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LG카드 추가출자 요구에 대한 논평



8일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LG그룹이 LG카드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론상 LG 카드 청산이 불가피하다"며 LG그룹에 대해 보유채권을 출자전환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국책은행을 앞세운 관치금융의 악습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우리는 이번 산업은행 총재의 추가 출자전환 요구 역시 지난 시기 관치금융의 구태를 반복할 뿐 아니라 관료들의 정책실패를 투자자들의 부담으로 전가시키려는 태도로 비판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미 지난 1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LG카드에 대해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채권단 누구도 추가로 유동성 지원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 총재는 그 동안 계속해서 채권단이 합의할 당시와 상황이 달라져서 새로운 정상화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 있다는 식으로 추가지원의 가능성을 제기하더니 결국 LG계열사들에게 추가출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여전히 회생여부가 불투명한 LG카드에 대해 단순히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채권단과 LG그룹 계열사들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번에만 자금을 지원하면 LG카드는 회생할 수 있다는 논리로 채권단을 압박해왔으나, 여전히 부실자산의 규모는 불확실하고, 앞으로 LG카드의 회생을 위해 소요될 자금지원의 규모 역시 예측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상장폐지와 신용하락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 얼마가 더 늘어날지도 모르는 자금지원의 물꼬를 트는 추가출자를 결정해야 하는지 강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LG카드의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와 신용등급의 하락 등으로 인한 어려움은, 그것이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게 될 상황에 처했을때에 한해서, 각종 금융법령에서 정해진 절차(예컨대 금산법상의 적기시정조치)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산업은행이 결국에는 투자자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자금을 동원하는 것은 정책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관료들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구체적으로 LG계열사의 LG카드에 대한 출자전환이나 추가출자 문제는 당해 계열사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준수하면서 이미 발생한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지, 정부의 정책실패를 은폐할 목적으로 투자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LG카드에 대한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 그것은 대주주 개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지, 그룹 계열사들과 투자자들이 책임질 일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산업은행을 제외한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난 1월의 합의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LG카드를 위해 단 한 푼이라도 추가로 지원하는 행위는 명백하게 채권금융기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역시 그것이 변칙적인 공적자금 지원으로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책임있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2004/12/10 11:59 2004/12/10 11:59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Economy/trackback/1249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