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만 부추기는 무책임한 이해찬 총리의 ‘과거분식 면책’ 발언
기업지배구조관련 법제도/증권집단소송법 :
2005/01/28 16:16
과거분식 사면은 결국 분식회계 자체를 집단소송에서 제외시키는 결과 낳을 것
이해찬 총리가 28일 경총 연찬회에 참석하여 1/4 분기 중에 과거분식을 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리의 발언은 참여정부가 표방해온 개혁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발생할 심각한 혼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총리로서 대단히 무책임하고 경솔한 발언이다.
이해찬 총리의 발언으로 인해 증권집단소송법을 둘러싼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증권집단소송법은 이미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3월 결산 기업들은 과거에 잘못 처리한 회계를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 2월 임시국회에서 과거분식 2년 유예 방안을 다시 논의한다고 하지만, 과거분식에 대해서만 집단소송을 제외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법 개정은 불가하다. 이런 상황에서 혼란을 없애는 유일한 방안은 원칙대로 법을 시행한다는 의지를 표명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요행을 기대하지 말고 과거분식을 해소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총리가 가능하지도 않은 ‘과거분식 면책’을 자꾸 운운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해찬 총리 발언의 또 다른 효과는 증권집단소송법 자체의 사문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전경련 등 재계는 과거 분식을 면책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하는 분식행위도 기원을 따져 과거시점의 분식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라면 모두 면책해 주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재계의 의도는 애초부터 과거분식에 대해서만 소송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여 분식회계 자체를 집단소송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려는 것이었다는 점을 이 총리를 비롯한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증권집단소송법 등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발상은 시장을 규율해야 할 정부가 기업들과 거래를 하는 것으로 과거의 ‘정경유착’ 구태와 다를 바 없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참여정부의 유일한 개혁입법인 증권집단소송법을 스스로 폐기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더 이상 혼란을 일으키지 말고 법 시행을 위한 환경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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