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언론인들이 100일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한 날



“경찰에 쫓기는 도둑이 눈앞에서 도망가고 있다고 한다면 기자라고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대학생, 고등학생, 교사, 자영업자… 47일째를 맞는 재벌 변칙증여 과세를 위한 국세청 앞 100일간 1인 시위에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현직 언론인들이 한 달간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나섰다. 그 첫날인 3월 1일을 특별히 택해 참가자로 나선 대한매일 문화부 차장 정운현 기자는 현직 언론인들의 시위 참여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재용씨를 도둑에 비유하며 운을 떼었다.

“물론 공정성을 지켜야하는 기자가 논란이 있는 사안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지양해야 되겠죠. 하지만 이처럼 명확한 탈세에 대해 과세해야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일에 대해서도 기자라고 해서 주저해야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럼 언론인들의 참여는 이재용씨에 대한 과세가 그만큼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겠군요.”

“그렇죠.”

이 처럼 당연한 사안을 7년이 넘도록 질질 끌고 있는 국세청은 64명째 시민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충고’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특별히 3.1 만세절에 시위를 고집한 까닭

10여년 이상 친일문제를 연구해 왔던 정운현 기자는 “지금 국세청 앞은 대표적 친일 기업인이었던 박흥식의 화신백화점이 있던 자리”라며 특별히 3.1 만세절 - 그는 3.1 ‘만세’절임을 강조했다. 광복절, 제헌절 등 다른 국가기념일 이름은 다 의미가 있는데 3.1절만 왜 이름에 의미가 없어야 하냐는 이유였다. - 에 이 곳에서의 시위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원래 1인 시위는 휴일에는 하지 않았었다. - 100일간의 시위에서 100일에 의미는 이 휴일을 제외한 100일로, 예정대로 한다면 이 시위는 5개월이 넘어간다. - 1인 시위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에 하나가 국세청 직원을 직접 압박하기 위한 것이므로 국세청이 쉬는 휴일까지 굳이 시위를 이어가지 않은 까닭이다.

다른 날과 다르게 점심시간임에도 우르르 나왔다 들어가는 국세청 직원 들은 없었지만 이 날 시위는 다른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종로거리에서 벌어지는 3.1 만세(!)절 거리 행사를 구경하러 나온 많은 시민들이 국세청 앞에 무리지어 서서 1인 시위를 지켜보길 반복했다. 행사에 참가하러 나온 것으로 보이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주머니는 어디선가 커피를 타와 정운현 기자에게 건네기도 했다.

그가 특별한 날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를 강조하려는 듯 당당하게 국세청 앞 화단 턱에 올라서서 태극기를 함께 든 채 1시간 동안의 시위를 벌인 정운현 기자는 방명록에 다음과 같이 남김으로 시위를 마무리 했다.

새천년 첫 3.1 만세절

선열들의 만세함성이 울려 퍼진 종로네거리

역사의 현장에 서서

조세정의 확립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태다

다음은 한달간 예정된 언론인 명단이다.

3월 1일(목) 정운현(대한매일 기자)

3월 2일(금) 전영일(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3월 3일(토) 박수택(SBS 노조위원장)

3월 5일(월) 최문순(언론노조 위원장)

3월 6일(화) 김용백(언론노조 사무처장)

3월 7일(수) 임순혜(KNCC 언론위원)

3월 8일(목) 최민희(민언련 사무총장)

3월 9일(금) 박강호(언론노조 부위원장)

3월 12일(월) 이호준(EBS 기자)

3월 13일(화) 박병완(방송기술인연합회장)

3월 14일(수) 장은숙(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3월 15일(목) 김주언(언개련 사무총장)

3월 16일(금) 김동민(한일장신대 교수)

3월 19일(월) 박구재(경향신문 기자)

3월 20일(화) 김경호(코리아헤럴드 내외경제 기자)

3월 21일(수) 강성남(대한매일 기자)

3월 22일(목) 김보근(한겨레신문 기자)

3월 23일(금) 정길화(MBC PD)

3월 26일(월) 장상권(동아일보 신문인쇄)

3월 27일(화) 이영식(스포츠조선 노조위원장)

3월 28일(수) 이재철(YTN 기자)

3월 29일(목) 김교만(문화일보 기자)

3월 30일(금) 성희중(스포츠서울 21 기자)
김보영
2001/03/01 00:00 200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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