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상승에 따른 우발사태라는 삼성측 반응은 본질 외면한 것



삼성은 글로벌기업답게 원칙적인 해결책 모색해야

금감위는 산업-금융 분리를 위한 근본적인 법제도 개선책 강구해야

1. 지난 7일(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법상의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금감위의 인가를 받지 않은 위법행위에 대해 검찰고발할 것과 금융지주회사법상의 미비점을 개선할 것을 금감위에 요청한 바 있다. 이어 9일(금) 공정위는 삼성에버랜드가 이미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에 해당되며 4월말까지 신고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와 같이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내지 일반지주회사 해당 여부 및 제재조치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삼성그룹측은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관련 법규마저 왜곡 해석하는 구태의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과연 삼성그룹이 글로벌기업으로서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추구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이에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먼저, 이번 삼성에버랜드 사안은 삼성그룹의 잘못된 지배권 승계계획의 필연적인 결과물이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삼성그룹측의 반응을 보면, 이번 사안은 계열사 주식가치의 상승이라는 우발적인 이유로 발생한 것이어서 논란 자체가 억울하다는 식이었다. 즉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386만여주)의 평가액(1조7,3777억여원)이 에버랜드 자산총액(3조1,748억여원)의 50%를 넘게 되어 (금융)지주회사에 해당하게 된 주된 이유가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1,060여만주)의 가치 상승 때문인 만큼, 이는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고자 하는 의도된 행위와는 관련이 없는 완전히 우발적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 상승 → 삼성생명 순자산 증가 → 삼성에버랜드 자산의 50% 초과'라는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삼성그룹측의 설명은 이번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는 주장에 불과하다. 우선, 2003년 1년간 삼성생명의 순자산 증가액 3조 2,179억원 중 삼성전자 주식보유분의 가치상승에 기인하는 부분은 45.2%인 1조 4,553억원이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삼성생명 순자산 증가의 주요 요인인 것은 분명하나, 유일한 요인은 아니며 더구나 이것은 이번 사안의 본질도 아니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삼성생명이 2003년말 현재 총자산 80조원이 넘는 우리나라 최대의 비은행 금융회사이며, 이 거대한 금융회사를 삼성에버랜드라는 총수일가의 비상장 가족기업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며 삼성그룹측이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사실은, 이 비상장 가족기업이 거대 금융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사실상 전혀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금융지주회사법을 비롯한 금융감독체계에 심각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안이 발생한 근본배경은 삼성그룹이 비상장 가족기업인 삼성에버랜드를 핵심고리로 해서 그룹 전체 지배권의 유지·승계를 기획했기 때문이며, 게다가 삼성에버랜드가 직접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의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생명이라는 금융회사를 끼고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즉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에게 삼성그룹 지배권을 넘겨주는 방안의 핵심요소로 지난 96년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이재용씨에게 배정하여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하고, 다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하는 현재의 지배구도를 만들었는데, 그러한 계획의 실행 이후 삼성에버랜드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계열사 자산 및 주식가치의 상승이 삼성에버랜드를 (금융)지주회사에 해당하게끔 만든 것이다.

삼성그룹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최고의 기업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수익력과 삼성생명의 자금력은 글로벌기업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진정 글로벌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룹 지배구조의 후진성을 극복하여야 한다. 이번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논란을 자산, 부채를 조정하는 편법을 통해 모면하려고 하지 말고, '글로벌기업에 걸맞게, 당당하게' 원칙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3. 한편, (금융)지주회사 해당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으로서 자회사에 대한 '지배' 요건 이외에 '주된 사업'(자회사의 주식가액이 자산총액의 50% 초과) 요건을 별도로 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주된 사업' 요건은 과거 (금융)지주회사를 원천 금지하던 시절의 잔재일 뿐이다. 즉 재벌이 수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는 사실상의 (금융)지주회사 관행을 용인하는 편법이었다. 그러나 이제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제도와 금융지주회사법상의 금융지주회사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된 마당에 과거의 '주된 사업' 요건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된 사업' 요건을 폐지하던가 또는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의 은행지주회사법(Bank Holding Company Act)에서는 은행지주회사가 비금융 자회사를 지배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즉 미국의 은행지주회사법은 '지배' 요건만을 두고 있을 뿐 '주된 사업' 요건은 없다. 은행지주회사법보다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금융지주회사법(Financial Service Modernization Act, 일명 GLB Act)에서도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 사업으로부터의 수입이 전체수입의 15%를 초과할 수 없다. 이것은 비금융 자회사의 주식가액이 자산총액의 50%미만이면 금융지주회사로 정의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법에 비해서는 매우 엄격한 규제와 감독을 부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자는, 자연인·법인·그룹을 불문하고, 금융지주회사로서 그에 합당한 규제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금융지주회사법의 원래 취지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이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법은 지나치게 느슨한 '주된 사업' 요건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금융회사를 지배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사실상의 금융지주회사들을 양산하고 있으며, 이번 삼성에버랜드의 경우처럼 우연히(!) '주된 사업' 요건을 충족하게 된 경우에도 엄격한 제재조치와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없음으로 인해 얼마든지 규제를 빠져나갈 수 있는 허점을 안고 있다.

금감위는 금융지주회사법의 맹점을 조속히 보완함으로써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를 방지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금감위는 참여연대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저하는 보습만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의 단호한 유권해석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다. 금감위의 이러한 우유부단한 자세로는 우리나라 재벌과 금융회사의 낙후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여연대는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제3조 위반에 대해 조속히 검찰고발조치를 취하고 아울러 금융지주회사법의 허점을 개선할 것을 금감위에 재차 촉구한다.

4. 한편, 삼성그룹측에서는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금융지주회사법 제4조(인가의 요건) 및 동법 시행령 제5조(인가의 세부요건)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회사 지분 보유비율(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지분 50% 이상 보유)을 삼성에버랜드가 충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제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는 관련법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제2조에서 금융지주회사에 해당하는 요건을 정의해두고 있으며, 다만 감독당국의 인가절차 없이 요건충족으로 곧바로 지주회사가 되는 공정거래법과 달리 금융지주회사법은 금감위에 의한 인가절차를 두고 있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에 해당하는 회사는 금감위에 인가신청을 내서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때 금감위가 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로 금융지주회사법 제4조 및 시행령 제5조에서 정해둔 자회사 지분보유비율 등이다. 금감위는 이 요건을 충족한 인가신청자에게는 인가를 내주는 것이고 이를 총족하지 못하면 보완을 요구하는 것일 뿐, 이것이 이른바 법 제2조의 '지배' 요건과 '주된 사업' 요건을 갖춘 자에게 인가신청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는 법 제2조의 요건을 총족하여 인가신청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 제70조에 따른 벌칙을 모면할 길이 없다.

삼성그룹도 금감위도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경제개혁센터


2004/04/12 14:46 2004/04/1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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