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에 편중된 조직구성으로 재벌 입장만이 반영된 규제 완화 우려



국무조정실이 대기업 인사로 편중된 규제개혁기획단을 꾸려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국무조정실은 내수증진 및 고용창출을 위해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정비하기로 하고, 2년간 한시조직으로 운영될 규제개혁기획단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기존에 있던 규제개혁위원회는 신설되거나 강화되는 규제를 검토하고, 신설된 규제개혁기획단은 2년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점검하게 된다. 이들은 금융을 비롯해 건설, 토지, 경쟁제한, 물류, 유통 등 총 7800건에 이르는 기존 규제를 검토하고 그에 대한 개혁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규제개혁기획단은 공무원 26명, 민간인 25명이 참여해 총 51명으로 구성되며. 규제개혁조정관이 단장을 맡는다. 25인의 민간인은 대기업 인사 10명, 전경련 인사 1명, 중소기업협회 인사 1명, 각종 정부출연연구기관 인사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소속 기업과 기관에서 규제개혁기획단에 파견되어 근무하고 2년 뒤 해당 기업과 기관으로 복귀한다. 파견기간 2년 동안의 급여도 소속 기업과 기관에서 받는다.

중앙인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현행 민간의 공직파견시 비용부담에 대한 특별규정은 없으므로 공무원과 똑같이 소속 기관(기업이나 연구원)에서 비용부담을 하는 것은 위법이나 편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2년의 파견 기간 동안 소속기관으로부터 급여를 받으며 2년 후 다시 소속기관으로 복귀하는 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알려지자, 이해충돌로 인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업측 대표로 참여하는 인사들이 모두 삼성, LG, 현대 자동차, SK, 대한항공, 롯데,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금호, 아시아나 등 재벌 기업 출신들로 채워져 있어, 재벌에 대한 규제와 관련한 기획단의 논의가 재벌의 입장만이 반영된 규제 완화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높다.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간사는 "민간기업에서 공직으로 가는 경우도 이해충돌 문제를 규제하기 위해 백지위임신탁 등을 만들자고 한다. 그런데 민간기업 출신이 아예 중요한 정책을 입안할 때 발생할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서 아무 대비가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특히 25명의 민간인 중 대기업 인사가 10명이다. 이들은 자기 회사에서 월급받으며 2년 동안 일하고 2년 후에는 다시 자기회사로 돌아간다. 이들이 규제검토과정 중 직면할 갖가지 이해충돌 상황에서 누구 편에서 판단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최 간사는 또 "규제개혁기획단은 중소기업은 배제된 채 재벌 위주로 구성되어 형평성을 상실한 조직이다. 규제완화 중 재벌에 관련된 규제는 대부분이 금융시장에 있어서의 건전성 규제를 비롯해 공익과 관련된 것인데, 재벌들의 입장이 반영되어 규제가 풀린다면 카드대란과 같은 위기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담당 서기관은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담당 서기관은 중소기업에도 규제개혁기획단에 직원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을 했으나, 비용부담 등의 현실적 어려움으로 거절당한 것이라고 밝히고, "해당 기업 인사들은 각 기업을 대표해 온 것이 아니라, 실무를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규제를 검토하기 위해 온 것일 뿐이다. 재벌 편중 구성이라는 시각은 거두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다른 규제는 '공정거래법, 그 중에서도 논란이 되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정도'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재정이 어려워 중소기업이 참여를 거절했다고 대기업 위주로 기획단을 구성했다는 것이야말로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규제를 개혁하려고 했다면 별도 재정을 만들어서라도 그에 적당한 조직을 구성야 할 것 아닌가. 쉽게 구성하고 쉽게 정보를 받으려는 편의적 발상으로 이렇게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불합리한 규제를 실무자 출신의 검토과정을 통해 개선하려는 시도에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지만 신설된 규제개혁기획단의 활동 결과는 일부 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규제개혁의 질이 문제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수준을 보면 우려되는 측면이 더 많다. 규제를 공정한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면 조직부터 그렇게 구성해야 한다. 규제라는 것이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검토과정 역시 이러한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반대 당사자의 참여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쪽 이해 당사자만으로 구성된 조합은 문제가 많다. 국무조정실에서는 실무라는 말로 대표성이 있다고 하지만, 파견된 대기업 인사 10인은 실무자라기보다는 사실상 '재벌대표'의 의미라고 본다. 이들 재벌대표들이 현재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편중현상이 우리사회의 심각한 경제문제인 상황에서 기존의 규제마저도 재벌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최현주 기자
2004/08/25 13:44 2004/08/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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