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점검한다① 기업지배구조문제와 관련된 전경련, 대한상의,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읽은 소감



최근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단체와 재벌 소속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Korea Discount가 없다’거나, ‘재벌 기업이 영업수익이나 주가수익률 면에서 전문경영기업에 비해 월등하다’는 보고서들이 발표되고 있다.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과 소액주주 운동의 정당성과 근거에 대해 '전방위 공격'을 가하고 있는 보고서는 많은 경우 재계의 이익을 위해 논리적 일관성과 엄격성을 희생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제시하는 사례나 통계 자료들을 보면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아전인수격 해석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이에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앞으로 3주간 각계 전문가의 글을 통해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재계의 주장이 얼마나 근거있고 타당한지 점검할 예정이다.

첫 번째 글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인 김우찬(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이익단체 발간보고서를 읽을 때 주의해야할 5가지 사항'이다. 이 시리즈는 인터넷참여연대 <경제프리즘>코너를 통해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최근 각종 이익단체와 그 산하연구소들이 정책보고서들을 활발히 발간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 보고서가 정부 또는 학계의 시각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논의의 구체성도 한 단계 더 진전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이들 단체들이 앞으로 더 많은 양질의 보고서를 발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들이 발간하는 보고서를 읽을 때는 반드시 몇 가지 점들을 주의해야 한다.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일반 독자들은 물론이고 보고서를 기사화해야 하는 기자들이나 정책을 입안하는 관료 및 의원들이 어떤 자세로 해당 보고서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편의를 위해서 최근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간된 보고서들을 사례로 이용하고자 한다.

1. 이해관계를 따져보라

먼저 대원칙으로서 이해관계의 존재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 즉, 발간 단체가 보고서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책과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반드시 따져본 다음에 읽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보고서를 객관적으로 작성하겠지만 이해관계가 깊은 사안에 있어서는 그러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 사용하는 통계분석의 방법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나 분석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이해관계가 있으면 아무래도 아전인수격으로 할 유혹이 클 것이다.

때문에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그리고 삼성그룹의 이익을 대변하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정책보고서를 작성했을 때에는 그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겠다.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주의사항이지만 현실은 보면 꼭 그런 것만 같지 않아 굳이 첫 번째 점검사항으로 제시한다.

2. 보고서들이 상충하고 있는지 점검하라

두 번째는 자기모순의 존재여부이다. 즉, 한 보고서에서 어떤 주장을 펴는데 사용한 논거들을 동일 또는 유사단체가 발간한 다른 보고서에서는 혹시 부정하고 있지 않은지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보고서들을 발간하는 단체가 있다면 해당 단체의 보고서들은 크게 신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비록 동일 기관은 아니지만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삼성경제연구소가 3월 21일 발간한 ‘소유경영의 역할과 성과’ 보고서전경련

이 3월 22일 발간한 ‘국내 M&A 관련제도의 실태 및 보완과제’ 보고서는 모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재벌체제가 불가피한 이유 중 하나로 ‘자본시장의 미성숙’을 제시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성숙해 있지 않기 때문에 내부 자본시장이 필요하고 따라서 재벌체제가 이점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주장이다.

그런데 전경련 보고서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등의결권주 발행과 제3자 신주인수권 배정요건 완화를 건의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관한 기본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차등의결권주 발행과 신주인수권의 침해가 얼마나 자본시장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한 보고서에서는 자본시장 미성숙 때문에 재벌체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보고서에서는 자본시장의 발전을 더욱 후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자기 모순이 아닐까.

이러한 사례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일보고서는 기업집단 형성이 불가피한 다른 이유로 CEO 시장 미비와 시장의 감시력 미흡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CEO 시장에 대해서 살펴보자. 경제학 원론을 배운 사람이라면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잘 알 것이다. 즉, 먼저 가격정보가 있어서 수요와 공급이 창출되고 이로써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CEO 시장에서의 가격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CEO들의 몸값, 즉 이들이 받는 보수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CEO들의 보수가 스톡옵션을 제외하고는 공개되고 있지 않다. 개별 임원들의 현금보수 공개 움직임이 있었지만 재계가 앞장서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편에서는 재벌체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불가피한 환경을 고착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감시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시장에서의 감시자란 결국 기관투자자들인데 우리나라 최대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가장 앞장서서 반대한 것이 바로 재계이다. 또 가장 효과적인 외부감시는 적대적 M&A에 의할 때 가능한데 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차등의결권주 발행을 건의하고 있는 것도 바로 재계이다.

예를 들어 대한상공회의소의 ‘주주행동주의의 국내외 비교와 정책시사점’에서는 외국계 사모투자펀드들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연기금들의 주주행동주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재계는 그동안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를 반대해 왔다. 이 또한 명백한 자기모순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기업지배구조’는 외국인 지분의 증가가 우리기업의 가치를 상승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상공회의소의 주주행동주의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주권행사를 ‘약탈형 주주행동주의’로 묘사하면서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3. 올바른 논점인지 점검하라

세 번째 점검사항은 올바른 논점인지의 여부이다. 즉, 논거가 빈약하기 때문에 정부, 시민단체, 학계에서 주요 쟁점사항으로 논의조차하지 않는 것을 마치 주요 쟁점인양 내세운 다음 손쉽게 그 논거의 부당성을 입증하고 이로써 상대방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전략이 바로 그 예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를 삼성경제연구소의 ‘소유경영의 역할과 성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 보고서는 재벌 기업이 영업수익이나 주가수익률 면에서 전문경영기업에 비해 월등했음을 보인 다음 이를 근거로 재벌체제가 전문경영인체제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며, 결론적으로 재벌그룹을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시키는 정책은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의 기억으로는 이러한 정책을 정부나 시민단체 그리고 학계에서 심각하게 논의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소한 어느 정도의 학식을 갖춘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러한 주장을 심각하게 논의하지 않았다.

재벌체제와 관련해서 그 동안 주장되어 왔던 것은 재벌을 해체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이고 위헌이기 때문에 재벌체제는 유지시키되, 계열사간 또는 계열사와 지배주주 간에 이루어지는 부당내부거래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견제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당내부거래의 유인을 줄이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을 당분간 유지시키고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유도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또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재벌그룹에게 인수시키는 것보다는 소유가 분산된 전문경영기업 형태로 민영화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렇지만 기존 재벌그룹을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심각하게 논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논점 흐리기의 또 다른 사례는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전경련 보고서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작년 12월 및 올해 3월 보고서 모두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차등의결권주 발행, 독약처방증권 발행, 제3자 신주인수권 배정요건 완화 등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수단들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기업가치 제고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배구조개선 등으로 높은 기업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인수비용이 높아 결코 적대적 인수합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즉, 경영권도 방어가 되고 기업가치도 제고시켜 자본시장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경영권 방어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권 방어를 논의하려면 먼저 어떻게 하면 지배구조를 개선시켜 기업 가치를 제고시킬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논점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경련 보고서는 다른 것에 독자들의 관심을 돌리고 있다.

4. 사실 왜곡 혹은 과장이 없는지 따져보라

네 번째 혹시 사실 왜곡 또는 과장이 없는지 살펴보고 이를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왜곡과 과장은 이해관계사안에 대한 보고서일 때 더욱 유의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삼성경제연구소의 3월 21일자 ‘소유경영의 역할과 성과’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꼬집고 이는 지배구조와 경영성과의 관련성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사실왜곡에 해당된다. 지배구조와 경영성과간의 관계에 관한 실증연구는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현재 정리조차 하기 힘들 정도이다. 왜 이런 사실왜곡을 할까? 간단하다. 기존의 실증연구가 부족하다고 해야 해당보고서의 권위와 신빙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동일 보고서는 종래 한국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일치된 경영형태가 유효하게 자리를 잡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또한 사실 왜곡이다. 재벌총수와 그 일가족은 겨우 5-10% 정도의 직접 지분만을 가지고 전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계열사간에 복잡하게 얽힌 지분소유구조로 인해 가능하다. 재벌총수와 그 일가족의 평균 직접지분인 5-10%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지분보다도 적은 경우가 허다하다. 결코 소유와 경영이 일치되었다고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상공회의소는 3월 4일자 ‘소유 -전문 경영의 성과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기 재산을 관리할 때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재벌체제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또한 사실왜곡이다.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에서는 총수가 자기 재산을 얼마 투입하고 있지 않다.

사실 왜곡은 미국의 경영권방어수단을 설명하면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주주행동주의의 국내외 비교와 정책시사점’ 보고서에서 마치 미국연방정부가 80년대의 적대적 M&A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서 독약처방 (poison pill)이나 황금낙하산 (golden parachute) 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 것은 미국의 각주가 기업들의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그러한 경영권방어수단을 허용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왜곡의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코리아디스카운트와 기업지배구조’는 다른 사람의 논문조차도 잘못 인용하고 있다. Black, Jang, Kim (2002)의 논문은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가치와의 관계를 분석했을 뿐 주가수익률과의 관계는 분석한 바 없는데 마치 그러한 분석을 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기업가치와 주가수익률의 차이를 몰라서 그렇게 기술했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해당 논문을 깎아내리기 위해서 그랬는지는 알 길이 없다.

외국투자자들을 묘사하는 대목에 가서는 사실왜곡이 더 심각해진다. 대한상공회의소의 3월 22일자 ‘주주행동주의의 국내외 비교와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헤르메스를 사모펀드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헤르메스는 영국의 대표적인 연금기금 자산운용회사이다. 영국 최대의 연금인 BT 연금의 자산을 독점적으로 운용하는 회사이고 연기금 주주행동주의 대표주자격인 회사이다. 그런데 대한상공회의소는 헤르메스를 사모투자펀드로 둔갑시키고 있다.

이는 최근 헤르메스가 M&A설 유포 등으로 한국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 부도덕한 투자자로 인식되어 버린 헤르메스를 사모투자펀드로 둔갑시켜야 사모투자펀드를 비판하는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버린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도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동일 보고서는 소버린의 투자목적 자체가 단기에 고수익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그런데 소버린은 SK(주)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2003년 3월 이후 2년간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단 한 주도 팔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에서 결코 단기투자자라고 할 수 없다.

과장법의 사용 사례 또한 허다하다. 작년 12월에 발간된 전경련의 ‘국내기업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보완과제’ 보고서에서는 외국투자자들이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경쟁자 제거, 핵심기술 획득 등 전략적인 목적 아래 국내기업의 경영권 인수나 합병을 시도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외국투자자가 아니라 동일산업에 있는 국내외 기업조차도 경쟁자 제거, 핵심기술 획득을 위해 적대적인 인수를 시도하기 힘든 마당에 금융기관인 외국투자자가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인수를 시도한다고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침소봉대식의 표현을 사용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필자는 그것이 선동적인 단어로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켜서 정책담당자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함이 아니길 바란다. 대한상공회의소의 3월 22일자 보고서도 유사한 과장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동 보고서는 향후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대규모 그린메일 사태를 예견하고 있다.

5. 분석방법과 결과에 대한 해석이 객관적인지 따져보라

다섯째는 통계분석방법의 선택과 분석결과의 해석이 객관적인지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이해 관계사안에 대한 보고서일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통계분석은 학자적 양심을 가지고 썼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사용변수, 표본기간, 모델구조 등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술잡지에 제출하는 전문적인 계량논문들의 경우 항상 민감도 분석(이른바 ‘robustness check’ 다른 변수, 다른 표본기간, 다른 모델구조를 사용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결과를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익단체 발간 보고서를 읽을 때 항상 이러한 민감도분석(robustness check)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삼성경제연구소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각국의 기업 가치를 실증 분석한 다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없고 오직 신흥시장국가 디스카운트만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신흥시장국가 더미를 포함시키면 한국 더미의 계수 값이 유의성이 사라진다는 분석결과를 가지고 이러한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의 부록을 자세히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부록에는 각국 더미를 모두 포함시킨 회귀방정식을 추정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한국더미의 계수 값이 유의하게 음수값을 갖고 5개 신흥시장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계수의 절대 값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신흥시장 디스카운트가 있는데 이 중에서 한국이 두 번째로 디스카운트가 많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앞선 분석방법에서는 한국의 디스카운트가 신흥시장국가 디스카운트에 묻혀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고 나중의 분석방법에서는 국가별로 따로 디스카운트를 살펴보았기 때문에 명확하게 한국의 디스카운트가 나타난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존재 여부는 당연히 후자의 방법을 통해 분석해야 할 것이다.

동일 보고서는 또 기업가치와 기업지배구조간의 관계도 분석하였는데 기업지배구조의 대용변수로서 증권거래소가 운영하는 기업지배구조지수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동 지수는 기업지배구조의 대용변수로서 적합하지 않다. 왜냐하면 동 지수는 지배구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소유구조, 배당성향, 유동성 등을 감안하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밀한 분석을 하려면 기업지배구조지수를 다시 만들어서 사용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소유경영의 역할과 성과’ 보고서는 재벌기업의 높은 성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문경영기업의 성과와 대비시키고 있다. 동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문경영기업의 수는 574개 비금융상장사 중 14.6%에 이른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80개는 넘게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 전문경영기업이라고 하면 근래에 민영화된 기업이나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서 은행이 출자전환한 기업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전문경영기업의 수가 금융기관을 제외하더라도 80개가 넘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은행 출자전환기업이 포함된 상황에서 성과를 비교하는 것이 올바른 비교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전문경영기업의 이름들을 나열해주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분석결과의 해석에 있어서도 동일한 주의가 요구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코리아디스카운트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총수의 지배권이 증가할수록 기업가치가 낮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만약 기업지배구조 전문가가 이러한 결과를 접했다면 당연히 지배권이 상승하면 참호구축효과(entrenchment effect) 때문에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지배권이 하락하면 주주의 견제가 가능해져서 기업가치가 높아진다고 해석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이러한 해석을 애써 외면하기 위해 괴변을 늘어놓고 있다.

즉, 총수의 지배권이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영권 간여를 통한 이익실현 또는 경영권 분쟁 등에 의한 단기적 주가상승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상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한편에서는 ‘외부주주의 견제와 감시 강화’로 해석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경영권 간여를 통한 이익실현’ 또는 ‘경영권 분쟁 등에 의한 단기적 주가상승’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아전인수격의 해석은 소버린을 묘사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주주행동주의의 국내외 비교와 정책시사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동 보고서는 ‘소버린이 SK(주)의 지분을 취득한 후 대주주인 경영진의 교체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기간 경영권을 위협해 투입자본의 6배인 9,000억원의 주식 평가차익을 올렸다’고 비판하고 이를 약탈적 주주행동주의로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라면 ‘대주주인 경영진 때문에 과거에 얼마나 기업가치가 저평가되어 있었으면 그 대주주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주가가 6배나 상승했을까’하고 오히려 대주주의 문제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차이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소유경영의 역할과 성과’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동 보고서는 재벌기업의 주가상승률이 전문경영자기업에 비해 높았다는 분석결과를 가지고 재벌체제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라면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즉, ‘얼마나 예전에 기업가치가 저평가되어 있었으면 최근 몇 년간 정부주도의 지배구조 개선 및 외국인 투자자비중 증대로 주가가 그렇게 많이 상승했을까’하고 재벌체제의 문제점에 더 깊은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사례로 언급한 몇몇 보고서 작성자들을 비판하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필자도 아마 해당 단체소속이었더라면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썼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독자들의 읽는 자세라고 하겠다. 다섯 가지 점검사항을 늘 생각하면서 읽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김우찬(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5/03/29 10:41 2005/03/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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