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분식 유예’는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예정대로 법 시행해야



1. 오늘(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이 발의한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과 전경련의 증권집단소송법 부칙 개정청원이 상정되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미 정부와 여당은 지난 21일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를 3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하고, 법사위에 계류 중인 김애실 의원의 개정안의 대안으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적용 유예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함에도, 어떻게든 재계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애쓰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법 시행을 불과 열흘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 여부를 국회 안에서 논의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만을 부추길 뿐이다.

2.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증권집단소송 적용 유예는 회계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회계연도는 결산일 기준으로 마감이 되고 결산일 이후에는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 분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나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시 분식을 하는 경우 모두 ‘다른 회계연도’에 발생한 ‘다른 분식행위’이다.

설사 이를 무시하고 과거의 분식과 새로운 분식을 구별해낸다 하더라도, 이들이 소송대상인가 아닌가를 구분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재무제표에 전년도의 분식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역분식, 이들과 전혀 무관하게 당해연도에 새롭게 발생한 분식 등이 혼재해있는데 결과적으로 주가하락이라는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이 손해가 어떠한 분식으로 인한 것인지를 판단하여 소송대상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 정부와 정치권이 이러한 문제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경부는 이헌재 장관까지 직접 나서서 국회를 상대로 ‘과거 분식 유예’를 설득하고 있으며, 여당의 정책위원장 등이 재경부의 입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이처럼 입법적으로 문제가 많은 법개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오로지 재계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규정을 졸속으로 추진하여 법을 개정한다면, 주식 시장 뿐만 아니라 사법질서에도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4. 참여연대는 누구보다 공정한 시장질서와 엄격한 법체계를 지켜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을 규탄하며, 더 이상 시장과 법질서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법을 엄정히 시행하는 길 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이 즉각 “과거분식에 대한 증권집단소송 적용 유예”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경제개혁센터


2004/12/23 13:36 2004/12/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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