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정책위의장의 출총제 폐지 발언은 재벌개혁 포기 선언
기업지배구조관련 법제도/공정거래법 :
2006/03/09 15:05
상법 개정 등 사후규제 정비 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는 안돼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무엇이 다른지 답해야 할 것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를 대폭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당정협의를 가진데 이어, 오늘(9일)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내년 2차 3개년 로드맵에서 이를 대신할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이미 규제의 실효성을 거의 상실한 채 뇌사 상태에 빠진 출자총액제한제도에 정부와 여당이 공식적인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재벌이 출자총액제한제를 준수하겠는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불과 3년 전,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천명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과 강도 높은 재벌 개혁의 결과가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인지, 여당과 정부가 부르짖는 개혁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출자총액제한제가 “선진국에서는 도입하지 않는 제도이며, 이보다 기업의 자율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차례 법령의 개정에 따른 지나친 적용제외와 예외인정으로 인해 출자총액제한제의 실효성이 크게 훼손되었음은 물론 공정거래법에 의한 재벌규제 전체가 무력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 시장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는 적용제외와 예외인정의 축소를 통해 출자총액제한제는 강화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앞 다투어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정부와 여당은 과연 시장경제질서와 재벌 중 어느 쪽을 지키고자 하는 것인가.
출자총액제한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재계의 로비는 집요하게 이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투자침체의 원흉으로 출자총액제한제를 마녀사냥식으로 비난하던 재계의 의도가 결국은 재벌총수의 지배권 유지ㆍ확장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물론 공정거래법에 의한 규제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유일한 또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아니다. 그러나 상법 개정 또는 (가칭)기업집단법 제정 등을 통해 기업집단과 그 지배주주에 대한 사후적 규율(즉 이해관계자의 행동을 통한 시장규율) 장치가 실효성 있게 정비되기 전에 공정거래법에 의한 재벌규제를 폐기하는 것은 규제공백 상태를 야기하여 또다른 경제위기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지난 3년간 정부와 여당은 무엇을 개혁하였는가. 재계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여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그나마 개혁입법인 증권집단소송법 등을 개악하고, 나아가 법과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특정 재벌 감싸기에 여념이 없었다. 출자총액제한제를 무력화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명백하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외치는 개혁은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으며, 오직 성장만이 지상과제일 뿐이다. 정부와 여당은 한나라당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무슨 근거로 개혁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신하는지 스스로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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