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책임 규명하여 민형사상 책임 철저히 물어야



1. 현대건설이 출자전환을 통한 회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여를 끌어온 현대건설 처리문제가 일단락 지어졌으나, 출자전환 방식은 곧 현대건설의 부실을 채권금융기관들이 떠 안는 것이고 이들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 붓고 있으므로, 결국은 국민부담으로 현대건설을 살리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2. 금융기관과 국민의 부담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을 살리고자 한다면 부실경영에 대한 철저한 책임 추궁이 전제로 되어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은 실사작업을 통해 부실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고, 정몽헌 회장, 김윤규 사장 등 경영부실을 초래한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권 박탈과 함께 이들의 불법행위 여부를 엄밀히 조사하여 민·형사상의 책임까지 철저히 물어야 할 것이다. 한보, 기아, 해태 등과 최근의 대우그룹의 예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대부분의 부실기업 뒤에는 각종 불법행위로 회사 돈을 빼돌리고 회사를 위험지경에 빠뜨린 대주주, 경영진이 있었다는 점을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3. 이와 관련하여, 현대건설이 얼마 전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처분한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정몽헌씨는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상선, 현대전자 등의 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정몽헌씨는 현대건설의 부실을 통해 막대한 국민부담을 지웠으면서도 오히려 앓던 이를 빼버리고 나머지 그룹을 지배하게끔 되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했던 현대상선 지분은 그룹 지배권과 관련된 (경영권 프레미엄이 붙어있는) 핵심자산이므로 시장가격으로 값싸게 처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값싸게 현대상선지분을 처리한 것은 정몽헌씨가 현대건설에서 발을 빼기 위한 사전작업이었고, 이는 사실상 현대건설의 자산에 대한 배임행위이고, 이를 묵인 방조한 채권단과 정부는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따라서 현대건설이 보유했던 현대상선 지분은 현대건설로 되돌려져야 마땅하다.

4. 부실경영 책임 추궁과 관련하여, 과거 누적부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책임이 있는 삼일회계법인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규정 제48조에 근거하여 특별감리를 실시하여야 한다. 특별손실의 발생원인을 검토해볼 때 2000년 일년간의 경영환경 악화에 기인하기보다는 부실을 수년간 눈감아 주다 감사인의 책임을 뒤늦게 회피하기 위해 일시에 부실내용을 반영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중대한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특별감리를 실시하여 삼일회계법인의 부실감사 여부를 밝혀야 할 것이다.

5. 현대건설의 처리 과정을 통해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구조조정 의지의 부족이 우리 경제 회생의 최대의 걸림돌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채권단은 시장원리에 반하여 현대건설은 무조건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정책을 추진해왔다. 현대건설은 지난 해 11.3 퇴출 조치에서도 제외시켰으며, 신규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놓고서도 올해 들어 회사채 신속 인수, 담보 대출 등으로 지원하는 등, 유동성위기에 몰릴 때마다 법정관리 운운하면서도 결국은 채권단을 동원한 자금 지원으로 땜질해왔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스스로 발표한 부실기업상시퇴출 시스템과 같은 구조조정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지난날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정부의 우유부단함을 보여주는 것이거나 특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며,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현대건설 대주주와 경영진의 부실책임 규명과 함께 정부정책기조를 뒤흔들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현대건설을 지원해왔던 정부 책임자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위원회
2001/03/30 00:00 2001/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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