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재산도피 최순영 전 대한생명 회장 명확한 이유없이 8개월째 재판지연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서울대병원 특실에서 비서와 '자율접견' 의혹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부소장 조국)는 5일 오전 명확한 사유 없이 8개월째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최순영 전 대한생명(이하 대생)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 대해 “신속한 재판진행과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서울고등법원 형사 1부(재판장, 이흥복 부장판사)에 전달했다.

최순영 씨는 지난 99년 3월 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경법) 상의 재산국외도피 및 사기 등의 죄로 구속기소됐다가 같은 해 7월 27일 서울지방법원에서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죄가 인정돼 징역 5년, 추징금 1,964억 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8월 11일 항소했던 그는 10월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권남혁 부장판사)로부터 보석결정을 통보 받았다.

재벌총수와 일반 국민은 사법적 잣대가 다르다?

당시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의 주치의가 심장질환으로 수감생활이 어려워 정밀감정이 필요하며 수감생활이 계속될 경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서까지 보내와 보석석방이 불가피했다”고 밝히고, 보석을 허가했다. 따라서 현재 최 전 회장은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인 중범죄이며,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된 자에게 보석이 허가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이 같은 결정은 법원이 재벌총수 등 사회권력층과 일반 국민에 대해 서로 다른 사법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전국민의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보석결정을 전후해 최 전 회장의 변호인단에 최종영 현 대법원장 등 전직 고위법관이 포함된 것도 법원의 보석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심장질환 있으나 매일 외출하는 남자

실제 재판부로부터 특별한 제한사유 없이 보석결정을 통보 받은 최 전 회장은 현재 한남동 자택에 머물며 사실상 ‘자유의 몸’으로 살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11-260번지 UN VILLAGE 24호.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붉은 벽돌의 175평 2층 대저택에서 현재 최 전 회장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집은 이미 정부 소유로 넘어간 대한생명에 의해 가압류 돼 있다.

최 전 회장은 보석 후 풀려나 금감위와 대한생명 등을 상대로 4건의 소송을 제기해둔 상태인데 그 구체적 내용은 대생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해 자신의 경영권을 빼앗은 데 대한 취소청구소송 등이다.

실제 지난 4일 오후 최 전 회장의 집을 직접 방문한 결과, 검은 점퍼 차림의 50대 집사에 따르면, 재판부의 심장질환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 전 회장은 겉으로 봐서 알 수 없을 정도로 외출에 무리가 없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일요일에도 최 전 회장은 아침 일찍 외출했으며, 최근 최 전 회장은 매일 외출하고 있다고 했다.

공적자금 2조원 투입한 대생, 국민 1인당 5만원 꼴로 기부한 셈

지난 99년 11월 국영보험사로 전환한 대한생명에는 모두 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국민 일인당 5만원 꼴로 ‘대한생명 돕기’에 나선 것이다.

전국민이 사실상 ‘대한생명 돕기’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한생명 부실의 총체적 책임이 있는 최순영 씨는 이미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친인척 이름으로 명의변경을 해놨기 때문에 그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더라도 돌려 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100억 원에 불과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뿐 아니라 당시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대한생명 고객재산을 그룹 계열사에 2조 원 넘게 불법대출하거나 유용을 지시했고, 약 2,000억 원을 직접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재명 간사는 “이런 부실기업주들이 법원의 미온적 법 집행 아래 아무런 제재조치를 받지 않고 사실상 ‘자유의 몸’이 되어 활보하는 것은 온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것으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태수 전 한보회장, 서울대병원 입원중

한편, 지난 97년 한보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은 지병악화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 회장의 지병이 악화돼 교도소 내 의무실에서는 도저히 치료할 수 없어 병원으로 신병을 옮기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15년형 확정 판결을 받은 정태수 씨는 현재 서울대병원 12층 특실 112호에 서울구치소 소속 교도관 2명의 보호 아래 입원 치료 중이다.

하루 6회 투약, 다음주 뇌MRI 등 검사예정

지난 4일 오후 기자가 직접 방문한 결과, 담당간호사는 “환자의 사생활 보호 때문에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정태수 전 회장의 비서라고 신분을 밝힌 40대의 한 남자에 따르면 ”현재 정 전 회장은 하루 6번 당뇨병, 협심증, 뇌경색 관련해 투약하고 있으며, 다음주 중에 심초음파 검사, 심전도 검사, 뇌MRI, 방사선 동위원소 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 전 회장의 건강상태는 “대화는 무리없이 가능한 수준”이며 “화장실 가는 정도의 거동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이곳은 병원이라 할지라도 구치소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기 때문에 내방객 방문은 구치소의 원칙에 따라 전혀 불가능하며 가족의 경우도 월 4회 1회당 7분 가량의 접견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전 회장의 병실 우측에 위치한 투명 유리벽 안에 책상과 의자를 두고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고 있던 정 전 회장의 비서는 “병원에 매일 상주하는 것은 아니나, 일이 있을 때마다 왔다갔다” 한다고 밝혔다.

‘특별 대우’ 받는 재벌총수 수형자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구치소에 수감중인 수형자들의 경우 구치소내 의무실에서 치료받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되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지만 웬만해서는 그런 ‘대접’을 받기 어렵고, 정 전 회장의 경우는 하루 65만 원씩이나 하는 서울대병원 특실에서 파견 나온 교도관 두 명과 비서까지 왔다갔다하는 조치를 받으며 수감생활을 하는 것으로 볼 때 일반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문제제기하며 “구치소를 그대로 옮겨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서울대병원 특실에서 형 집행 정지 처분도 받지 않은 채 남은 형기를 ‘편하게’ 채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명백히 재벌총수에 대한 ‘특별대우’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정 전 회장이나 최 전 회장 둘 다 재벌총수라는 신분 때문에 일반인들의 법 집행 적용과 달리 사법부로부터 사실상 ‘특별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뒤 “사법부는 일반인들과 동일한 잣대로 재벌총수들에게도 엄격히 법 적용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선
2001/03/05 03:55 2001/03/05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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