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관련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 국회심의 관련 성명



1. 8월 임시국회에 상정된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활성화를 위한 간접투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이 25일 공청회를 거쳐 오늘(26일) 재경위원회 금융및경제법안등 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미 수차례 밝힌 바와 같이 PEF의 도입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나 ‘경제력 집중 억제’와 같은 금융시장의 근본 운영원리를 훼손하는 것은 분명하게 반대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2. 우선 참여연대는 개정안이 은행에 대한 재벌의 소유규제를 우회적으로 완화하여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 크게 우려한다.

그러나 재경부는 현행 은행법에 의하더라도 재벌이 의결권을 포기할 경우 무의결권 주식을 포함하여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으므로, 이와 비교할 때 개정안이 크게 완화된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도 높은 금융감독의 대상이며, 지배구조에 관해서 여러 가지 법적 제약이 존재하고, 출자지분과 의결권이 비례하는 주식회사 형태인 은행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과 사적 자치의 원칙 아래 각종 감독으로부터 자유스럽고, 지배구조에 관한 명시적 제약 없이 비공개의 특약을 가질 수 있고, 출자지분과 사실상의 지배간의 괴리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는 PEF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또한 무의결권 보유를 전제로 재벌의 은행주식 소유 상한을 완화한 현행 규정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중요한 정책원리 라기보다는 과거 서울은행의 민영화를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추가된 조항이다. 그러나 정작 서울은행의 민영화는 이 조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은행간 인수합병에 의해 이루어졌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이 조항을 당연한 출발점으로 받아들인 상황에서 소유규제를 더욱 완화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결국 은행을 재벌에게 넘기겠다는 발상의 은폐된 표현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간의 유착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문제는 단순히 이론적 가능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존하는 현실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99년 삼성생명이 계열사 등에 대한 부당내부거래로 금감위의 제재조치를 받은 사안에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이 직접 연루된 사건은, 감시자로서의 은행과 감시 대상인 기업의 관계가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고 이에 대한 감독기관의 사전적 감시체계도 허술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에 대한 소유규제를 현재보다 더욱 완화한다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발상일 뿐이다.

3. 공정거래법상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관련 조항 10년 적용배제 역시 반대한다. 특히 배제된 규정 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공정거래법 제8조의 2제1항 4호 및 5호이다. 이 조항은 금융지주회사가 국내의 비금융회사를 추가로 자회사로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고, 동시에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지배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결국 이 조항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것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중요한 정책목표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주회사 관련 조항은 사문화된 조항이 아니라 지금 현재 재벌기업의 행동을 규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올해 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금융지주회사 삼성에버랜드’ 문제와 지주회사로 전환한 LG그룹이 LG카드 출자를 검토할 당시 이를 규제했던 조항이 바로 이 조항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적용배제한다는 것은 재벌에 대한 실질적 규제의 강도를 크게 완화하는 것이다.

4. 또한 상법 제173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합자회사인 PEF의 무한책임사원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법체계상 모순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행 상법 제173조가 주식회사의 무한책임사원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주식회사가 기본적으로 무한책임을 부담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정안에서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을 허용하는 것이 만약 PEF에 무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하는 주식회사의 주주에게 실제로 인적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라면 이는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다. 반대로 무한책임사원인 주식회사에 대해 실제로는 유한책임만을 인정한다면, 이는 무한책임사원이라는 용어 자체를 무색케 하는 언어의 유희일 뿐만 아니라, 무한책임의 실질적 부담을 전제로 설계된 무한책임사원의 권한과 의무를 새롭게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야기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상법은 이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형태와 관련된 규범은 경제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내용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개정안을 발의한 재경부와 국회 차원의 충분한 검토를 거쳐 먼저 상법의 회사편에 이와 관련한 기본규범을 적절하게 반영한 후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이다.

5.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참여연대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PEF의 도입취지에 동의하며, 이를 위한 법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러나 이것을 명분으로 재벌이 금융기관을 소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서는 결코 안될 것이며, 현행 상법 체계와의 충돌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의 소지를 남겨서도 안될 것이다. 개정안에 이러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잠재되어 있다면 반드시 수정하거나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와 경제력 집중 억제와 같은 별개의 정책목표를 희생하는 조항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하며, 현행 상법의 체계와 충돌되는 문제는 상법의 개정을 통해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보완해야 함을 강조하며, 이런 수정보완이 없이 현재의 개정안을 졸속으로 통과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끝.

▣ 별첨: 재경부 주장에 대한 참여연대 의견서

경제개혁센터


2004/08/26 11:08 2004/08/26 11:08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Economy/trackback/11983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