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동의안 처리의 전제
금융관련 법제도/공적자금 :
2000/11/29 00:00
공적자금 추가조성 동의안 처리의 전제는 부실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책임 추궁
1. 여야가 합의한 공적자금 동의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가운데 국회는 4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했다. 여야는 공적자금 추가조성의 적정성과 자금 규모, 공적자금관리 특별법 제정 등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2. 정부는 지금까지 1차로 조성한 공적자금 64조원과 이를 회수해 사용한 18조6천억원, 정부 예산을 비롯한 공공자금 27조원 등 총 1백9조6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가 공채를 발행하여 조성한 애초의 공적자금 64조원 중 원금손실분과 28조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직접적인 세부담이 60조원 이상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추가로 40조원을 조성하면 국민이 직접 부담해야할 금액은 80조, 9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3. 시장의 안정과 금융구조조정을 위해서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공적자금은 말 그대로 국민'혈세'로 만들어지는 돈인 만큼, 공적자금은 반드시 투입되어야 할 부분으로 국한되어야 할 것이며, 공적자금의 조성과 집행, 회수 등 공적자금 운영 전반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109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 붓고도 금융구조조정의 성과는 거의 남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금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탓으로 애초에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없다고 공언한 것을 뒤엎고 2차로 공적자금을 조성하기에 이르렀고 필요한 자금 규모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등 국민들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4. 따라서 정부는 무엇보다 공적자금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다시는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초에 공적자금 규모를 예측할 때도 5대그룹 문제는 5대그룹 자체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정했었다. 그런데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21조원의 추가소요가 발생하여 공적자금이 부족해진 것이다. 이번에 40조원의 추가조성을 논의함에 있어서도 현대그룹의 부실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번에 조성할 공적자금으로도 부족하여 3차로 공적자금을 조성해야할 상황이 벌어지거나, 공적자금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국민혈세가 허비되는 결과를 낳게될 경우, 공적자금을 기획·관리하는 정부 책임자에 대해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예금자보호법은 정부가 채권의 원리금상환에 대하여 보증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지 그 보증의 한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번에 추가 공적자금조성이 마지막이라면 예금자보호법에 정부보증의 한도를 규정해 두는 방식으로 정부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5. 2차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부실관련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이다. 정부는 1차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부실책임자에 대한 민형사적 책임 추궁을 약속했으나, 이해당사자인 예금보험공사가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지 못하고 공적자금을 지원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조사권조차 없는 등 제도상의 미비로 인해 부실 책임 추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금융기관 부실의 원인제공자인 워크아웃 기업과 기업주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한 바도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부실의 원인을 제공한 기업과 기업주에 대해서도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조사권을 주고 기업주의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손해배상청구와 형사고발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며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6. 국민혈세를 동원한 공적자금 조성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쟁력을 강화하여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며, 기업경영에 대한 견제시스템을 도입하여 근본적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을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재벌그룹들이 부실계열사에 대해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지원하는 것을 근절하고 부실기업이나 부실징후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하거나 갱생시킬 수 있도록 회사정리·화의·파산 등의 도산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하며, 경영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와 증권집단소송제 등을 조속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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