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권력이 시장 감시자인 은행까지 소유하면 안돼

금산분리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자성해야



오늘 (17일)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삼성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로드맵'(2005.5)이라는 삼성그룹의 내부문건을 공개하였다. 이 문건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완화, 비은행 금융회사의 은행업 진출 등을 목표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담고 있다.

이 문건이 공개됨에 따라 국가의 법과 제도도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꾸려고 하는 ‘로비집단’인 삼성그룹의 오만한 행태가 문서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거대 자본권력이 국가의 법제도를 자신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 했다는 점에 경악하며, 산업자본이 시장의 자율적 감시자인 은행을 소유하도록 허용함으로써 건강한 시장질서의 근본이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시장의 자율적인 감시시스템으로 작동되는 금산분리의 원칙은 시장경제에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담보하는 핵심적인 장치이다. 투자사업의 효율성을 감시하는 금융기관이 없다면 기업과 국가경제의 효율성은 확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시 없는 경영이 무모하고 비효율적인 투자를 초래한다는 점은 바로 삼성그룹의 슬픈 과거가 웅변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 삼성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건희 1인의 고독한 결단으로 자동차 산업에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가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하여 결국 삼성그룹은 물론 국가경제까지 위태롭게 한 바 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지났지만 삼성자동차의 부채처리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삼성은 자동차 사업의 뒤처리는 수수방관한 채 또 다시 감시와 견제 없는 방만한 경영을 되풀이하려고 하는 것인가.

금산분리의 원칙을 깨기 위해 삼성그룹의 로드맵이 채택하고 있는 추진전략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당도 아니고 국가기관도 아닌 한 기업의 로드맵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법을 언제까지 개정하고 그 법을 개정하기 위해 어떻게, 누구에게 로비해야 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삼성이 더 이상 경제 권력에 그치지 않고 정치, 경제, 언론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국가권력임을 새삼 확인하고 이에 경악한다.

우리는 삼성이 정치권과 언론 및 학계를 상대로 방대한 로비를 감행했을 가능성에 주목하여 정부와 국회는 삼성 로비의 실체를 낱낱이 조사하여 국민에게 공개할 것과 이 과정에서 위법사실이 발견될 경우 관련자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또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일부 언론이 그동안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 또는 폐지를 주장해 온 것에 주목하며 큰 우려를 표시한다. 이 후보와 일부 언론은 금산분리 원칙과 관련한 그들의 주장이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연유한 것은 아닌지 자성해 보아야 한다.

특히 이명박 후보는 삼성그룹이 내부 문건이 공개된 이상 금산분리 폐지에 관한 자신의 주장이 삼성그룹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이 후보의 금산분리 폐지 주장은 대중적 설득력을 결여한 채 삼성의 나팔수라는 인식에서 자유스럽지 못할 것이다.

시민경제위원회


2007/10/17 17:21 2007/10/17 17:21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Economy/trackback/20707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