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투기 열풍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더니, 급기야는 참여정부의 정체성 위기로까지 비화되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고, 부동산 정책을 통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비장한 결의를 밝혔다.

미리 고백하건대, 필자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솔직히 지금 필자의 머리에는 부동산 관련 이론은 물론 기초적인 통계숫자조차 입력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훈수를 둘 자격도 없고 또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러나 필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원초적인 의문이 있다. “부동산 버블, 과연 부동산 정책만의 문제이고, 부동산 정책을 강화하면 해결되는 문제인가?” 특정 상품의 가격동향에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그 상품의 수급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첫 수순이다.

그러나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 중의 하나는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의존한다.”(Everything depends on every other things.)는 것이다.

즉 경제정책 전반이 부동산 버블을 발생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부동산 정책을 아무리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강화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작금의 부동산 버블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경제정책 실패의 결과가 아닌가? 이것이 오늘 필자가 따져보고자 하는 문제이다.

(유형화에 따른 과도한 일반화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경제정책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국민경제의 대내외적 균형을 추구하는 거시 안정화정책(macro economic stabilization policy); 둘째, 성장잠재력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 및 지역개발정책(meso industrial or regional development policy); 셋째, 개별 경제주체의 행동 유인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미시 구조개혁정책(micro structural reform policy)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나누어 놓고 보면, 지난 2년 반 동안 참여정부가 뭘 해 왔는가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참여정부 들어서 재벌개혁, 금융개혁, 노사관계개혁, 하도급개혁, 세제개혁, 사회복지개혁 등의 구조개혁 과제에서, ‘사문화된 지 이미 오래된’ 수십개의 로드맵 만들고 ‘억지 춘향격의’ 청와대 모임 몇번 한 것 이외에, 실질적 진전을 이룬 것이 뭐가 있는가?

반면, 미래의 성장동력 확보라는 이름하에 진행된 산업혁신 클러스터, 기업도시, 10대 신성장산업 육성, 수도권 공장증설 허용, 중소기업 지원, 벤처 육성, 시베리아 유전 개발, 금융허브 구축, PEF(사모투자펀드 육성)․KIC(한국토자공사 육성) 등 자산운용업 육성 등;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이란 이름하에 진행된 경제자유구역, 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행담도 개발, S프로젝트, J프로젝트 등; 산업정책 및 지역개발정책적 아이디어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차고 넘친다.

결국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구조개혁이 아니라 개발정책이다. 참여정부는 개혁정부가 아니라 개발정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혹시 이 글을 읽으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참여정부의 개발정책은 과거 개발연대의 그것과는 근본철학이 다르다고 주장할 것이다.

철학이 다를지는 모르겠으나, 개발정책의 전달장치(transmission mechanism), 즉 정책수단은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관료와 재벌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모든 것이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조급증이 개발정책에의 의존도, 관료와 재벌에의 의존도를 더욱더 심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그 결과도 과거 개발연대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되었다. 부동산 버블은 그 징후의 하나일 뿐이다.

관료 주도성과 재벌 중심성? 너무나도 익숙한 개념이다. 즉 박정희식 개발전략의 핵심요소들이 다시 부활한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 외교, 남북관계에서는 박정희 체제의 극복을 외치고 있으나, 경제문제에서는 박정희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

이것이 한편으로는 좌파정부, 다른 한편으로는 친재벌정부라는 모순된 평가를 듣는 원인이다. 철학이 다르니 결과도 다를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함의 발로일 뿐이다. 수단이 같으면 결과도 같다.

반면, 참여정부는 ‘구조개혁은 신자유주의적 요구’라는 과도한 이데올로기적 규정 하에 구조개혁 과제를 방기 내지 후퇴시키고 있다. 구조개혁은 개별 경제주체의 행동유인(incentive)과 기대(expectation)를 변화시키기 위한 제도의 재설계 및 집행의 문제이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경기규칙(rule of game)을 위반하는 재벌의 오만방자함을 방치하고, 때로는 그 스스로도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경제주체의 유인구조가 변화할 리 없으며, 상생․협력의 구호와는 반대로 오히려 각자 자신의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비협력적 게임(non-cooperative game)의 성격만 강화되고 있다.

또한 정부정책이 개별 경제주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생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밀면 밀리는’ 즉 로비에 의해 언제든지 변화시킬 수 있는 내생변수로 전락하였다. 따라서 정부정책이 경제주체의 기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거시 안정화정책은 이미 정책수단으로서의 유효성을 상실하였다. 지난 1/4분기에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정부지출을 집중시키고도 경기회복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금리정책은 조정의 타이밍을 놓침으로써 수요진작 효과는 물론 시장에 대한 예고 효과(announcement effect)도 마비된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졌다.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역전된 상황에서 금리조정을 계속 지연시키다가 올 연말쯤 갑자기 큰 폭의 조정에 들어가면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주게 될 위험을 안고 있다.

환율은 이미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만간 중국 위안화가 절상될 때 원화 역시 절상 압력을 강하게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기적이다. 거시 안정화정책이 무력화되는 과정에서 유동성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팽창되었다. 산업정책 또는 지역개발정책 역시 (그 자체의 유동성 공급 확대와 함께)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강하게 유발하고 있다.

경제 환경이 이러한데,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와 선별적 수요억제 대책만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거시정책과 개발정책에서 오는 가격상승(기대) 효과를 ‘부동산 정책’만으로 제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개별 경제주체(특히 강남 아줌마와 부동산 중개업자)의 유인구조와 기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거시정책과 개발정책의 방향 전환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버블 파열의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된다. 금리를 조금씩, 즉 0.25%씩 몇차례 인상한다고 해서 투자가 더 위축되지도 않을 것이다. 현재 국내 투자의 부진은 자본조달비용(cost of capital)과는 무관한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는 (협의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따른 결과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법질서와 원칙의 훼손에 따른 구조개혁의 후퇴, 박정희식 개발정책에의 과도한 의존, 거시 안정화정책의 마비가 가져 온, 즉 총체적 경제정책 실패의 부산물이다. 손 봐야 할 것은,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기본 골격이다.

박정희식 개발정책을 개혁으로 오인하고, 관치경제의 화신인 재경부 관료에 포획되고, 시장을 지배하는 재벌(특히 삼성)을 시장으로 착각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철학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 글은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에도 실렸습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한성대 교수)
2005/07/04 10:18 2005/07/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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