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판 방청기>삼성공판 사실심을 마무리 하며
2008. 9. 10 참여연대 이상민 간사
1983년 12월 삼성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독자 개발하자 세계 반도체 업계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83년 2월 이병철 당시 삼성 회장이 삼성그룹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도쿄선언’을 발표한 지 불과 10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 반도체 업계는 삼성이 64K D램을 개발한 것을 단지 우연의 산물로 애써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단지 이것이 우연이나 행운이었을까?
삼성그룹 비서실(구조조정본부)의 주 업무 중 하나는 이건희 회장과 아들 재용 씨의 사재 관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시 비서실에서 사재 관리 역할을 맡았던 김인주 피고인 등은 비서실이 이재용 씨 명의의 통장에서 96년 11월에 에스원 주식을 매각해서 현금 118억을 만들어 놓았다고 진술했다. 직후 15억원을 인출하여 96년 11월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를 이재용 씨가 저가로 매입하게 했다. 한 달 뒤 96년 12월에는 같은 통장에서 48억원을 인출하여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로 매입하게 했다. 역시 96년 12월에는 같은 통장에서 44억원을 인출하여 삼성SDS 유상증자 실권분을 매입하였다. 물론 서울통신기술,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주식 실권분을 인수하면서 이재용 씨는 수백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두게 되었다. 삼성비서실 출신 피고인들은 이것이 단지 우연이라고 항변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우연이나 행운이었을까?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삼성반도체는 83년 12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독자 개발한 이후 9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8인치 라인을 가동시키고 92년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93년 드디어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에 오르게 되었다. 이로써 삼성이 64K D램을 개발한 것은 단지 우연이거나 행운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 된 것이다. 삼성 측 설명에 따르면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적기 투자’를 통해 세계 반도체 업계의 신화를 창조하게 된 것이다.
이재용 씨는 지난 95년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45억원을 증여 받고 에스원 주식, 제일기획 전환사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전자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약 1조원의 자산을 가진 신흥 재벌로 등극하는 신화를 창조했다. 1조원의 자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삼성그룹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동시에 지배할 수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삼성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출자구조를 완성했다. 그런데 단지 이것이 우연이나 행운이었을까?
공판과정에서 특별검사는 “과연 이재용 씨가 아니라 일반 개인 주주라면 삼성에버랜드나 삼성 SDS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사채들을 인수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했다. 삼성에버랜드나 삼성SDS의 재무담당 증인들은 물론 김인주 등 비서실 피고인 들 까지 이재용 씨가 아니라면 그룹의 지배권을 획득 할 수 있는, 나아가서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획득 할 수 있는 전환사채 등을 인수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 피고인들은 비서실이 이재용 씨 명의의 에스원 주식을 처분하여 현금을 만들고 그 현금이 입금된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여 그 직후 서울통신기술,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주식을 차례대로 매입한 사실까지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은 계획된 사실이 아니라 단지 우연이라고 주장한다. 별 계획 없이 에스원 주식을 처분했고, 우연히도 그때, 각 계열사의 자금계획을 위해 전환사채 등을 발행할 것을 각 계열사에서 기안을 했다는 것이다. 그 직후 우연히도 각 계열사의 기존 주주들은 약속한 것처럼 실권을 하고, 계열사의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이재용 씨가 전환사채 등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비서실의 사전 계획 없이 우연히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것을 우연으로 볼 수 있을까?
삼성반도체 신화는 사실 도쿄선언이 있기 10년 전부터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를 가공하고 절단하는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부터 노력해온 결과다.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투자’에서 나온 성과이지 그것이 결코 우연일 리가 없다. 그런데 삼성 반도체 라인에 있는 인재보다 삼성 비서실(구조조정본부, 또는 전략기획실)에는 삼성 그룹 내 최고 엘리트 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신화는 외국 유학 말고는 변변찮은 경영성과조차 없는 이재용 씨가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게끔 만든 것이다. 그런 과정을 완성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비자금을 만들고 각 계열사에 손해를 입히는 배임행위를 한 것이다. 삼성 그룹이나 삼성 계열사의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이런 행위들은 아직도 털지 못하고 있다. 그룹 내 최고 엘리트 들이 각 계열사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역량을 쏟는 대신 이재용 씨에게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각종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종종 삼성의 놀라운 경영성과를 들면서 피고인들에게 선처를 부탁하곤 한다. 물론 나도 삼성 그룹, 특히 삼성 전자의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삼성 비서실이 이재용 씨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무리하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법률을 위반하고 기나긴 재판 등을 통해 삼성 그룹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 되고 있다. 경영활동과는 무관하게 너무도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9월 10일 드디어 삼성의 2심 공판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이번 재판을 통해 과거의 불법행위를 차단하여 삼성 비서실이 주도한 모든 범죄 행위들을 다 털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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