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삼성 비자금 꼬리 자르기 하나
존재이유 의문
삼성특검팀은 비자금 의심계좌의 몇 배에 달하는 연결계좌에 대해 한정된 수사기간 내에 일일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에 수사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금감위와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협조할 사항을 특검팀과 논의한 뒤 필요하면 조만간 특별검사 등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오늘(3일)부터 금감원의 특별검사반이 삼성증권의 금융실명법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본인 계좌가 아니라고 시인한 4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 계좌만 조사하기로 함으로써 삼성비자금의 전체 자금 흐름을 파악하려던 삼성특검의 의도는 전혀 충족되지 못하게 되었다. 단지 4명이 가진 수십 개의 계좌만 조사하는 것이라면 애초부터 특검이 금감원에 수사협조까지 요청할 일이 아니었다.
금감원의 역할 방기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의 차명계좌를 처음 폭로했을 때나 삼성 특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위법 혐의를 밝혔을 때에도 금감원은 즉각적으로 조사에 나서지 않아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그러다가 지난달 21일에서야 삼성그룹에 차명계좌 세 개를 만들어준 우리은행을 금융실명법 위반 및 자금세탁 혐의 거래 미보고 등으로 기관 경고했다. 이마저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금융감독기구 개편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다수의 전문가들이 금감원의 역할 축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상호견제기구로 금감원을 현행대로 유지토록 힘을 실어주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금융감독원이 제역할을 정확히 수행하기는커녕 불법행위자인 삼성의 눈치를 보기에만 급급하다면 금감원의 존재이유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심각하게 문제제기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삼성을 비호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행태를 즉시 멈추고 삼성의 불법행위 규명에 적극 협조하여야 할 것이다.


금감원의 비자금 특별검사 논평.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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