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 하면 무죄, 중소기업이면 유죄?
기업별 이슈/삼성그룹 :
2001/02/15 00:00
맥소프트뱅크 대표이사와 삼성 2세 사이에서 벌어진 네가지 장면
폭설 속의 1인 시위
이재용씨 변칙증여에 대한 과세를 요구하며 37일째 국세청앞 릴레이시위의 주자로 나선 이옥수씨. 폭설에 모자와 장갑위로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삼성 이재용씨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중소기업 대표이사는 유죄판결까지 받았지만 이재용씨에게는 과세조차 안되고 있다.
장면 하나
맥소프트뱅크라는 벤쳐기업의 대표이사가 장외거래가격이 2만5천원하는 주식을 3천원에 살 수 있는 전환사채(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약이 있는 사채)를 발행하고 스스로 인수해 44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고 그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일이 있었다. 회사의 이익을 추구해야할 대표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며 막대한 이득을 취한 이 사건은 검찰이 배임죄로 기소하여 지난 2월 9일 부산지법이 이를 인정, 유죄판결을 내렸다.
장면 둘
지난 99년 삼성SDS 주식이 장외에서 5만4천원에서 5만7천원대로 거래되고 있을 때 삼성SDS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 등에게 삼성SDS의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특정대상에게 신주를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이 부여해 발행되는 채권)를 7천150원에 발행했다. 3백만주 가량을 취득한 이재용씨만 해도 그 시세차익은 1,600억원 대에 이른다. 이에대해 참여연대가 삼성SDS 경영진을 배임죄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소환조사는커녕 서면진술만 받더니 무혐의 처벌을 내렸다.
장면 셋
참여연대는 15일, 논평을 내어 맥소프트뱅크 대표이사에 대한 부산지법의 유죄판결에 대해 '이 사건은 삼성SDS가 이재용씨에게 저가로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했던 것과 유사한 사건으로 이를 무혐의 처리했던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편파적이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삼성SDS건은 헌법재판소에 검찰의 결정을 취소해 줄 것을 청구한 상태라며 이번 부산지법의 판결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면 넷
폭설로 온 도시가 눈속에 잠겨있을 때에도 이재용씨 탈세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를 요구하는 100일간의 1인 시위가 37일째 계속되고 있었다. 모자 위에 눈이 하얗게 쌓인채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옥수씨 앞을 지나던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홍일표 간사가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홍일표 간사는 부산지법의 판결문을 이재용씨 탈세 근거자료로 추가 제출하러 국세청에 온 것이다. 삼성측이 삼성SDS의 장외거래가격은 인정하지 않고,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가격은 적정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장외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유죄를 판결한 부산지법의 판결문은 이재용씨 탈세를 입증하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32년 만에 폭설이 도시를 뒤덮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바쁘게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중소기업은 처벌받는 똑같은 사건에 대해 시민단체의 끈질긴 요구에도 혐의가 없다고 묻어버리는 검찰. 시민들이 줄을 이어 재벌 탈세를 과세하라고 매일 시위를 벌이는데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국세청. 도시를 마비시킬 정도의 폭설속에서도 바쁘게 오가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이 모순은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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