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재벌의 시녀가 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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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3 11:12
전·노 비자금관련 기업인처벌 때보다도 후퇴한 검찰, 부끄러운 줄 알아야
불법 정치자금 기업인에 대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할 것
1. 검찰이 지난 11일 (주)LG의 강유식 부회장에 이어 12일에는 롯데그룹의 신동인, 임승남 사장을 배임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며 불법 대선자금 제공과 관련된 기업인 처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 신격호 회장 등 재벌 총수는 불입건 처리되었으며,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직접 연루된 정황이 없는 총수는 불기소 처리하고, 처벌이 불가피한 기업인은 가급적 불구속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려했던 대로 재벌 총수에 대해 사실상 일괄적 사면을 예정한 검찰의 수사방침이 드디어 현실로 드러나는 것에 개탄해마지 않을 수 없다.
2. 특히 참여연대는 검찰이 탄핵정국에 이어 총선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현 시점에 불법 대선자금 관련 기업인의 사법처리를 진행하는 것이 재벌 총수들에 대한 면죄부 발행에 따른 국민적 비난을 희석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심지어 수사를 종료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재벌 총수는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먼저 내릴 수 있는가. 수십, 수백억의 검은 돈이 정치권에 넘겨지는데, 총수는 전혀 몰랐다는 기업측 진술을 검찰은 곧이곧대로 믿었다는 것인가. 검찰의 결정은 SK그룹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실이 밝혀진 이후, 이번만큼은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길 바랬던 국민의 간절한 염원을 또다시 저버리는 것이다.
3. 한편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는 지난 95년 노태우, 전두환 비자금 당시 검찰이 보였던 단호한 태도를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관련 공판에서 논고문을 통해 기소된 재벌 총수들을 "노태우 피고인의 부정축재가 가능하도록 한 일방 당사자로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서민들로서는 평생을 가도 만져보지 못하는 수십억, 수백억원의 뇌물을 제공하여 정경유착의 원인을 만든"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당시 검찰은 기업의 뇌물 공여가 관행이나 권력의 압력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변명하는 재벌 총수들에게 "이권을 얻고 특혜를 따내기 위하여 스스로 나서서 권력을 부패시킴으로써 정경유착의 원인을 제공하고, 이를 더욱 고착화한 것은 오히려 기업 쪽"이었음을 강조하고, 손쉬운 정경유착의 비정상적 수단에 안주하려는 타성은 이제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검찰은 9년 전 "지금까지의 관행이 '뇌물을 주는 관행'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이를 단호히 척결하여야 할 것입니다. 공정경쟁의 원칙을 깨뜨리고 경제정의의 실현을 방해하는 그와 같은 관행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그런 관행을 조장한 피고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하여야 할 것입니다." 라며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재벌 총수들의 처벌을 재판부에 촉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척결을 다짐했던 정경유착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은 채, 지난 대선 천문학적 액수의 차떼기로 이어지고 말았다. 작금의 참담한 현실에는 검찰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으며, 9년 전보다도 오히려 후퇴한 검찰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4. 검찰은 9년 전, 그리고 최근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밝힌 대로, 오로지 법과 원칙만을 따라 수사에 임하고 불법행위자는 예외없이 엄정하게 처벌하여야 한다. 더 이상 경제의 어려움을 핑계대며 머뭇거린다면 검찰의 수사에 걸었던 기대만큼 커다란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지난 3일, 취임 1년을 맞아 "정치 검찰이 되어서는 안되며 검찰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이 독립적이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시녀 뿐 아니라 자본의 시녀가 되어서도 안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별첨: 노태우씨 비자금공판 검찰 논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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