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官治)투자’공사 설립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재경부
금융관련 법제도/금융정책 :
2004/12/23 13:36
‘낙하산’ 방어책 없는 한국투자공사는 퇴직관료들의 ‘집합소’ 될 것
최근 재경부가 시민단체와 야당이 지적한 한국투자공사의 문제점을 일부 개선한 한국투자공사법 수정안을 재경위 금융법안심사소위(위원장: 이종구 의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번 재경부의 수정안 역시 한국투자공사에 재경부의 부당한 간섭과 영향력이 관철될 수 있는 조항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에서, 한국투자공사가 애초 설립 취지와 달리 관료들과 집권당의 정책목표를 위해 동원되는 사금고(私金庫)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결론적으로 참여연대는 여전히 현재와 같은 지배구조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국투자공사는 차라리 설립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
재경부가 한국투자공사를 ‘관치(官治)투자’공사로 남겨두려는 의도를 가장 분명히 드러낸 조항은 퇴직공직자의 민간운영위원 선임을 제한한 수정안 10조 5항이다.
재경위 수석전문위원은 재경부를 비롯한 위탁기관 인사의 ‘낙하산’을 규제하기 위해, 현행법에 공직자윤리법상의 취업제한과 유사한 규정을 신설할 것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재경부는 ‘공직자윤리법으로 대체가능하고, 여타 공기업법에도 이와 유사한 조항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공직자윤리법상의 취업제한 규정은 기본적으로 영리사기업체가 그 적용대상이지, 한국투자공사와 같은 공기업은 아예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른 공기업법에도 유사조항이 없다는 것 역시 근거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현재 공기업에는 ‘낙하산’ 인사를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공기업의 주요 자리가 퇴직 관료들의 ‘집합소’나 정치권의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전락하였으며, 이것이 공기업의 비효율을 낳는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새로 설립되는 한국투자공사에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 놓아 초기부터 관치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 한국투자공사의 이후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재경부는 임원(사장,감사 등)의 자격요건을 “금융기관에서 투자담당업무를 수행한 자”에서 “금융 및 투자관련 분야에 10년 이상 종사한자”로 변경하여, 금융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예컨대 재경부 국제금융국등)에서 근무한 전직 관료들이 임원에 임명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이 역시 한마디로 관료들의 ‘밥그릇’확보를 위한 강한 의지의 산물인 셈이다.
이처럼 한국투자공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안전판인 낙하산 인사에 대한 규제장치를 제거하거나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사실왜곡과 궤변을 일삼는 재경부를 바라보면서, 한국투자공사가 설립되면 재경부의 ‘인공위성’중 누가 내려갈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근거없는 것이 아님이 더욱 분명해진다.
참여연대는 재경부가 한국투자공사를 경기부양을 위한 ‘관료의 사금고(私金庫)’로 운영하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앞서 논의한 퇴직후 취업제한 규정과 임원의 자격요건 규정을 어떻게 입법화할 것인가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국회는 법안 심의과정에서 최근 5년 이내 공무원이었던 자는 민간운영위원의 자격이 없도록 규제해야 할 뿐 아니라, 임원의 자격요건을 국회수석 전문위원의 안처럼 금융기관에서 투자담당 업무를 수행한 자로 한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관료들의 ‘낙하산’ 을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수정안은 한국투자공사 사장에 대한 제청 및 감사의 임면권한을 재경부장관에게 일임하는 기존의 낙후된 공사법체계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초 정부안과 크게 달라진 바 없다. 또한 수정안은 일반기업의 사외이사에 해당하는 민간운영위원 후보추천위원회 역시 사실상 정부쪽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과반수를 점하도록 구성해놓았다.
수정안에 따르면 민간운영위원을 추천할 권한을 부여받은 민간단체 역시 재경부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공인회계사협회여서 이들이 추천한 운영위원들이 기관주주와 위탁기관의 전횡을 견제할 것을 기대하는 것 역시 난망한 일이 되어 버렸다. 또한 민간운영위원의 추천 권한을 이들 민간 협회에게 부여하는 수정안은 이해충돌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예컨대 증권업협회로부터 추천된 추천위원은 민간운영위원을 추천함에 있어, 한국투자공사의 이해보다 증권업계에 가장 도움이 될 인사를 추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운영위원회에 다수의 민간운영위원을 포진시키는 취지는 한국투자공사가 특정 기관 (재경부)의 이익이나 공사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되기 보다는 한국투자공사가 운용자산의 국제 구매력의 극대화라는 한국투자공사의 당초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는데 있다.
그런데 운영위원회에 전직 재경부 관료를 앉히거나, 민간운영위원에 대한 추천권을 재경부가 실질적으로 독식하게 되면 이러한 취지는 달성될 수 없다. 따라서 국회는 사장 제청 및 감사 임면 권한을 운영위원회로 돌리고, 민간운영위원 후보추천위원회를 기관주주와 위탁기관이 개입할 수 없도록 이들의 영향력을 받지 않은 민간인들로 구성해야 하도록 법안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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