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기구 역할 방기하면서 삼성 눈치 보는 금감원
존재이유 의문


 

금감원이 본인 계좌가 아니라고 시인한 4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 계좌만 조사하기로 함으로써 삼성비자금의 전체 자금 흐름을 파악하려던 삼성특검의 의도는 전혀 충족되지 못하게 되었다. 단지 4명이 가진 수십 개의 계좌만 조사하는 것이라면 애초부터 특검이 금감원에 수사협조까지 요청할 일이 아니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삼성특검 수사에서 본인계좌가 아니라고 시인한 4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 계좌 수십개로 한정해 ‘특별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애초 삼성의 차명의심계좌 3800여개에 대한 포괄적인 특별검사가 이루어짐으로써 전▪현직 임원의 이름으로 관리돼온 삼성의 비자금 규모와 자금흐름 등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삼성의 불법행위를 규명해내는 핵심적 단초가 될 차명의심계좌 조사에 이처럼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금감원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삼성이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금감원의 해명 아닌 해명은 삼성과 관련된 사건의 감독을 포기한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금융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불법․부당한 금융거래를 적발해내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활동에 앞장서야 마땅할 감독기관이 기업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사건 축소에 나서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삼성특검팀은 비자금 의심계좌의 몇 배에 달하는 연결계좌에 대해 한정된 수사기간 내에 일일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에 수사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금감위와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협조할 사항을 특검팀과 논의한 뒤 필요하면 조만간 특별검사 등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오늘(3일)부터 금감원의 특별검사반이 삼성증권의 금융실명법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본인 계좌가 아니라고 시인한 4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 계좌만 조사하기로 함으로써 삼성비자금의 전체 자금 흐름을 파악하려던 삼성특검의 의도는 전혀 충족되지 못하게 되었다. 단지 4명이 가진 수십 개의 계좌만 조사하는 것이라면 애초부터 특검이 금감원에 수사협조까지 요청할 일이 아니었다. 

금감원의 역할 방기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의 차명계좌를 처음 폭로했을 때나 삼성 특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위법 혐의를 밝혔을 때에도 금감원은 즉각적으로 조사에 나서지 않아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그러다가 지난달 21일에서야 삼성그룹에 차명계좌 세 개를 만들어준 우리은행을 금융실명법 위반 및 자금세탁 혐의 거래 미보고 등으로 기관 경고했다. 이마저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금융감독기구 개편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다수의 전문가들이 금감원의 역할 축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상호견제기구로 금감원을 현행대로 유지토록 힘을 실어주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금융감독원이 제역할을 정확히 수행하기는커녕 불법행위자인 삼성의 눈치를 보기에만 급급하다면 금감원의 존재이유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심각하게 문제제기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삼성을 비호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행태를 즉시 멈추고 삼성의 불법행위 규명에 적극 협조하여야 할 것이다.


2008/03/03 14:25 2008/03/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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