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이미 합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 사실상 '철회' 요구
기업지배구조관련 법제도/공정거래법 :
2004/07/16 00:36
참여연대 " 후퇴한 재벌개혁 원상복귀도 안 되는 수준"
올해 초부터 정부, 여당, 재계의 합의를 거쳐 확정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전경련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한나라당 유승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공동 제안으로 14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재계 측 민간전문가로 참석한 전경련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제한 축소 철회 등 사실상 '개정 철회'를 요구했다.

전경련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 애초 공정위 안에서 완화된 "기본 틀은 유지하되 졸업요건 등을 일부 완화하겠다"는 안에서 더 나가 "금년 중 폐지"를 주장했다. "기업의 신규투자 저해요인, 국제경쟁력을 갖춘 미래 신성장 기업의 출현 제약,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따른 경영권 곤란, 기업의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충분하여 시장기능 작동" 등이 폐지를 주장하는 논거다.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한도를 현행 30%에서 15%로 줄이는 안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나섰다.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과 경영간섭이 증가될 우려가 있으며, 계열금융사를 통한 지배력 확장과 무관하고, 국내기업의 역차별적 규제라는 것이 그 이유다.
금융거래정보 요구권(계좌추적권)의 재도입도 "명분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계좌추적권을 통해 적발하고자 하는 부당내부거래는 사실상 근절되었거나 적은 비율이다. 재도입할 실효성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재계와 사전협의를 거친 사안" 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공정위의 개정안에 대해 "2002년 4월 이후 후퇴한 재벌개혁을 그 이전 상태로 환원시키지도 못하는 수준이다. 지나치게 수세적" 이라고 평가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법적, 준사법적 규율 그리고 자율규제가 모두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파수꾼 역할을 하는 금융감독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재벌개혁의 명분에 걸맞는 수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요구했다. 김 소장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이 개정안에서 개혁 취지에 걸맞는 것이 하나라도 남아 있나. 시장개혁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되어 버렸다. 결국 전경련에게 로비창구 하나를 더 만들어 준 것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상조 소장은 전경련에 대해 "전경련의 주장은 재벌 스탠다드일 뿐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규제폐지를 주장할 때는 미국식 시장논리를, 경영권 방어를 주장할때는 유럽식 시장논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설득력을 가지려면 우선 논리의 일관성부터 갖추라"는 충고와 함께 규제완화를 주장하기에 앞서 "자율규제기관으로서 역할을 한번 해보라"고 요구했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는 "지배소유구조에 정답은 없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정답은 없지만 원칙은 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재계의 주장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를 합리화하며 민주주의에 정답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빗대었다. 김 교수는 "정답은 없지만 원칙은 있다. 회계부정 안하는 투명성, 전문성, 책임성 등 기본적인 원리원칙에 대한 정답은 분명히 존재한다. 왜곡하지 말라"며, 전경련이 말하는 기업가 정신의 본질은 "이익은 주로 총수가 챙기고 손해는 주주나 노동자가 감당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항목과 관련, 참여연대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강화, 특히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졸업 요건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지주회사는 소유구조를 다소 단순화시키기도 하지만 총수의 가공적 지배력을 증폭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지주회사로 전환되었다고 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상에서 제외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계열사 의결권은 15%로 낮추는 수준에서 타협할 것이 아니라 아예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 4월 이후 인정한 것이 예외적 상황이므로, 원래 금지했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거래정보 요구권 도입도 3년 시한이 아니라 영구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재계의 "실효성 없다"는 주장에 대해 "비율이 적다는 주장이 수사의 필요성을 치환할 수 없다. 금융거래정보 요구권은 경쟁질서의 확립과 일반민주주의의 피해방지를 위해서"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버린에 대한 SK(주)(현 SK네트워크)의 경영권 위기의 예를 두고 서로 상반된 해법을 제기하며 공방이 더욱 가열되기도 했다.
전경련은 "경영권 위기는 현실이며, 방어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금융계열사 의결권 허용 등 규제 완화"를, 참여연대는 "계열사간 순환출자는 결국 적대적 인수합병의 대상이 된다. 출자규제 강화와 금융계열사 의결권 금지로 사전 방지"를 해법으로 제시하며 맞섰다.
김상조 소장은 경영권 방어의 본질은 "독립적인 다른 존재를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재벌의 경직성에 있다"고 지적하고, "재계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주로 언급하고 있지만, 경영권이 넘어가는데는 인수합병, 경영참여, 감시 등의 다양한 수준이 있다. 이 중 어느 수준까지 방어해 달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소장은 적대적 인수합병이 난무했던 시기를 겪은 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영권 방어수단과 함께 시장감시 기능을 만들어 낸 미국의 예를 들며, "일방적인 경영권 방어 주장은 결국 경영권 지상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원 교수도 "IMF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경영권의 안정성과 책임성과 함께 감시와 견제를 통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