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단소송제 제한적용 방침에 관한 논평
기업지배구조관련 법제도/증권집단소송법 :
2001/10/04 02:30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취지를 근본적으로 퇴색시키는 "자산규모 2조이상" 조건은 재고되어야 한다
1. 그간 누차에 걸쳐 증권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천명한 정부가 이 달 중순경 증권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현재 법무부와 재경부가 법률조문 구성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법안에는 증권집단소송제도의 실익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각종 제한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모처럼 도입되는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유명무실화될 것이 우려된다.
2. 최근 문제가 된 소위 "이용호게이트"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한 바와 마찬가지로 우리 증시전반에는 주가조작 등 증시불공정거래행위가 만연하고 있으며 이를 억제하여야 할 금감원, 검찰 등 공적 규제장치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사적인 소송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시불공정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증권집단소송제도의 도입필요성은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3.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정부관계자의 발언내용에 따르면 이번 증권집단소송제는 집단소송의 적용대상이 되는 범법행위 유형을 주가조작, 분식회계, 부실공시로 제한할 뿐만 아니라 대상기업도 '자산규모 2조원이상 기업'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한다.
4. 증권집단소송제도가 새로운 제도인 점을 감안하여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상행위를 제한하고 각종 남소방지장치를 도입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정부에 전달한 증권집단소송제도 입법 의견서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증권집단소송제도의 적용대상 행위인 주가조작,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발생한 기업은 자산2조원 미만의 중견 또는 중소벤처기업이 대부분이므로 자산2조원 이상 기업에만 적용한다는 것은 제도의 도입취지를 근본적으로 퇴색시키는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지난 98년부터 2001년 8월까지 검찰에 통보 또는 구속기소된 주가조작 혐의 대상종목을 언론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91건의 주가조작 사건 중 자산2조원 이상의 기업인 경우는 단지 2건(2.2%)에 불과했고, 나머지 89건은 모두 자산2조원 미만의 기업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그리고 분식회계와 관련해서, 금융감독원의 감사보고서 감리 결과를 분석해보면, 98년부터 2001년 8월까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185개 기업중 자산2조원 이상은 16개 기업(8.7%)에 불과했고, 나머지 169개 기업은 모두 자산2조원 미만의 기업이었다.
이러한 통계수치 뿐만 아니라, 최근 '이용호 사건'에서 드러난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을 비롯하여 리타워텍 주가조작 사건,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사건,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사건, 대한방직 주가조작 사건 등 굵직굵직한 주가조작 사건들은 모두 자산2조원 미만의 기업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5. 결국 자산규모 2조원을 기준으로 집단소송제도 적용대상을 구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현실을 외면한 것일 뿐 아니라,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다시 말해 증권집단소송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 불법행위로 손해를 본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증권집단소송제도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동일한 성격의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피해를, 자산규모가 큰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는 효과적으로 구제받을 길이 있지만, 자산규모가 2조 미만인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는 구제받을 방법이 제한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의 평등원칙을 위배하는 것이 된다.
6. 정부가 증권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려는 취지가 증권시장에서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왜 현실과 유리될 뿐만 아니라 위헌소지조차 있는 방침을 고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진정 억울한 피해를 입는 투자자들의 손해 복원을 가능하게 하고 증권시장을 건전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증권집단소송제도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제한 적용'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적어도 주가조작, 분식회계, 부실공시의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자산규모에 관계 없이 모든 상장 및 코스닥등록기업에 증권집단소송제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끝.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