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오는 4월 총선에 필요한 국회의원 후보로 현직 장관들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장관들의 총선징발을 요청했다. 정부의 주요정책을 관장하는 장관들은 인지도, 전문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현직 장관들은 여당으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후보군이다.

불법대선자금사건으로 인해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정치권의 물갈이론이 대세인 상황에서 정치권에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전문관료출신의 장관들은 기존 정치인들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정치적 요구에 대해 김진표 재경부 장관이 가장 빠르게 반응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진표 재경부장관이 사실상 총선출마를 결정했다고 한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김진표장관이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면 재경부장관으로서 인지도가 높고, 경제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 후보로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또 정부로부터 공장증설을 허가 받은 삼성전자가 위치한 수원에서 출마한다고 하니 김진표 장관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진표장관이 재임 1년간 벌여놓은 경제정책과 집행을 볼 때는 과연 김장관이 경제전문가이자 국민의 대표자로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김진표 장관은 경제관료로서 경제전문가라고 자처하겠지만 중요한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인과 같은 행태를 보인 적이 너무 많고,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했다. 무엇보다도 김진표 장관은 지난 2003년 4월 카드사의 부실위기가 닥치자 은행들로 하여금 자금지원을 하게 하여 관치금융을 다시 부활시켰다. 더구나 은행들이 카드부실을 메우기 위해 쏟아부은 자금이 대부분 LG, 삼성카드로 들어가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김장관은 카드사의 부실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카드사가 충분한 자금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2003년 하반기에는 흑자가 나고, 연체율이 30%가 되어도 카드사들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만일 문제가 생기더라도 시장원리에 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03년 11월 다시 발생한 LG카드 사태는 김장관의 호언장담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증명해주었다. 그러나 또다시 김장관은 시장원리가 아닌 관치금융과 미봉책으로 금융기관을 압박하여 카드문제를 덮었다. 김장관도 정치인들의 특기인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행태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치인들과 같이 SK글로벌의 분식회계와 최태원회장의 배임행위를 조사하는 수사담당검사에게 분식회계 부분을 공개하지 말고, 수사발표를 늦춰달라고 하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담당검사는 이를 외압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한 재계에 대한 검찰의 불법대선자금수사에 대해서도 경제문제를 이유로 기업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는 월권행위를 하기도 하였다.

김진표 장관은 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근거없는 주장으로 불법행위자들을 감싸고,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를 한 것이다.

또한 김장관은 국세청이 2003년 4월 세정개혁 차원에서 골프장, 룸살롱 접대비 손비 불인정 추진을 발표했으나 김진표장관은 “특정 업종만 차별해서 접대비를 인정하지 않으면 헌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로 사실상 접대비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였으며, 국세청의 세정개혁의지를 꺾었다.

장관이야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개인적인 선택에 대해서는 뭐라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경제문제에 있어서 관치금융을 부활시키고, 각종 경제개혁법안에 훼방을 놓은 장본인이 임기를 1년도 채 채우지 못하면서 국회의원으로서 국민들의 평가를 받겠다고 하는 행태는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관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많은 경제전문가, 시장참여자들은 오는 총선전 3월에 카드 위기가 다시 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김진표장관이 총선출마를 위해 2월15일 이전에 장관직을 사퇴하면, 또 다른 재경부장관이 임명될텐데 가는 사람이 나 오는 사람이나 이심전심으로 총선을 의식해서 다시 한번 카드사를 살리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주문하고, 이를 집행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새로운 경제수장에 제발 권력을 지향하는 경제관료가 아닌 경제전문가를 등용하는 바람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
2004/01/28 17:10 2004/01/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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