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규제 기업의 포로가 된 윤증현 위원장은 사퇴해야



지난 5월 4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민관합동 T/F를 구성하여 금융규제 전반을 재검토할 것이며, 6월말 최종 정비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2005.5.4 보도자료 ‘금융규제 전면 재정비 추진’ 참조). 이에 현재 규제개혁작업단의 실무 작업이 사실상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불합리한 금융규제의 폐지·완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규제는 더욱 보완·강화해야 할 현 상황에서, 금융규제의 재정비를 규제자와 피규제자만으로 구성된 논의 틀에서 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발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거래의 공정성을 감독해야 할 감독기구가 규제 대상인 금융업계의 민원을 들어주는데 급급한 현실에 개탄하며, 이미 재계의 포로가 되어버린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감독기구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였음을 강조하면서 그의 사퇴를 거듭 촉구한다.

금감위는 이번 금융규제 재정비가 기존 등록규제를 넘어 모든 유형의 규제를 대상으로 하며, 이를 통해 ‘수요자 중심’의 규제개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요자 중심’의 규제개혁을 위해 피감기관(업계) 인사로만 구성된 실무작업반(공통, 은행, 비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에서 사실상 논의를 완료하고, 업계에 호의적인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금융규제개혁 민관합동 T/F의 형식적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는 업계편향적인 절차에 있다.

금융규제의 수요자는 피감기관이 아니라 저축자와 투자자이다. 참여연대는 업계만이 금융규제에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감독기구가 보호할 대상이 피규제자인 금융기관뿐이라는 뜻인지 금감위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수요자의 요청에 따른’ 규제 완화를 위해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 시장거래의 투명성 확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등 시장경제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금감위 계획대로라면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금융규제들, 무엇보다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들이 업계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완화․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 및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등과 관련된 많은 경제현안들이 이번 ‘금융규제 전면 재정비’ 작업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참여연대의 우려가 결코 기우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금감위는 현재 사실상 작성 완료된 6개 실무작업반의 보고서를 완전 공개하고, ‘금융규제의 재정비’에 앞서 ‘업계편향적인 논의 구조부터 재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불과 2년 전 관료들의 일관성 없는 신용카드 정책으로 인해 ‘카드대란’이란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던 것을 기억한다. 정책당국 및 감독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을 포기한 채 단기적 경기 부양을 위해 일방적으로 추진한 카드사 규제 완화 정책은 부실 카드사와 신용불량자를 양산했고, 일관성 없는 후속 대책은 위기를 오히려 심화시켰다. 그러나 관료 중 그 누구도 자신의 정책실패와 감독실패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



금감위는 카드사태가 준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면 법률 소관부서와 입법기관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여론을 수렴하여 결정해야 한다. 금감위는 또다시 관료들이 밀실에서 규제정책을 결정하고, 후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태를 반복하려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비단 금융규제 완화 뿐 아니다. 과거분식 수정 부분에 대한 감리 면제, 삼성에버랜드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 묵인 및 금융지주회사규정 적용의 자의적 유예,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금산법 위반 사례 묵인 등 최근 논란이 되는 사안마다 금감위는 법 적용의 형식적 형평성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재계편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연대는 투명성 확보와 투자자 보호라는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 채 재계와 피감기관의 민원창구 역할에만 충실한 금감위를 강력히 비판하며, 감독을 포기한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금융감독기구의 수장 자격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사퇴를 촉구한다.
경제개혁센터


2005/06/21 11:36 2005/06/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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