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소유한도 상향조정 방침 철회하라
금융관련 법제도/금융정책 :
2000/10/26 00:00
정부는 친재벌 정책으로 선회하는가?
1. 재경부가 지난 25일 이른바 '은행 주인 찾아주기'라는 명분을 걸고 은행소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대로 상향시킬 방침이라고 밝힌 것은, 소유한도 제한이 없는 제2금융권이 이미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해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은행까지 재벌에게 넘겨주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에 다름 아니다. 투신사 등 재벌 소유 제2금융기관이 각종 부당내부거래로 계열사들을 불법적으로 지원하여 적발된 사례나, 요즈음 정국을 들썩이고 있는 동방금고 사건이 바로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소유했을 때의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2. 주인 있는 경영이 반드시 대주주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소유한도를 완화하면 재벌이 대주주가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동안 재벌이 소유한 제2금융기관들이 주인 있는 경영을 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왔다고 볼 수 있는가? 주인 있는 경영은 오히려 부실경영을 사전에 차단하고 사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견제장치가 있을 때 실현될 수 있다.
3. 은행소유한도 문제는 그 동안 수 차례 제기되었으나,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로 인한 폐단이 클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현행 4%를 유지해왔으며, 최근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할 때도 논란이 되었으나 결국 4%한도는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4. 결국 정부의 은행소유한도 상향조정 방침은 재벌의 이해와 요구만을 반영한 것으로, 정부가 IMF 이후로 추진해 온 재벌개혁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친재벌적인 정책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근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등 재벌개혁의 핵심적인 과제들은 외면하면서, 부유층의 자본 해외도피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는 2단계 외환자유화를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것이나, 정·재계 간담회를 통해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 등의 재계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로 한 것 등은 이러한 정부정책의 방향선회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5. 참여연대는 정부의 친재벌적인 정책기조를 강력히 비난하며, 은행소유한도 상향조정, 지주회사설립요건 완화, 2단계 외환자유화 등 개혁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즉각 철회하고 집단소송제와 집중투표제를 핵심으로 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즉각 도입하여 재벌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나갈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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