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활성화 위한 금융감독 후퇴 전철 또다시 되풀이하나?투자자 보호장치 없는 규제완화는 자산운용업 붕괴 초래할 것



지난 17일 재경부와 금감위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자산운용업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동북아 금융허브 육성이라는 미명 하에 진행되는 자산운용업 규제완화 방안은 투자자 보호 및 건전성 감독 원칙에 역행하는 개악안이라고 평가하고 당장 이를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YS정부 시절의 종금사 규제완화(→IMF 환란), DJ정부 시절의 카드사 규제완화(→400만 신용불량자) 및 벤처육성 정책(→벤처산업 붕괴)이 한국경제에 어떤 파국적 악영향을 끼쳤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참여연대는, 경기활성화 내지 산업정책적 목표를 위해 그 수단으로서 금융산업의 건전성 감독을 후퇴시키는 것은 당해 금융업종은 물론 국민경제 전체의 안정적 발전에 심대한 위협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강력히 경고한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입으로는 금융허브를 이야기하면서 머리에는 여전히 과거의 관치금융적 사고가 꽉 찬 그 모순부터 버려야 한다.

재경부와 금감위의 이번 「자산운용업 규제완화 방안」은 ▲ 자산운용회사의 전문화, 대형화 촉진, ▲ 펀드 운용의 자율성 및 판매채널 확대, ▲ PEF 활성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내용의 대부분은 2003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 제정 당시, 그리고 작년 PEF(사모투자펀드) 도입을 위한 법 개정 당시 전문가간의 논의 및 국회 심의 과정에서 걸러졌던 사안들을 뒤집어엎는 것이다. 법 제정 및 개정 이후 1~2년도 지나지 않는 현 시점에서 당시 우려했던 사항들이 모두 해소되었다는 증거가 어디 있는가?

반면, 이번 규제완화 방안은 투자자 보호 장치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 말미에 ‘립 서비스’ 차원에서 언급된 투자자 교육기구 설립 및 일부 공시항목 추가 정도가 그 전부이다. 펀드투자자의 집단소송제도 도입, 자산운용사의 모회사인 증권사ㆍ보험사 등에 대한 정보청구권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아예 생각지도 않고 있다. 자산운용산업의 발전은 업계의 편리를 제고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어디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먼저, 자산운용업 육성을 위해 연기금 및 여유외환보유액 등 이른바 ‘눈먼 돈’을 끌어들이려는 재경부와 금감위의 불순한 의도에 대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민간 금융자금, 정부 재정자금, 심지어 가계 저축자금마저 바닥난 상황에서 정부는 끊임없이 연기금과 여유외환보유액의 전용을 획책하였다. 작년 PEF 도입, KIC 설립, 한국형 뉴딜정책 등과 관련된 논란 뒤에는 언제나 이러한 의도가 깔려 있었다. 국민의 노후생활을 위한 연기금, 국민경제 안정을 위한 외환보유액마저 정부의 근시안적 경기부양정책에 의해 거덜 낸 뒤의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자산운용업 규제완화 방안」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장기투자자를 PEF로 끌어들이기 위해 경영참여 목적 의무 투자비율 및 포트폴리오 투자 관련 규제를 연기금에 한하여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연기금의 경우 다른 투자자와는 달리 capital call 1) 방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경우 최근 다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capital call 방식으로 전환했기에 이러한 논리는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출자금액의 60% 이상을 경영참여 목적에 투자해야 한다는 규정은 PEF의 설립 취지, 즉 투자기업에의 경영참여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식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연기금에 대해 이 규정의 예외를 인정한다면, PEF가 연기금의 돈을 가지고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게 되어 PEF의 설립 취지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재경부와 금감위는 아예 출자금액의 60% 이상을 경영권 참여 목적에 투자하도록 하는 규정 자체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러나 PEF에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규정이나 금융지주회사법상의 규정의 적용을 면제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조항을 완화하려면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상의 규제를 다시 적용해야 한다.

또한 재경부와 금감위는 SPC(투자목적회사)의 출자자 요건을 완화하여 PEF가 아닌 경우에도 SPC의 지분참여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SPC의 자산운용은 유동성이 매우 낮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출자전환을 염두에 두고 출자자 자격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SPC의 출자자 요건을 완화하게 되면, 다수의 PEF가 모여 하나의 SPC를 만들 수 있게 되어 PEF의 ‘사모’(소수의 전문적 투자자)성격이 와해되고 사실상 ‘공모’로 가는 길을 터주게 되는 것이다. 결국 PEF를 사모펀드의 혜택을 다 누리면서 실질적으로는 공모펀드처럼 운영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론적으로 앞서 살펴본 경영참여 목적 의무 투자비율 및 포트폴리오 투자 규제, 그리고 출자자 자격 요건 규제 등은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오랜 시행착오 끝에 GP(무한책임사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립된 규제 원칙들이며, 법원의 판결에 의해 보호되는 장치들이다. 그런데 산업적 기반도 비할 바 없이 취약하고 제도를 도입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우리나라가 이러한 규제 원칙들을 허문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재경부와 금감위는 펀드의 전문화를 위해 최저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고 소규모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펀드의 대형화ㆍ장기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대형ㆍ장기 펀드에게는 적기시정조치의 기준인 자기자본비율 산정시 우대하고 나아가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펀드 전문화를 위한 진입장벽의 완화는 경쟁압력을 제고할 것이므로, 부실 자산운용사의 구조조정 문제가 곧바로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재경부와 금감위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구조조정은 지연하는 모순된 방안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특히 대형펀드의 부실은 국민경제에 큰 영향이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형펀드의 건전성 기준을 완화하고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한다는 것은 자칫 체제적 위기(systemic risk)를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외에,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투자기구(fund of funds)의 투자제한을 완화한다는 방안, 통합주문(Block Trading) 허용방안, 공매도 제한 완화 등 아직 우리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것들을 왜 이렇게 서둘러서 도입하려는지 이해할 수 가 없다.

반면, 정작 중요하게 재검토해야 할 ‘은행이나 은행의 자회사에 PEF 영업을 허용하고 있는 현 상황이 은행산업의 건전성에 미치는 악영향’ 등은 논의조차 찾을 수가 없다. 이런 논의를 도외시한 채 PEF의 GP가 자신이 운용 중인 PEF의 투자대상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게 한다는 방안(직접 투자한 것이 실패했을 때 본인이 운용하고 있는 PEF를 이용하여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되어 PEF업계의 신뢰를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위험 존재) 등을 다루고 있는 이번 규제완화 안은 철회되어야 하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한편, 펀드의 판매채널을 확대하는 1단계 방안으로서 보험설계사의 판매권유를 허용한다는 것 역시 투자자 보호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으로 보험업계의 입김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불과 30시간 정도의 펀드 교육을 이수한 보험설계사가 판매를 권유할 수 있게 된다면 상품정보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관련정보의 충분한 공시 등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의 펀드 판매시 사전적 충실의무와 사후적 손해배상책임 등을 어떻게 보장할지 매우 의심스럽다. 더군다나 이것은 보험 상품과의 교차판매 내지 보험대출시 ‘꺾기’의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펀드판매를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금융상품 판매방식인 보험설계사 판매망을 이용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재경부와 금감위의 「자산운용업 규제완화 방안」은 과거 정부가 저질렀던 잘못을 정확히 되풀이하고 있다. 금융의 건전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규제ㆍ감독은 여타 정책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참여정부가 처해 있는 경제적 곤경은 바로 그러한 과오의 결과이다. 그런데 또다시 자산운용산업을 대상으로 관치금융적 실험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자산운용산업 자체는 물론 참여정부와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주1) 펀드 설립시 출자금액만을 약속하고 실제 출자는 투자대상기업을 찾은 후 투자자들에게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투자

경제개혁센터


2005/06/23 13:28 2005/06/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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