어야 해."

"
강제추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한거 아닌가?"

"그런 건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무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대화속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시간은 벌써 9시가 되었다. 바로
다시 법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의외로 평의가 빨리 끝나 있었다. 방청했던 사람들끼리도 무죄다 유죄다 하면서 논쟁을 펼쳤는데 말이다. 우리들은 진행되고 있는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황급히 방청석에 앉았다.

일단 판사는 배심원들의 평의결과를 말하였다. 무죄로 나온 평결이 조금 못마땅하면서도 법이란 저런걸까 하고 생각했다. 배심원들 중에 여자들의 수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만장일치로 무죄라는 평결이 나왔다. 이 결과가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것도 단시간에 만장일치라니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진행과정이 궁금해졌다. 그러나 또 한번 반전이 있었다. 재판부는 평결을 인정하지 않고 징역 3년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하면서 재판장을 빠져나왔다.

방청을 마치고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앞으로 죄짓고 살지 말자!" 라는 것이었다. 또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더 열린 재판이 어느 정도 정착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앞으로 국민참여재판이 더 확대되어 깨끗하고 투명한 나라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학생의 신분에서 사회로 나가기 앞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어떤 위치에 있든 깨끗하고 바른, 따뜻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다시한번 마음먹었다.

앞으로 3주 남은 인턴활동도 매우 기대되며 참여연대 인턴활동을 통해 어느때보다도 유익한 방학이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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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앞 복도에서 참여재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근용 팀장과 인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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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인턴 장익수

참여연대는 매년 2회에 걸쳐 청년 인턴을 모집합니다. 2008년 제2기 인턴은 7월 1일부터 8월 8일까지 6주간 매일 참여연대에 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도 하고 업무지원도 하게 됩니다.

지난 6월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최종선발된 16명의 인턴들과 함께 하는 재미난 이야기는 후기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인턴과 함께하는 참여연대의 즐거운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7월 7일 후기를 남겨준 장익수 씨에게도 감사드립니다.
2008/07/22 18:02 2008/07/22 18:02

7월 7일,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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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정 앞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문


배심원단은 총 11명이었다. 9명 배심원에 예비배심원이 2명 포함되어 있었다. 평의 전까지는 2명의 예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고로 이래저래 선정되면 그냥 하루짜리 법원체험 프로그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순서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1.  소개
  2.  배심원선서
  3.  피고인 입정
  4.  진행과정 및 배심원 유의사항설명
  5.  피고인 설명
  6.  검사 진술
  7.  피고인 진술
  8.  변호인 진술
  9.  검사측 심문
  10.  변호인측 심문
  11.  최후 진술
  12.  평의
  13.  평의결과 발표 및 판결

이날 국민참여재판에서 다룰 사건은 강간 치상이었다.

피고인에 관한 간단한 설명이 있은 후 검사측에서 바라본 사건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뒤이어 변호인측에서 바라본 사건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하나의 팩트가 이렇게 보는 시각, 입장, 이해관계에 따라 재 해석되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요즘 신문들을 보면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 든다. 촛불에 대해서도 한쪽은 직접민주주의, 다른 한쪽은 빨갱이, 반미 등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양측의 설명이 있은후 잠시 휴정하고 점심을 먹었다. 공판 시작이 원래는 10시 반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배심원단 선정이 늦어져서 열두시가 다 되어 시작이 됐다. 밥은 서부지방법원 지하에 구내식당에서 먹었는데 먹을만 했다. (조금 눈물나는 것은 밥을 왕창 퍼먹고 와서 법정에서 한시간 정도 졸았다는 것.)

재판의 진행방식은 이분법적 물음(예스냐 노냐)을 통해 사실들을 하나씩 하나씩 처내어 가는 방식이었는데 꽤 흥미로웠다. 강간이냐 아니냐, 강제추행이냐 아니냐, 상해냐 아니냐 이런식으로 순차적으로 나아가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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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의 평의가 진행되는 곳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공판이 끝나고 평의를 거쳐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유죄 선고를 내렸다. 검사측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판결과 배심원단 평의결과가 엇갈린 판결 두번째로 남게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피고인측에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법원에 가봤지만 끝까지 정말 흥미로웠다. 물론 재판을 받는 피고나 판결을 내려야 하는 배심원, 재판관들은 하루종일 전쟁을 치룬 거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말이다.

다음에 기회가 닿는다면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사법기관에 관한 소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것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체험할 수 있어 더더욱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법률용어를 잘 모르는 배심원단을 위해 용어설명도 해주고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국민참여재판이 정착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법률용어의 순화가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것 같다. 결국은 소수의 법률가들이 독점하고 있는 권력이 분산되고 시민에게 돌아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면 비약이 심한 걸까.

참여연대 인턴으로서 보람있는 교육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가 정말 즐겁다. 업무도 교육도 모두. 올 여름 참여연대 인턴이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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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이 있었던 303호 법정 앞에서 찍은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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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인턴 김종현

참여연대는 매년 2회에 걸쳐 청년 인턴을 모집합니다. 2008년 제2기 인턴은 7월 1일부터 8월 8일까지 6주간 매일 참여연대에 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도 하고 업무지원도 하게 됩니다.

지난 6월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최종선발된 16명의 인턴들과 함께 하는 재미난 이야기는 후기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인턴과 함께하는 참여연대의 즐거운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7월 7일 후기를 남겨준 김종현 씨에게도 감사드립니다.

2008/07/22 17:42 2008/07/22 17:42

스터디, 강연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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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고 있는 2기 인턴들. 맨 앞이 후기를 쓴 김여진 씨.


첫날 인턴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업무지원을 시작했다. 아직 어리둥절하기만 한 상황에서 업무지원은 2기 인턴들에게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참여연대 내부 구성과 그 역할, 하지만 그 흐름만 알아서는 큰 뜻을 이룰 수 없으니, 인턴들은 시민단체의 한 일원으로서 시민사회에 대한 생각과 지식을 다질 필요성을 재차 느꼈다.

7월 1일이 오리엔테이션과 소개교육이었다면 7월 4일은 본격적인 스터디와 강연이 있었다. 스터디는 90년대 미국 유권자운동을 주제로 한 ‘이끌어라, 못하겠으면 떠나라’라는 책을 둘러싼 토론이었고 강연은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의 ‘21세기 민주주의, 거인과 싸우다’라는 주제로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이 와중에서 스터디 책의 서장 발제를 맡았다. 막상 맡았을 때는 별 부담이 없었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부담감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었다. 스터디를 처음으로 이끌게 되는 중책을 맡은 사람에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주제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묘한 아우라가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현실을 찌르고 있기 때문에 그 눈덩이는 우리에게 하나의 ‘껍질’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세대의 정체성을 찾아라

스터디 준비를 하면서 90년대 미국 유권자운동이 지금의 촛불집회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당시의 새로운 세대인 X세대와 지금 촛불집회의 주체가 된 시민들 사이의 공통점, 이른바 정체성이 이번 스터디를 이끄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다른 발제자가 유권자운동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주었다. 처음 만나서 하는 스터디라 어색하기만 하고 진행도 녹록치 않았지만 진정한 민주사회를 위한 열정은 그것과 상관없는 에너지였다. 애초에 오전에 기획된 스터디도 강연 이후 시간까지 연장되었다. 그렇게 좌충우돌 스터디가 끝났을 때 처음의 눈덩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토론과 인턴들의 생각에 대한 내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이 흐름을 다시 참여연대와 소통하게 되기만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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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들에게 강연 중인 조효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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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이후에 조효제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조효제 교수가 번역한 '직접행동'의 서문을 읽고 강연을 들으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강연은 놀라우리만큼 기본에 충실해 있었다.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 매우 역동적인 시민사회를 가진 우리나라는 서구의 정치이론으로 100%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내용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사회과학의 기본에서부터 우리 사회를 이해해야 할 텐데 사회과학 중 하나인 정치학의 기본, 정치의 궁극적 문제를 가지고 우리사회를 둘러싼 이슈들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대의민주주의, 인권, 종중심주의 등에서 과연 우리가 얼마나 우리 이슈들을 감싸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결국 우리사회를 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스터디의 사회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역할이라 굉장히 긴장이 되었다. 사회 역할을 맡으니 다른 인턴들의 발언도 유심히 듣고 정리해야 하고 다시 발언을 유도하고 진행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아마 다들 마찬가지였을 텐데 막상 스터디라고 해놓고 우리가 얼마나 이것을 고민했을까? 그냥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듯 그냥 스터디도 우리에겐 적당히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닿으니 꽤나 섬뜩했다. 이런 것은 전혀 부담을 느끼지 못 했었다. 새삼 토론 진행자 분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우리 사회 공통의 합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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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현실. 공공의 영역에 다가서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다원적 사회 내 공통의 합의’라는 이야기로 현재의 우리 사회의 갈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틀을 배울 수 있었다. 어떤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라도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 ‘공통의 합의(overlapping consensus)’을 가지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여러 갈등들이 위치해 있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공통의 합의를 가지고 일련의 갈등들을 비추고 있을까? 때로 우리는 공통의 합의라는 것을 잊고 우리 사회의 기틀을 깨뜨릴 때가 있다. 물론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있었던 HID의 진보신당 폭력사건은? 그것은 명백한 백색 테러이다. 이 사건과 조효제 교수의 강연을 연관시키면서 공통의 합의란 것 또한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에 대한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조효제 교수의 매끄러운 강연도 대만족이었다.

본격적인 첫 강연이라서 그런지 정말 새로운 것 투성이였다. 하지만 대학 수업이 아닌 자발적으로 강연을 듣게 된 것이 얼마만인가? 나름의 반성을 하다 보니 다시 '이끌어라, 못하겠으면 떠나라'가 생각났다. 오늘날 우리의 정체성과 문제제기를 어떻게 실천의 문제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정신없이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또 떠오르는 것들은 새로운 문제들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스터디, 강연을 나름대로 마무리했다. 눈덩이는 어느새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 있었다. 다음주, 계속되는 스터디와, 국민참여재판, 업무지원이 다시 기다려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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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인턴 김여진

참여연대는 매년 2회에 걸쳐 청년 인턴을 모집합니다. 2008년 제2기 인턴은 7월 1일부터 8월 8일까지 6주간 매일 참여연대에 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도 하고 업무지원도 하게 됩니다.

지난 6월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최종선발된 16명의 인턴들과 함께 하는 재미난 이야기는 후기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인턴과 함께하는 참여연대의 즐거운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7월 4일 후기를 남겨준 김여진 씨에게도 감사드립니다.

2008/07/08 13:53 2008/07/08 13:53

7월의 첫 날이 왔다. 나머지 11개월을 건너 매년 오는 7월 1일이지만, 이번의 그 것은 16명의 대학생에게는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음직하다. 16명의 참여연대 2기 인턴 참가자들의 첫 활동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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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고 있는 참여연대 2008년 2기 인턴들


참여연대 가는 길은 면접 이후의 두 번째 경험이지만 면접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면접 날에도 청와대 인근이라는 이유로 전경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지만 오늘의 그 것은 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바로 전 날, 한국진보연대와 함께 참여연대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경복궁 역 주위에 있는 전경은 청와대 지키랴, 유사시에 참여연대 압수수색 팀에도 연대(?)하랴 이중의 고통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 내 또래 친구들인데 말이다. 뭐 어찌하랴, 마음대로 논산에 있는 우리 친구들 끌고 가놓고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 운운하는 토론불가의 사람들이 권력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등 진보운동 진영에 대해 권력화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참여연대 옥상에서 보이는 청와대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전경 한 명 한 명을 지나갈 때마다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예정대로 10시부터 일정을 시작했다. 6주간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시간이자, 시민참여팀의 정형기, 이진영 두 간사와의 부대낌이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면접 당시, 설정인지는 모르겠으나 계속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시던 정형기 간사는 조금은(?) 유쾌한 분이시라는 것을 알기 시작한 시간이기도 했다.

약 1시간여의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5층 건물의 참여연대 곳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 느티나무 홀을 나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고 곧이어 3층, 4층, 5층을 차례로 살펴보았다. 오전에는 간사들 모두가 회의 중에 있어서 주인 없는 책상만을 바라보았지만, 오후에 다시 건물을 돌면서 얼굴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사무실보다 도리어 나에게 강하게 인상 남은 곳은 옥상이었다. 옥상에서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한다는 간사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뒤로 돌리니 청와대가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청와대를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따위의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참여연대 옥상에서 청와대가 보인다는 것이 너무나 상징적인 장면으로 다가왔다. 권력 감시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참여연대와 권력 감시의 가장 대표적 대상인 청와대의 관계를 암시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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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참여연대 기획위원장이 참여연대 소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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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필기하고 있는 인턴들


점심식사를 마치고 박영선 참여연대 기획위원장에게 참여연대 14년의 역사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워낙 오랫동안 활동을 하신 분이라 그런지 끊기는 것이 없이 참여연대 역사의 큰 줄기를 잡아주셨다. 그러다보니 예상일정보다 1시간이나 일찍 끝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 남는 시간은 시원한 느티나무 홀의 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간이 되어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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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을 설명하고 있는 박근용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 팀장


이후 4시가 되어서는 박근용 사법감시센터 팀장에게 얼마 전부터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강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법원에서 내놓은 ‘국민참여재판’ 광고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영상의 주인공인 판사의 목소리가 너무 차분한 관계로 졸음이 쏟아졌다. 졸음의 시간 이후, 박근용 팀장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겉핥기 정도로만 알고 있던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대략적인 틀과 형태를 설명해주셔서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국민참여재판’ 방청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아,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변해주는 것도 좋았다.

오늘이 첫 날이긴 했지만 내일 역시 또 하나의 첫 날이 될 것 같다. 본격적으로 각 부서별 업무지원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내일이 둘째 날이면 어떻고, 첫 날이면 어떠랴. 익숙함을 느끼면서 편안해지는 데는 둘째 날로 생각하는 것이 좋고, 항상 처음 같은 의욕을 가지려면 첫째 날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터, 까짓것 그 유명한 실용주의로 처음과 두 번째를 섞어가며 6주를 보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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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인턴 고재석

참여연대는 매년 2회에 걸쳐 청년 인턴을 모집합니다. 2008년 제2기 인턴은 7월 1일부터 8월 8일까지 6주간 매일 참여연대에 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도 하고 업무지원도 하게 됩니다.

지난 6월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최종선발된 16명의 인턴들과 함께 하는 재미난 이야기는 후기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인턴과 함께하는 참여연대의 즐거운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첫 번째로 후기를 남겨준 고재석 씨에게도 감사드립니다.

2008/07/02 11:14 2008/07/02 11:14

6월 18일,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리는가’ 강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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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참여연대회원한마당.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리는가'


어제 일기예보에서 장마가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저녁 때는 비가 그쳤지만 스산하기 그지 없었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밤길을 걷는다는 건 조금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나는 과감히 참여연대를 향해 발걸음을 내달렸다.

저녁 7시반. 오늘은 참여연대 회원한마당이 있는 날이다.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란 주제로 금태섭 변호사가 법에 관한 강연을 했다. 한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 법의 가치와 적용 사이에서, 그리고 법조인과 피고인이라는 입장 사이에서 강연은 시작되었다. 금태섭 변호사는 "법은 소수자의 권익 보호라는 가치 아래 사회적 정의의 구현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법은 그 기초 아래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기도하고, 사회 권력 관계를 조율하게 하는 메커니즘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처분적 법률’ 즉, 상호간의 관계가 아닌 특정 개인에 대한 법률은 위헌이라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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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중인 금태섭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는 이러한 법의 적용 과정을 간단하고도 쉽게 설명하면서 그것에 대한 의미를 고찰할 수 있게 했다. 검사가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먼저 ‘사실의 확정’에 이르고, 그 후 ‘법의 적용’이라는 단계를 거쳐 기소를 한다. 이를 토대로 이후 법정에서 재판이 이루어진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사실의 확정’은 법조인으로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자신 또한 검사로서 수사를 진행하면서, 잘못된 사실 확정을 할 뻔한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했다.

존 그리샴의 ‘가스실’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다시금 사실 확정의 어려움과 더불어 법의 정의 실현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줄거리는 이렇다. KKK단원으로 건물을 폭파하고 그로 인해 유대인 아이 2명을 죽인 죄로 사형될 날만을 기다리는 남자가 있다. 그의 손자는 변호사로서, 건물 폭파는 의도와 다르게 이루어졌고, 다른 가담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할아버리를 위해 변호를 한다. 사건을 파헤치면서 할아버지가 과거에 고문으로 흑인을 죽인 일도 밝혀진다. 어쩌면 그는 사형을 당해도 마땅한(일단 사형제도의 정당성 자체는 논외로 하자!) 인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분명한 사실확정의 단계는 정의실현을 위해 필요하다고 금태섭 변호사는 말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법 적용의 불공정성을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범죄자를 옹호하는 변호사를 옳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자신의 변호인을 위해 일하며 법이 정한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며, 이 또한 법의 정의실현에 합치한다고 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분명한 살인행위를 한 피고라 할지라도 사실의 확정 과정은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일을 줄일 수 있고 이는 적절한 법 적용의 선제 조건이 된다고 했다. 그는 또 한편으로 여전히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판, 누명의 가능성을 들며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입장도 밝혔다.

한 인간으로서, 사형수에 대한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 법조인에게 하나의 마음의 짐이 된다고 이야기하였다. 나 또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법조인으로서 바라보는 사형제도에 관한 입장에 공감하였다. 덧붙여, 사형이 과연 죄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징벌일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금 변호사는 디케의 가려진 눈에 ‘스스로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고, 법에서 사실 확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얘기하였다. ‘오비이락’이라는 한자성어처럼 우리는 직접 눈으로 보더라도 그 판단에 있어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확정의 어려움에 대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하였다.

증거는 부족하나 검찰 선배의 ‘~카더라’식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으며, 경찰에서의 자백이 검찰에서 증거로 쓰이지 못하기는 하지만 ‘상황적 근거’로써 사용되기도 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법조인은 법의 적용에 있어서 전문가일 뿐, 그 사실확정의 단계는 항상 어렵고,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주제를 조금 벗어나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자신이 경험한 사법부의 속성은 어느 곳보다 더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집단의 개혁은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가지며 제3자의 입장에서 감시와 비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비판이 변화의 훌륭한 동기가 될 수 있단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다 죄를 짓고 경찰/검찰의 조사를 받았던 컬린 토마스라는 미국인이 있었다. 그가 쓴 ‘나는 한국에서 어른이 되었다’라는 책에는 그가 겪었던 일들이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경찰이 피의자에게 전기충격기를 사용한다던가, 신발로 머리를 때린다던지 하는 관행들이다. 그때가 1993년이었으니 지금은 상황이 또 변했겠지만 한 외국인의 비판을 통해 인권의 가장자리에서 일어나는 적나라한 실태가 공개되기도 하는 것이다.

법 그 자체는 현실의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이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논리와 판단에 머물러 있어 어렵고 무거운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이이기하였다. 하지만 그 본질 그 자체는 정의의 구현, 소수자의 권익 보호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인지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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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의 강연을 듣고 있는 회원과 시민들.


후기를 쓰면서 오늘 강연에서 배운 법의 가치, 적용, 그리고 사법부의 판단 과정, 오판/누명의 가능성, 사형제도에 대한 견해, 그리고 참여연대의 사법감시, 인권침해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 나는 디케가 눈을 가린 이유에 관해 생각해보며 정의를 구현하는 것의 어려움을 생각해 보았다. 한편으로 그 어려움은 법조인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법조인은 정의를 구현하는 임무를 띠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문득 촛불집회를 생각했다. 이것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국민의 대표로서 일하는 자리가 행정부이고,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자리가 입법기관인 의회라고 알고 있다. 촛불집회를 통해 나는 지금의 민주주의가 그들 정치인과 정부가 얼마나 이 사회의 정의에 대한 외침을 들어주고 있고 그 대표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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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억호 회원

※ 참여연대 회원한마당은 시민・회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매달 새로운 주제와 인물을 만납니다. 여러분이 만나고 싶은 인물,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문의 :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we@pspd.org 02) 723-4251)

6월 회원한마당 후기는 배억호 회원이 보내주셨습니다. 후기를 보내주신 분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2008/06/24 18:25 2008/06/24 18:25

6월 23일 참여연대,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대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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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을 받았습니다'로 시작하는 한 생명보험회사의 광고. 그러나 그 광고 어디에도 가입자의 월 보험료가 156만원이었다는 내용은 없다.


“10억을 받았습니다” 주인공의 월 보험료는 156만원?

“10억을 받았습니다”로 시작하는 한 생명보험 회사의 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뒷면에 가려진 진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으로 10억을 받았던 그 가족의 한 달 보험료가 156만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왜 보험에 가입할까? 아마도 대부분은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비해 경제적 손실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또한 이런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가 내는 보험료의 4.5%만이 그러한 비용으로 지출된다는 것.

보험에 가입했거나 혹은 가입할 생각이라면...

혹시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보험모집인의 말만 믿고 80세 만기 20년납의 만기환급형 생명보험을 가입하지는 않으셨는지. 앞으로의 노후를 위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다행히(아직 보험에 가입하지는 않고)’ 보험에 들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일단 이 글을 읽고 나서도 늦지 않다.

참여연대 시민경제교실이 6월에 다룰 주제는 바로 ‘보험’이다. 민영생명보험 가입건수가 가구당 4.4건에 이를 정도(2007년 기준)로 우리 사회가 안전보장을 위해 보험사에 치르고 있는 비용은 엄청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험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많지 않다. 모집인으로 시작해 현재는 보험소비자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미숙 대표(보험소비자협회)를 통해 보험에 대해 알아야 할, 그러나 보험사는 알리고 싶지 않은 진실을 파헤쳐 보자. 김미숙 대표는 2007년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책 표지에는 ‘최소의 보험으로 최대의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 가입・관리법 총정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지난 5월 22일, 마포대교와 바로 인접해 있는 보험소비자협회 사무실에서 김미숙 대표를 미리 만났다. 사무실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 한쪽에서는 교통사고 후 보험금 지급이 연기되고 있는 피해자와의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보험사와의 전화통화 도중 고성이 오고가는 살벌한 분위기의 한복판에서 김미숙 대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미숙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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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대표

- 1995년부터 모집인으로 활동했다고 알고 있다. 지금은 보험피해를 알리는 소비자운동을 하고 있는데 계기가 무엇인가?

그때도 내가 가입 권유를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많이 공부했다. 나 역시도 보험에 가입했고 그러는 동안 피해를 봤다. 사람들은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 거부할 때 피해를 입는다고들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가 내는 보험료가 그들의 사업비로, 주주들의 이익으로 부당하게 쓰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보험료의 구성을 살펴봐야 한다. 생명보험을 기준으로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는 4.5% 정도이다. 실제 사망보험금으로 쓰이는 돈은 우리가 보험료의 5%도 안 된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보험사가 사업비로 쓰거나 보험 만기 시 환급금으로 쌓아둔다. 보험사는 이 돈으로 수익사업을 한다.

이에 비해 국민건강보험은 95% 이상이 의료비로 지급된다. 공단의 사업비가 8천억 원이라며 방만한 경영이라고 비난하는데, 생명보험・손해보험사의 사업비 규모는 10~20조에 이른다.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단기순이익이 2조에 달했는데 이는 6세 이하 어린이의 무상의료를 가능하게 할 정도이다.

- 책을 보니 보험 가입을 ‘악마와의 계약’이라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면 무엇을 신경 써야 할까? 그나마 나은 보험이 있을까?

없다. 대안은 국민건강보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민간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면 만기환급형보다는 순수보장형을 택해야 한다. 아까 말한 보험료의 구성내역 중 순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이 순수보장형에는 없다.

보험 가입을 악마와의 계약이라고 한 것은 우리가 내는 보험료가 회사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사용되도록 책정되어 있다는 것 외에, 실제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었을 때 보험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급을 연기하거나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자는 어려운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들지만 실제로는 보험사와의 전쟁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사람들이 보험을 로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내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는다고 생각한다.

보험은 절대 로또가 아니다. 얼마 전 광고에 “10억을 받았습니다”라는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 주인공의 한 달 보험료는 무려 156만원이었다. 그나마 로또는 당첨이 되면 어떤 사유도 묻지 않는다. 그러나 보험금이 지급되려면, 지급하지 않으려는 보험사와의 지난한 싸움을 거쳐야 한다. 일단 보험 가입 시 자필 서명을 했는가 확인한다. 보험료를 내는 동안은 아무 문제 삼지 않다가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될 때 서명이 없다면 그 계약은 무효가 된다.

또 ‘건강보험요양급여내역서’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의료기관에 방문할 때마다 그 기록이 남고 보고가 된다. 이 내역서에는 실제 병명뿐만 아니라 우리가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말하는 것들(어디가 아프다, 라던가 하는)과 의사들의 가진단도 남는다. 나중에 보험금을 지급 받을 때 이런 것도 문제가 된다. 보험 가입 시에는 자신의 의료기록을 알릴 고지 의무가 있는데 이런 진료기록까지도 문제 삼아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도 하는 것이다.

- 보험소비자협회에서 준비 중인 것이 있으면 말해 달라.

예정신계약비 돌려받기운동을 예정 중이다. 아까 말한 보험료의 구성 중에 예정 신계약비가 13.1%를 차지한다. 이 비용은 전 보험료 납입기간에 걸쳐 발생한다. 그런데 중간에 해약하게 되면 전 기간에 걸쳐 내야 할 비용을 계산해서 차감시킨다. 실제로 생명보험에 가입해 8개월간 120여만 원을 납입했던 가입자는 해약 뒤 고작 2만 543원을 돌려받았다. 발생하지도 않은 예정신계약비를 지금까지 냈던 보험료에서 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환급을 요구하는 운동을 하려고 한다.

<참여연대 시민경제교실 :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
일시 및 장소  2008년 6월 23일 (월) 저녁 7시 반,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참가비  오천원
참가방법  신청서를 작성해서 메일(regina@pspd.org)로 보내주세요



문의
  시민참여팀 이진영 간사 02) 723-4251, regina@pspd.org

※ 시민경제교실은 시민들이 경제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상식, 그렇지만 잘못 알려져 있는 점을 짚어 봅니다. 경제뉴스만으로는 알기 힘들었던 이야기, 우리네 삶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경제 문제를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생생하게 풀어 봅니다.

※ 시민경제교실 첫 번째 이야기는 지난 5월 26일 “강북 집값, 계속 오를까요?”를 주제로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의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2008/06/20 11:40 2008/06/20 11:40

6월 18일 (수), 참여연대 회원한마당 + 회원긴급자유토론


회원한마당(7시 반),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

회원자유토론(9시), 6.10 백만 촛불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

안녕하세요, 회원 여러분.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입니다.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한동안은 늘 우산을 갖고 다니는 것 잊지 마세요.

저희가 매달 회원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로 회원한마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광우병 집회 때문에 이런 자리가 따로 없어도 많은 회원들과 만나기는 합니다.
그래도 참여연대 회원 여러분을 위해 저희가 열심히 준비한 자리이니만큼 꼭 참석해 주셔서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합니다.

6월 회원한마당은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입니다. 금태섭 변호사는 2006년 <한겨레>에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연재했던 인물입니다. 당시 현직 검사 신분으로 피의자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파격적인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화제가 됐었습니다.

오는 6월 18일 저녁 7시 반, 금태섭 변호사와 함께 법의 세계로 떠나봅시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법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원래 이번 회원한마당은 2부 순서로 '한밤의 작은 옥상음악회'를 계획하고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회원자유토론을 긴급하게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일정이 갑자기 변경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며,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벌써 쇠고기 재협상 문제로 인한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도 40여 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지난 6월 10일에는 100만 촛불이 모여 재협상을 외쳤지만 여전히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장마만 오면 된다'는 식으로 버티고, 학생들은 '방학만 되어 봐라'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앞으로 나아갈 길을 논의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웹상으로 다양한 의견과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오고가고 있습니다.
저희 참여연대도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앞으로의 방향에 도움을 얻고자 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중지를 모아 주세요.

6월 18일 저녁, 회원한마당이 끝나고 곧바로 회원자유토론을 이어 갑니다.
(회원토론회는 참여연대 회원모임협의회에서 주관합니다.)

<참여연대 6월 회원한마당 + 회원긴급자유토론>
일  시 
2008년 6월 18일 (수) 저녁 7시 반
장  소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문  의 시민참여팀 이진영 간사  02) 723-4251 regina@pspd.org
2008/06/17 14:22 2008/06/17 14:22

6월 18일,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 참여연대 강연

[##_1C|1398088916.jpg|width="394"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법의 여신 '디케'는 두건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다. 금태섭 변호사는 이를 "법을 통해 진실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_##]“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12조의 내용이다. 이 당연한 내용을 글로 썼다가 검찰 내부에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 있다.

금태섭 변호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였던 그는 2006년 9월,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기획으로 10회 연재를 시작했다. 첫 번째 글은 ‘피의자가 됐을 때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라’였다. 이 글은 독자들로부터 ‘고맙다’ ‘신선하다’라는 반응을 얻었지만, 검찰 내부에서 강한 반발을 받았고 결국 1회를 끝으로 연재를 중단해야 했다. 당시 금태섭 검사는 검찰총장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고 서울중앙지검 총무부로 발령 받은 데 이어 12년 동안 일했던 검사직을 내놓았다.

최근 그는 『디케의 눈: 금태섭 변호사의 법으로 세상읽기』라는 책을 내놓으면서 또 한 번 주목의 대상이 됐다. ‘법은 현실이며,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법은 비현실적이고 무미건조하다’라는 지은이의 말에서 법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그의 욕망을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다.

참여연대는 오는 6월 18일,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라는 강연을 준비했다. 그에 앞서 지난 주, 변호사 사무실에서 가진 짧은 인터뷰를 통해 금태섭 변호사를 먼저 만나 보았다. 다음은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해결책이 무엇이라 보나.

[##_1R|1380994919.jpg|width="122" height="15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금태섭 변호사_##]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지난 토요일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이미 언론에서 지적했듯,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소통의 부재가 아닌가 싶다. 새 정부가 미국・중국 방문을 하는 도중 급하게 성과를 내고자 했다. 8일 만에 협상을 타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설마 미국인들이 몸에 나쁜 것을 먹겠냐”는 말로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현재 정부는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출업자의 자율규제를 통한) 월령표시를 요청한 상태이고 수입은 일단 중단되었다. 재협상밖에 해결책이 없다. 그러나 그로 인한 손해 역시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먹는 것에 대한 문제는 다른 사안과는 다르다. 이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이렇게 큰 반대에 직면하리라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재협상과 같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책 결정과정을 한 관료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의 동물성사료 완화조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의사결정을 내린 것은 누구인지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 얼마 전 『디케의 눈』이라는 책을 냈다. 부제가 ‘금태섭 변호사의 법으로 세상읽기’이다. 법에서 보는 진실은 어떤 것인지 알려 달라.

실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법은 증거에서 인정되는 것만을 진실로 본다. 직접 그 사건을 겪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증이 간다고 해서 처벌한다면 자칫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고 차선책을 생각하다 보면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지은 죄와 조금만 틀려도 승복하기 어렵다. 실체적 진실의 추구와 적정절차의 원리 모두가 필요한 이유이다.

-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형제도의 존치 문제를 이야기 할 때 늘 따라나오는 것이 '사형제가 실제 범죄예방의 기능이 있는가'하는 물음이다. 폐지론자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부 지능적 범죄에 한해서는 그 형벌을 의식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사실 나는 폐지를 찬성한다. 존치론에도 나름대로의 논리가 존재한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 보면 과반수 정도는 사형제에 찬성한다. 특히 흉악범죄가 터졌을 때는 더욱 그렇다. 현대 사회에서 형벌의 기능을 크게 ‘일반예방주의’(범죄예방) ‘특별예방주의’(교화)로 구분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여전히 ‘응보’의 정서가 깔려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에는 상당한 진리가 담겨있다”는 말을 어렸을 적 나의 아버지에게 들었다(고인이신 금태섭 변호사의 아버지 역시 법조인 출신이다). 그러나 사형제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오판 가능성’이다. 이 점은 존치론자 역시 반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멀지 않은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일어났었다. 사형제도는 위헌적 요소나 비인간적인 면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 6월 18일 강연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법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실제 현실에서는 그 반대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법의 원래 목적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법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하는지 실제 사건들을 가지고 재미있게 설명할 생각이다. 재미있어야 할 텐데.(웃음) 이러한 작동방식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부터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시행된다. 이러한 배심재판이 시작되면 재판 자체가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다. ‘재미있다’라는 것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보다 쉽게 알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 재판은 서류상으로 이루어진다. 법정에서 말을 많이 하면 판사들이 오히려 싫어한다. 물론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이런 제도를 통해 법에 대해 좀 더 친숙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 6월 회원한마당 :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
일  시  2008년 6월 18일 (수) 저녁 7시 반
장  소  참여연대 느티나무홀(1부), 옥상(2부)
참가비 1부(오천원), 2부(칠천원), 1+2부(만원)
           참가신청을 미리 받습니다. 성함과 연락처를 적어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선착순 다섯 분께는 기념품을 증정합니다.
문  의 시민참여팀 이진영 간사  02) 723-4251 regina@pspd.org

* 6월 회원한마당 2부 순서로 참여연대 옥상에서 진행하는 ‘작은 음악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별이 보이는 5층 옥상에서 클래식 기타와 오카리나의 선율이 함께 하는 음악회에도 빠지지 말고 참가해 주세요.

** 참여연대 회원한마당은 시민, 회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매달 새로운 주제와 인물로 여러분을 만납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 같이 생각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2008/06/12 13:01 2008/06/12 13:01

1부,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는 왜 눈을 가렸을까'

2006년 한겨레에 연재를 시작했던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기억하세요? 예정됐던 10회 중 1회만 나가고 연재는 중단됐지만 당시 검사의 신분으로 피의자가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법을 다루었다는 것이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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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제대로 받는 법'의 검사가 '디케의 눈'을 들고 돌아왔다. 금태섭 변호사는 EBS '지식프라임' CBS '책과 문화' 등 방송 진행자로도 맹활약 중이다.

 
화제의 주인공이었던 금태섭 변호사를 참여연대 6월 회원한마당에 모셨습니다. 금 변호사는 얼마 전 『디케의 눈 : 법으로 세상읽기』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법의 여신 디케. 그의 눈이 두건으로 가려져 있는 데 대해 금태섭 변호사는 이런 해석을 내놓습니다.

디케는 과연 무슨 이유로 눈을 가리고 있을까. 그리고 두건 뒤에 숨어 있는 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사명감에 불타는 날카롭고 광채를 띤 눈일까. 각자에게 정당한 몫을 나누어주기 위해서 저울 눈금을 주시하는 냉정하고 빈틈없는 혹은 약자를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연민이 가득한 눈일까. 그보다는 오히려 찾기 어려운 진실 앞에서 끝없이 같은 질문을 되묻고 다시 생각해보는 고뇌에 찬 눈이 아닐까. 이 책은 법을 다루면서 때때로 디케의 숨겨진 눈을 떠올리던 나의 모습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디케의 눈』, 지은이의 말 중에서)

금태섭 변호사가 보는 ‘법의 눈’은 바로 그런 ‘고뇌에 찬 눈’입니다. 그 눈은 또한 금 변호사 자신의 눈이기도 합니다. 법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밝고 탄탄한 대로(大路)가 아니라 흔들리고 좁은 여러 갈래길임을 암시합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국민참여모의재판에 참여하기도 한 그는 시민들이 좀 더 법에 가까워지고 친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에는 일반 시민들이 배심원단으로 참가합니다. 더 이상 법이 소수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란 얘기죠. 금태섭 변호사와 함께 떠나는 ‘법의 눈으로 세상읽기’ 함께 가보실래요?

2부, 한밤의 옥상음악회

6월 회원한마당 2부 순서로 참여연대 옥상에서 진행하는 ‘작은 음악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별이 보이는 5층 옥상에서 클래식 기타와 오카리나의 선율이 함께 하는 음악회에도 빠지지 말고 참가해 주세요.


일  시  2008년 6월 18일 (수) 저녁 7시 반
장  소  참여연대 느티나무홀(1부), 옥상(2부)
참가비 1부(오천원), 2부(칠천원), 1+2부(만원)
           참가신청을 미리 받습니다. 성함과 연락처를 적어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선착순 다섯 분께는 기념품을 증정합니다.
문  의 시민참여팀 이진영 간사  02) 723-4251 regina@pspd.org

※ 참여연대 회원한마당은 시민・회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해 매달 새로운 주제와 인물을 만납니다. 많은 관심 가져 주세요.
2008/05/27 22:00 2008/05/27 22:00

참여연대 5월 회원한마당
정재승의 '사랑에 빠진 뇌는 어떻게 변하는가'를 듣고

정재승은 ‘앞으로 내가 꼭 읽어볼 책 OO권’ 목록에 있는 <과학콘서트>의 저자다. 내가 가끔 지하철 가판에서 사보는 <한겨레21>에서 ‘사랑학 실험실’이라는 칼럼을 쓴다. 독자들에게도 꽤 좋은 반응을 얻는 필진 중 하나로 알고 있다. <동아일보>를 스크랩해서 내게 보여주는 친구가 있는데 심지어 그곳에까지 고정 칼럼을 맡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이만하면 스타급 언론인보다도 낫지 않은가? 그런데 본업은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란다. 그런 사람이 참여연대에서 ‘사랑에 빠진 뇌는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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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중인 정재승 교수


지난 5월 13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그렇게 정재승의 사랑학을 만났다. 무엇이든 단정하기보다 에둘러 말하길 좋아하고, 그것이 정치적으로도 옳다고 생각하는 나는 과학에 대해서도 그런 불신의 태도를 견지해왔다. 내게는 편견이 하나 있는데 그건 과학자들이 실험 수치만을 추앙하고 오차범위 밖에선 비겁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정재승 강사가, “1930년대부터 1990년대의 미스아메리칸의 불변의 조건, 그리고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주어진 그림에서 골라낸 이상형의 공통점은 엉덩이와 허리비율이 0.7이란 사실이었다”고 다소 단정적으로 말했을 때도 재미있어하기 보다 내심 표본추출의 오류 따위가 있었을 거라고 구시렁댔다.

그러나 강연은 결코 실험 결과의 수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참가자 중 6명의 남성을 앞으로 불러낸 뒤 3명씩 두 팀으로 나눠, 아무런 설명없이 한 팀은 뛰도록 하고, 한 팀은 가만히 서있게 했다. 그런 다음 몇장의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외모를 평가(!)하게 했다. 실험을 통해 (실험군이 적어 비록 결과가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신체변화가 인지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 참가자들의 눈앞에서 보여줬던 것이다. 그 성의는 곧 성과로 나타났다. 미미하게나마 하나의 가설 증명을 참관하고 난 뒤의 내 기분은 제법 과학도라도 된양 의기양양해져서 드디어 강연에의 몰입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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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대상으로 뽑힌 된 참가자들


카이스트 학생들이 사랑에 대해 워낙 보수적이기 때문에 참여연대 회원한마당 참가자의 시시껄렁한 반응(다들 ‘심심해서’ 사랑을 한다는 식의 대답을 했다)에 다소 놀랐다는 정재승 교수는, 그 역시도 다음과 같이 교과서적으로 정의한다. (무엇을? 사랑을) 그걸 내가 한 마디로 정리하면, 사랑은 결혼이나 인생의 배우자를 고르는 과정이고 호감은 원나잇스탠드의 섹스파트너를 고르는 과정이랄까. 이런 구분짓기 뒤에야 비로소 강사는 “왜 사람들은 그 많은 노력과 공을 들여가며 ‘사랑’을 하나요? 유전자 증식을 위해서도 비효율적인데 말이죠”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사랑을 하는 데는 뇌 중심부에 있는 쾌락중추를 자극시켜 매우 좋은 기분을 유발한다는 직접적이고도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 단계는 길어야 1년 반에서 3년 사이라는데, 그 이후의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 건가?

글쎄, 나는 아직 이 끌림(attraction)의 스테이지를 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고수들에 의하면 애착(attachment)이라는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생활의 안정을 가져오는 사회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정(情)인 셈이다. (강연에서는 옥시토신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것과 다음을 연관시켜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강연은 점점 더 교과서적으로 흘러갔는데, 사랑을 자선이나 봉사의 개념으로 환치시킨 것이다. 봉사를 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은, 사랑할 때와 같은 자극을 쾌락충추에 받는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뽕을 맞아보지 않은 사람이 중독이 될 리가 없는 것처럼 봉사의 뽕 역시 일단 맞아봐야 중독된다는 점이다. (여러분도 어서 자원과 봉사를!) 여기서 다소 희망적인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아무리해도 일대일의 에로틱한 사랑으로는 불감이었던 사람이라면, 색다른 사랑으로 오르가즘을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이 강연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최후통첩게임’과 ‘독재자게임’이었다. 내 경우엔 이타적 돈 0원에 이기적 돈 5000원이라는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성격이 드러났는데, 아마도 위의 교과서적인 사랑에는 자질이 없는 모양이다. 무슨 게임인지 아주 궁금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더 이상 설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