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 불법대출과 재산은닉, 배임죄로 기소 안 되



최경석 cks21@pspd.org

월간 참여사회 기자

참여연대는 28일 불법적인 대출 지시 등으로 거평그룹 계열 금융기관들을 부실에 빠뜨렸던 나승렬 (56세) 전 거평그룹 회장이자 거평 계열사의 대주주를 특경가법상의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고발했다.

첫째,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 지난 98년 6월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의 조사에 따르면 나씨는 새한종금으로 하여금 자기자본(2025억 원)의 100분의 15를 초과하는 1,000억 원을 거평그룹에 대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둘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여신금지업종인 골프장(거평 계열사)에 700억 원을 불법 대출하도록 하고, 충남개발산업, 거평유통, 거평패션 등 거평 계열사에 2,276억 원을 대출하게 했기 때문.

또한 98년 10월 금감위의 조사에 따르면 나씨는 자신의 계열사 중 하나인 한남투자신탁의 이사들과 공모하여 거평그룹과 특수관계인 성암산업 등에 장기신용은행과 하나은행 주식취득자금을 지원토록 한 후, 이 주식을 장외에서 고가로 매입하게 함으로써 한남투자신탁에 58억 원의 손해를 가했다. 심지어 전남신협 등 3개 기관에 법령상 금지된 수익률 보장각서를 작성, 교부하게 하여 이 기관들의 투자손실액 62억 원을 한남투자신탁이 보전하게 했다.

수사만 하는 검찰, 기소는 언제쯤?

이미 98년에 금감위의 조사에 의해 이러한 사실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나씨를 배임죄로 기소하지 않았다 98년 이후 검찰은 계속 직접 수사를 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기소는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작년 12월 계열사 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과정에서 소유주식 변동내역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하고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나씨를 불구속기소(서울지검 특수3부 김우경 부장검사)했을 뿐이다. 이것 또한 공소장만 접수된 상태이고 재판은 하나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형사지방법원 형사단독부에 따르면 "보통 불구속사건은 재판이 늦어진다"고 밝혔다. 그 외 다른 혐의로 나씨가 기소된 건은 아직 없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을 통해 "과거 불법적 거래 행태에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다"며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7억 원 상당의 아파트 두 채 은닉하다 적발되기도

한편 나씨는 이번 고발 외에도 채무회피를 위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지난 6일 퇴출금융기관 채무자 및 대주주 178명에 포함된 나씨를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작년 12월 예금보험공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나씨는 새한종금이 영업정지 되기 석달 전인 98년 2월 20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시가 7억 원의 아파트(79평)를 처남 명의로 처분금지 가처분하고, 같은 해 12월 처남에게 소유권을 넘겼다가 다음해 1월 제3자에게 판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98년 5월에는 서울시 강남구에 소재한 시가 약 7억 원 상당의 또 다른 아파트(79평)를 처남에게 가등기(매매예약)하고, 98년 9월에 본등기했다가 같은 해 12월 제3자에게 매도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예금보험공사는 은닉재산에 대해 가압류 등 채권보전조치와 은닉재산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사해행위취소(재산관계 원상회복)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아직 형사상 강제집행면탈죄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상태다.

예금보험공사의 한 관계자는 "부실기업주들이 채무를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친인척에게 양도하는 것에 대해 민사소송을 취할 수 있지만, 강제집행면탈죄로 고발하기에는 법적 승인조건상 까다로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형식상 양도인이 아들이든 친척이든 실제 인물이라면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은 판례가 있고, 채권자가 채무이행을 요구하며 강제집행 조치를 취해도 채무자에게 어떤 재산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법적 조치를 취했다면 이는 구성요건이 안 된다는 판례도 있다"고 전달했다.

행방묘연한 나 전 회장

작년 12월 <동아일보> '신문박물관' 개관식에 잠깐 모습을 비췄던 나 전 회장. 현재 그의 거주와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실제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는 거평그룹의 부도(98년) 이후부터는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302-69 정우맨션 1202호. 겉으로 보기에는 밋밋한 건물이지만 78평 규모에 시가 9억 원을 오간다. 98년부터 가압류 상태인 이 집은 2000년 5월 현재 서울보증보험에 의해 계속 가압류 상태다. 관리사무실의 한 관리인은 "부도이후 딱 한 번 모습을 나타낸 적이 있다. 중풍에 걸린 후 지팡이를 짚고 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집에는 나씨의 막내딸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석


2001/03/28 03:58 2001/03/2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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