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제도의 위험성 높이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기업지배구조관련 법제도/공정거래법 :
2006/04/24 15:10
부채비율 상향 조정, 사업관련성 요건 폐지는 지주회사제도의 근간을 위협할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늘(24일)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상향 조정(기존 100%에서 200%로), 자회사-손자회사간 사업관련성 요건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지주회사체제는 재벌체제에 비해 출자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가 발생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체제가 만능의 기업조직 모델은 아니며, 또한 지주회사체제 역시 다단계 출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장을 가져오는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 유도라는 정책적 목적에 지나친 강조점을 부여하거나 또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추진 중인 재벌들의 요구에 따라, 정부가 지주회사제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조차 완화 혹은 폐지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신중치 못한 규제완화는 지주회사제도의 위험성을 높이고, 결국 국민경제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을 200%로 상향조정하는 것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순수)지주회사는 말 그대로 주식보유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따라서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은 지주회사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그런데 배당률이 차입금리에 훨씬 못미치며, 또한 배당 수입의 안정성이 이자 지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상승은 그만큼 부도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실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지주회사의 부도는 자회사의 사업 실패보다는 지주회사 자체의 재무불안정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거의 100% 보유하는 선진국의 경우와 달리, 자회사 지분 일부(상장자회사 30%, 비상장 자회사 50% 이상)만을 보유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부채비율 상향조정은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만큼 경제력 집중 및 경제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또한 부채비율 상승으로 늘어난 이자의 지불을 위해 자회사에 과도한 배당 및 브랜드 사용료를 요구하게 될 것인데, 이는 지주회사의 (지배)주주와 자회사의 (소액)주주간에 이해충돌을 야기함으로써, 투명한 기업집단 운영이라는 지주회사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자회사-손자회사간 사업관련성 요건 폐지도 마찬가지이다. 지주회사체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사업영역의 자회사들을 통할 경영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되, 자회사들 간에는 출자관계 등의 직접적 연결고리를 차단함으로써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데 있다.
그런데 100% 지분의 완전 자회사.손자회사 구조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관련성 요건을 폐지하는 것은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의 이해충돌 위험을 증폭시키게 된다. 원래는 지주회사의 출자를 통해 별도의 자회사로 설립해야 할 비관련 사업을 자회사의 출자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법예고 보도자료에서 공정위는, 자회사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손자회사에 대해서도 지분율 요건(상장회사 30%, 비장회사 50% 이상)을 도입했기 때문에, 이중 규제의 해소 차원에서 사업관련성 요건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이 완전손자회사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게 때문에, 사업관련성 요건은 더더욱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우건설 등 워크아웃 졸업기업의 인수 시 출총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번에는 지주회사제도의 근간을 위협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올 7월부터 재벌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게 될 '시장경제 선진화 TF'의 작업 결과에 대해 어떻게 신뢰할 수있겠는가.
더군다나 일부 언론에 의해 재벌 개혁의 ‘매’파라고까지 불리우던 권오승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취임후 공정위가 내놓은 첫 번째 정책이 재벌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지주회사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후 권오승 위원장 체제하의 공정위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가 재계 및 여타 경제부처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개혁정책을 수립.집행할 때만이 경제 검찰로서의 공정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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