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에게 이미 찬반표시된 주주총회 위임장을 돌린다는 제보 잇따라



“… 저는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는데, 오늘 초라한 저 자신을 확인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대다수의 직원이 삼성전자 사주를 가지고 있는데, 오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모든 직원에게 부서장이 한 장의 A4지 용지를 나누어 주고, 사인을 요청했습니다.

자신도 인사과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며, 사인해 달라면서 자기의 실적이니, 어쩔 수 없다는 내용을 말하더군요. 용지의 내용은 이번 주총에서 결정될 사항에 대해 모두 동그라미가 그려진 상태였습니다.

등기이사 결정, 사외이사로 이학수 삼성구조본부장에도 동그라미. 그런데 참여연대가 지지하는 전성철씨에게는 반대에 동그라미가 적혀 있었습니다. ...”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사이버참여연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의 내용 중 일부이다. 23일, 참여연대는 자유게시판과 전화로 이와 같은 내용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히고, 삼성전자에 공문을 보내 이 같은 부당한 행위를 중단할 것과 이제까지 받은 위임장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독립적 이사 선임을 위해 의결권 위임운동 준비하던 중

참여연대는 오는 3월 9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독립적인 이사 선임을 목표로 소액주주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를 위해 현재 세종대학교 세계경영대학원 전성철 원장을 이사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하고, 광범위한 의결권 위임 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삼성전자 이사,

삼성자동차 부채를 떠안는 결정에 누구도 반대 안하는 등 유명무실

사외이사제도란 대주주의 일방적 전횡의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를 실질화시켜서 대주주와 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고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이 이루어질수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하지만 제도도입 2년이 지나도록 사외이사가 대주주나 경영진에 의해 추천된 인사들로 채워져 사외이사제도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99년, 삼성자동차의 부채를 떠안기로 한, 회사와 주주이익에 반하는 결정에 사외이사가 단 한명도 반대하지 않는 등 유명무실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참여연대는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회사와 대다수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수 있도록 소액주주운동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찬반 표시된 위임장에

서명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의결권 침해

경영진도 의결권대리행사를 권유할 수는 있으나 각 의안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의 의사 표시는 위임자가 직접 기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참여연대 ‘이미 찬반 표시가 되어 있는 위임장을 돌리고 단순히 이에 서명만 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 이는 소액주주로서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더구나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이같이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대내외적인 망신이며, 지배구조의 혁신을 이루어 투명경영을 하고 있다는 삼성전자 스스로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도 찬반표시가 된 위임장을 받고 참여연대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받은 위임장 내용을 자유게시판에 자세히 기재한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은 말로 글을 마치고 있다.

“... 이런식으로 경영하는 삼성이 과연 얼마나 갈지 의문입니다.”
김보영
2001/02/23 00:00 200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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