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의 금산법 위반행위에 시정권한 없다는 핑계로 시정조치 포기

동일 사례인 동부화재·동부생명에 시정명령 내린 것 대비 형평성 상실



1. 지난 2일 (금) 금융감독위원회는 98년과 99년,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계열사 주식취득 과정에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제24조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현행 금산법에 시정명령권이 없고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은 고의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7월말까지 자체적으로 해소하는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작년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의 유사한 사례에 대해 금감위가 시정명령을 내렸던 일과 비교할 때,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에 대한 금감위의 조치는 완전히 형평성을 잃은 것임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는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유보하는(supervisory forbearance) 감독당국의 도덕적 해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동부화재 및 동부생명과 마찬가지로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에도 5%초과 지분에 대한 처분을 명령할 것을 촉구한다.

2. 무엇보다 금감위가 법 위반 행위라고 결론짓고도 현행법상 시정명령 규정이 없기 때문에 초과지분 처분을 강제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금융감독당국으로서 최소한의 감독기능과 의무를 포기한 것이며, 법집행에서 형평성을 잃은 처사이다.



참여연대가 금감원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작년 7월 4일 아남반도체 주식 9.68%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금감위의 승인을 받지 않은 동부화재, 동부생명에게 문책기관경고 및 임원에 대한 주의적 경고와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 올해 4월까지 5%를 초과하는 나머지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즉 금감위는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의 경우에는 금산법상 시정명령 규정이 없음에도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 제21조(기타조치) 및 보험업법 제134조(보험회사에 대한 제재)에 의해 시정명령, 즉 초과지분 처분명령을 내렸는데 반해,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우에는 시정명령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해당 회사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맡긴 것이다.



이는 명백히 동일한 사안에 대해 불법행위자의 위상에 따라 법규적용을 달리한 것이다. 동부그룹의 금산법 위반 사안에 대해 타 법령을 근거로 시정조치를 했다면, 당연히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부과해야 한다. 금감위가 법의 문제점을 핑계로 또다시 '거대 재벌 봐주기'식으로 문제를 봉합하려 한다면 금융감독기구로서의 직무유기일 뿐만 아니라 재계 순위에 따라 제재조치를 차별적으로 내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이는 감독당국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금감위는 금산법 개정을 추진한 뒤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에 대한 시정조치나 과태료 부과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해당 회사에 자체 해결안을 제출하라고 통보한 후에, 더군다나 개정법을 소급 적용할 경우 발생할 위헌소지 논란을 금감위도 모르지 않는 상태에서, 제재할 예정이라는 것은 면피용 발언에 불과하다.



3. 한편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주식취득이 각각 중앙일보의 계열분리와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인수하게 된 것이며, 취득 당시 공정위의 허가를 받았으므로 금산법 위반 자체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금융회사가 계열분리로 인해 매각해야 할 계열사의 지분 또는 신규 계열 편입되는 회사의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가? 금융회사가 불필요한 계열사 주식 또는 타 회사 주식을 인수하는 것은 자산운용과 관련한 자율적 판단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이는 주주 및 저축자에 대한 배임행위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변명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이며, 법위반 사실이 확인된 이상 금감위의 시정명령 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초과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특히 금산법 제24조와 같은 '지배'(control) 관련 법령의 위반에 대한 처분명령은 지배관계 자체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초과지분을 다른 계열사나 우호적인 세력에게 매각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추후 시정명령 권한을 명시적으로 도입하는 금산법 개정시 지배관계의 실질적 해소를 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참여연대는 금감위가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에 대해 동부그룹과 마찬가지로 법 위반 사안에 대해 즉각 시정을 명령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또한 참여연대는 관련 사실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통보하여 금감위의 책임을 추궁하도록 할 것이며, 감사원에 대한 감사청구를 검토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2004/07/08 11:08 2004/07/0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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