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재벌봐주기 판결은 사법 불신은 물론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오늘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강형주)는 27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으로 회사 돈을 횡령하고, 무려 2,838억원에 이르는 대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두산그룹 총수일가 모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러한 명분 없는 재벌 봐주기식 판결은 법 앞의 평등 원칙을 무너뜨림으로써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건전한 시장경제질서의 확립을 통한 경제발전에도 결정적 장애물이 될 것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혐의내용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그룹 총수일가 모두를 집행유예 처분했다. 피고인들이 회사 돈을 횡령하여 비자금을 조성하고 대규모의 분식회계를 지시해 두산그룹과 국가 전체의 신용도를 훼손했다고 판단하면서도, 단지 횡령한 돈을 이미 변제했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집행유예를 내린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두산그룹 총수일가는 비자금을 조성하여 이를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나,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비자금 사용처는 주로 정치자금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를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 과연 재벌총수가 생활비 조달을 위해 대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는가? 이는 불법적인 로비자금을 은폐하기 위한 허위 주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검찰수사결과 드러난 비자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검찰은 유죄 입증이 가능한 최소한도에서만 기소한 것이고, 두산 총수일가는 그 최소한도의 금액만 변제했다고 보는 것이 더 상식적이다.

둘째, 분식을 자진고백했으며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등의 행동을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분식회계를 자진고백한 것은 내부자의 비리 폭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어쩔 수 없이 고백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 더구나 2005. 3월 금융감독위원회의 ‘외부감사의회계및감리에관한규정’이 개정되어 과거분식 사실을 자진고백한 기업에 대해 감리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되자 금융당국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발표한 것이다. 또한 최근에 발표한 두산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립서비스’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주회사로의 전환 및 이사의 독립성 확보 등에 있어서 아직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으며, 나아가 이들 총수일가가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을 제어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은 전무하다.

사실 이번 법원의 판결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경제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궁극적으로 시장경제질서 확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두산 총수일가들이 저지른 2,838억원의 대규모 분식회계 행위는 투자자, 금융기관 등의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국민경제 전체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다. 선진국에서는 자본주의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주식회사 제도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분식회계나 횡령 등의 기업범죄행위를 엄벌한다(주: 논평원문에서 한국과 미국의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 비교 표 참조)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범죄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판결이 반복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보상(compensation effect)은 물론 동일한 범죄를 예방(deterrence effect)하는 효과마저 소멸됨으로써, 결국 자본시장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법원이 국민경제의 발전을 고려한다면, 그것은 기업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남발하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범죄에 엄중한 처벌을 가하는 것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반기업 정서’가 아닌 ‘불법비리 경영인에 대한 반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만일 사법부에서 건전한 기업과 불법비리를 저지르는 경영인을 분리하는 일을 충실히 해 낸다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반기업 정서는 바로 사라질 것이다.

오늘 두산 사건 재판부는 합리적인 양형사유를 제시하지도 못한 채 전원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국민들의 사법 불신과 ‘반기업 정서’를 더욱 증폭시켰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을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판결로 규정하는 한편,지난 8월 30일 참여연대가 고발한 두산관련 사건 중 기소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 다시 한번 항고 할 것임을 천명한다.

경제개혁센터


2006/02/08 00:00 2006/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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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06/02/08 21:1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기준없는 판결에 부도덕한 기업행태는 반복된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법원을 걸어나오는 그들의 모습에서 일말의 반성의 기미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마치 내돈 내가 쓰는데 니들이 뭔 상관이냐는듯. 그렇지만 대기업은 대개가 그렇듯 상장회사이고 기업주를 자처하는 이들의 지분을 불과 몇%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미 다수의 기관과 국민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죠.
    두산은 기업인수로 재미를 봐 온 기업이고 지금은 대우건설을 눈독들이고 있습니다. 한화도
    이면계약을 통한 대한생명 인수라는 꼼수를 뒀던 기업들입니다. 정상적인 기업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발전할 수는 없는 것인지요. 쇼라도 좋으니 잘못했다는 회장 명의의 신문광고라도 한번보고 싶습니다.

  2. 사법개혁? 2006/02/09 10:3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재벌개혁과동시에 사법부도 개혁해야한다!
    금력과 권력앞에무능한 재벌과한족속인 사법부도 개혁해야한다

  3. 최후승리 2006/07/22 09:0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가장 무서운 폐해는 황금만능사상, 자라나는 세대에 가치관 붕괴 등일 것이다.
    결국 이것은 나라의 체질이 허약해져서 나라를 망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사법부를 견제할 장치가 어서 마련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