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재벌에게 투자를 구걸하는 열린우리당의 규제개혁위



국회 규제개혁특위 소속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조기 폐지와 재벌소속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의 도입시기를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업규제 15개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회 규제개혁특위 소속 일부 열린 우리당 의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그동안 참여정부가 '재벌개혁'의 원칙으로 추진해온 시장 개혁로드맵과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일관성 있는 국정운영을 추진하겠다'던 노대통령의 5·15 대국민 담화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시도일 뿐 아니라 지난 4월 총선에서 보다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라고 국회 과반수를 만들어준 민의를 배신한 태도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제개혁특위 소속의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미 재벌들의 왜곡된 경제위기론 공세에 포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정부의 규제가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는 전경련식 경제위기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그동안 누차 강조했듯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계의 왜곡된 경제위기론부터 극복해야 한다.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 발상은 소수 재벌에 의존하는 성장 전략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나아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좀처럼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산업간·기업간·고용 및 소득 수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수입부품 의존도는 높으면서 고용효과는 낮은 업종으로 수출품목이 재편됨에 따라 수출만으로 성장과 고용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경제지표를 통해 확인되는 것처럼, 최종 조립 대기업과 소재 부품 중소기업간의 연관 효과가 70년대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으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부재로 대기업의 수출확대가 국산부품 및 설비 구매로 연결되지 않음으로써 설비투자의 수입대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내수를 결정짓는 가계의 소비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의 채용 확대 등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여기에 카드빛 등의 가계 부채가 늘어남에 따라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소득재분배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해줄 사회안전망이나 조세제도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경제 구조적 원인들의 치료는 도외시한 채 재벌의 투자를 구걸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규제 완화정책의 추진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경제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경기활성화를 명분으로 최소한의 재벌감시와 시장규율 장치를 완화해버리는 조급함과 무모함이 국가경제에 어떠한 해악을 가져오는 지를 최근의 '부동산 버블'과 '카드 대란'을 통해 분명히 경험하였다. 구조조정을 중단한 채 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이 2-3년 후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 문제로 폭발하여 현재까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러한 교훈을 무시한 채 재벌에 의존하는 성장만을 고집하는 국회 규제개혁 특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지적 나태함과 시대착오적인 판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출자총액 제한 폐지 주장이 문제가 되자 이것을 당 차원에서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재벌의 투자촉진을 위해 출자총액제도 폐지와 재벌 소속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철페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경제위기를 현실을 눈앞에 두고 성장동력의 확충을 고민하는 규제개혁 특위의 '충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첫 출발이 재벌그룹 총수의 계열사 지배를 보장하기 위한 출자총액제한과 재벌계열 금융기관의 의결권 문제라면 앞으로 규제개혁위원회에 제대로 된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더군다나 규제개혁위원회를 경제관료 출신 의원이나 '한건주의'에 사로잡혀 재벌과 몇몇 언론의 논조에 영합하려는 일부 초선위원들이 주도한다면 우리의 우려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재벌문제에 관련하여 규제개혁위원회가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침묵하는 것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조급함에 쫓겨 재벌문제에 손대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열린우리당이 재벌을 위해 개혁을 포기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2004/08/09 16:38 2004/08/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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