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모니터] 한나라당, 공정위 재벌정책 집중 공격
기업지배구조관련 법제도/공정거래법 :
2004/10/19 19:58
18일 국회 정무위 공정위 국정감사 모니터 보고서
18일 국회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계속되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정위가 과도한 규제로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으며 계좌추적권 남발로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출자총액제한 등 재벌 규제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정감사 이후 정무위에서 심사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감을 통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한나라당과 이에 맞서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 전초전 성격의 설전이 오고가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중소기업 대책 등을 차분하게 따졌다.
한나라당 의원들, "공정위 때문에 투자 안 는다"
이한구(한나라당) 의원은 "공정위가 경제 개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기업들이 공정위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강철규 공정위원장이 "전경련이나 SERI 보고서에도 기업들의 투자부진 이유 중 출자총액제한은 하위에 머물고 있다"고 반박하자, "기업들이 사석에서는 강조한다. 정부 내에서도 산자부 등은 공정위가 기업투자를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발언시간 내내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따지기보다는 공정위에 대한 '성토'로 일관했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행사할 때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며 실제 명의인에게 계좌추적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2002년 LG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시 애초에 조사대상이 아니었던 LG텔레콤에 대해서도 계좌추적을 실시한 것에 대해 따졌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회사채를 최종 인수한 곳이 어디인지 알기 위해 조사상 불가피했다"며, "회사채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이런 조사 자체가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명의인·수신처 등을 표준양식에 기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공정위 측은 "양식에 기재하지 않더라도 표지공문에 필요한 내용을 적시하였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으나, 김 의원은 표준양식에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불법양식'이라고 주장하여 논란이 일었다.
김정훈 의원은 또 보도자료를 통해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 집단 중에서 출자여력이 100억원 미만인 기업들까지 포함할 때 329개 회사 중 69%가 '사실상' 출자여력이 없다고 발표하고, "출자여력이 23조원에 달하고 각종 예외를 통해 출자한도에 관계없이 출자를 허용하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공정위의 주장은 현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다른 의원과의 질의 응답과정에서 "출자여력이 해소된 기업은 69개이고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출자여력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이며, 주력 기업들을 중심으로 출자여력이 많이 남아있다"고 반박했다.
남경필 의원, 삼성전자 입장 대변하며 소리 높여
금융계열사 의결권 문제와 관련하여,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삼성 측 자료를 인용하며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완화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남 의원은 "우리 나라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M&A는 6.25전쟁과 같은 의미"라고 주장하며,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도 존재한다면 의결권 제한 축소를 늦추던지 계획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고 하여 개별 기업의 경영권 문제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위원장이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라는 원칙의 문제라고 답변하자, 남 의원은 어떤 법이나 어떤 원칙도 시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우량기업의 M&A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강변했다.
또한 남 의원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으로 삼성전자 1% 의결권 확보하는데 7.4조원이 소요된다"고 주장하고, 강 위원장에게 삼성전자 적대적 M&A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은 적다"고 답변하자,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 않으면서 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느냐, 의결권 제한을 15%로 내려서 왜 적은 가능성을 더 높이려고 하냐"고 따졌다. 강 위원장이 우리나라에도 5%룰, 자사주 취득 등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고 답변하자, 남 의원은 "5%룰은 강제규정이 아니다. 자사주 1% 취득하는데 7조원 든다"며 반박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상장회사 주식의 5%이상을 취득할 경우 신고하도록 하는 5%룰은 의무사항이며, 자사주 1% 취득하는데 드는 비용은 7천억원이다. 남 의원은 이어 강 위원장에게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책임질거냐, 카드 대란 때도 아무 문제없다고 해놓고 나중에 책임 하나도 안 졌다"며 소리를 높였다.
지난 9월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육탄저지 사태와 관련하여 참여연대가 발표한 "차떼기당의 결초보은"이라는 제목의 비판성명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시작된 남경필 의원의 '삼성전자 금융계열사 의결권 허용' 주장은 "나의 주장을 재벌옹호라고 폄하하지 말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유승민(한나라당) 의원도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문제를 제기하며 강위원장을 공격했다. 유 의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허용과 관련하여, 국가가 연기금을 동원하여 민간기업에 투자를 하고 의결권행사를 하는 것은 '연기금 사회주의' 라며, "국민들이 내고 싶지 않은데도 강제로 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허용하면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삼성생명의 의결권은 왜 금지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이 "그건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하자 유 의원은 "국가금융이 더 나쁘냐, 재벌금융이 더 나쁘냐, 삼성생명이나 국민연금이나 자기 돈 아닌 건 둘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학진 의원 "삼성이 정무위 의원 상대로 치열한 로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부분 재벌기업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이 여전히 심각하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채수찬 의원은 "15개 그롭 총수의 자기지분은 평균 1.5% 수준인데 계열사 지분을 포함한 내부지분율은 46.2%에 달하고 있다"며 이는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순환출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단계적으로 순환출자를 금지함으로써 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답변했다.
전병헌(이상 열린우리당) 의원은 "IMF 위기 이후 내외부 견제정치가 도입되었다고는 하지만 사외이사 등 내부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어 여전히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출자총액제한 문제는 재벌과 공정위·개혁세력 간의 진검승부"라고 말했다.
문학진(열린우리당) 의원도“출총제는 소유·지배구조를 왜곡시키는 재벌체제 폐해를 완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신학용(열린우리당) 의원은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는 규제해야 하지만 적대적 M&A에는 대한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며, "M&A에 대비해 삼성 이 회장에게 차등의결권을 주는 방안을 어떻게 보느냐"고 질의했고, 김현미(열린우리당) 의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차등의결권 부여는 "특정 사기업에 대한 시혜적 특혜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히면서도 "국민적 동의와 유럽에서 취했던 사회협약 수준의 조건이 전제될 때 개방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학진 의원이 질의를 시작하면서 “삼성에게 전방위 로비를 받은 것처럼 국정감사에서 일방적으로 삼성을 두둔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 의원들과 설전이 오갔다. 권영세, 유승민 의원 등이 ‘망언’이라며 반발하자, 문의원은 ‘직접적인 금품 수수만이 로비가 아니라 광의의 로비도 있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회부되자 삼성에 재직하는 고교 동창이 수 십년만에 연락을 해오더라”며 “그 친구와 술마시고 얘기하면서 설명을 들었는데 그것도 하나의 로비 아니냐”고 밝혔다.
이에 유승민 의원은 "그럼 의결권 제한을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삼성의 로비를 받았다는 것이냐"며 참여연대의 '차떼기당의 결초보은' 성명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중" 이라고 말했다.
삼성SDS BW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시각 차이
지난 9월 24일 대법원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패소판결을 내린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건과 관련해서도 ‘부당지원 행위’의 판단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유승민, 권영세 (한나라당)의원이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볼 것이 아니라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로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강 위원장은 “공정위가 부당지원행위의 위법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며, 개인적으로 대법원이 부당지원행위의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문제는 공정위의 소송 기술 부족이 아니라 시장경쟁제한성을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김현미 의원은 공정위의 입증이 충분하지 못한 것은 인력 구성이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공정위 조직구조 정비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불공정 하도급 대책, 변칙증여 근절 방안 마련 촉구
민주당 이승희 의원은 "공정위가 하도급 등 중소기업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엉뚱한 방향으로 권한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업무에만 치중하지 말고 하도급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국감에서 중소기업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은 “우리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들이 만성적인 자금난에 납품단가 인하 등에 따른 채산성 악화마저 겹치면서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불공정하도급 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 납품원가계산공정화 시스템 개발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반대하는 당론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으며, 삼성그룹 이재용 씨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발생한 변칙증여를 근절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강 위원장은 이재용 씨의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해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밝히고, "상속증여 문제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소유지배구조 개선, 시장의 감시 메카니즘 창출을 통해 접근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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