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도 없이 무너지고 있는 재벌개혁 정책을 성토
기업지배구조관련 법제도/공정거래법 :
2001/10/18 03:24
재경부의 얄팍한 행동도 도마위에
올 상반기부터 재벌관련 규제정책들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IMF구제금융 시기에 어렵게 도입된 재벌개혁을 정부가 완전히 포기한 것 아닌가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지난 18일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날 토론회는 최근 정부가 고치려 하고 있거나 또는 이미 고쳐버린 재벌개혁 법규가 많아서인지 그 제목조차 '재벌 및 금융부문 규제완화 관련 토론회'라고 잡혔고, 다만 '출자총액제한과 계열금융기관 의결권 행사제한을 중심으로'가 그 부제로 다루어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근 출자총액제한제도와 대기업집단지정제도의 변경과 관련하여 부처간 이견으로 심한 대립양상마저 보이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박병원 경제정책국장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오성환 독점국장이 나란히 공개적인 자리에 토론자로 앉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토론과정에서 최대한 발표자들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공동행보를 취하고 반박을 하려했지만, 상대 부처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최대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오후 2시 10분경 정운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토론회에서 첫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진방 교수(인하대 경제학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하여 제도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인정조항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수주주권의 대폭 강화를 통해 과도한 계열회사 출자에 따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11조 개정, 삼성그룹이 최대 수혜자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상조 교수(한성대 경상학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는 공정거래법 11조를 개정하여 재벌소속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원칙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5+3 재벌개혁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상조 교수는 특히 "재벌소속 금융기관은 저축자에 대한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 의무를 갖는 동시에, 재벌총수에 대한 충성의무를 느끼고 있는데,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재벌총수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저축자에 대한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믿을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보험사 및 투신사의 자기계열사에 대한 투자한도를 개혁조치 시행전으로 되돌려 놓은 것은 재벌총수의 계열사 지배권을 강화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 |
| ▲ 주제발제를 하고 있는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왼쪽)과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오른쪽) |
김교수의 발표에서 눈길을 끈 것은 공정거래법 제11조가 정부방침대로 개정되었을 때 어떤 효과가 날 것인가를 삼성전자의 사례에서 실증한 것이었는데, 이 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그룹이며 법이 개정되면 삼성전자의 내부지분율은 지금보다 2배 증가하여 경영권 방어의 수준이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경영감시도 저지할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법시행령 개정, 추선연휴 전날 슬쩍 개정
또 김상조 교수는 재경부의 최근 법개정 방식을 '치고빠지기' 등의 표현으로 비유했다. 보험사와 투신사의 계열사에 대한 투자한도를 완화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시행령등이 개정된 시기가 추석연휴 전날인 9월 29일과 10월 4일이었는데, 추석연휴 분위기를 틈타 외부에는 알리지도 않고 슬쩍 시행령을 개정했던 것. 그는 특히 보험업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는 사실을 관보에만 실었을뿐, 재경부 웹사이트를 통해 알리지 않고 있다가 참여연대가 항의를 하자 그 때에서야 인터넷 웹사이트에 시행령 개정사항을 실었다며 재경부의 '얄팍한' 행동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두 주제발표자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기원 교수(방송대 경제학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재경부 등의 공격으로부터 재벌규제정책을 지키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가상하나, 핵심적인 규제책은 다 놓치고 있다"며, "의결권 제한을 유지"할 것 등을 촉구했다.
![]() |
| ▲ 정부측 토론자로 나온 공정거래위원회 오성환 국장(왼쪽)과 재정경제부 박병원 국장(오른쪽) |
한편 정부측의 토론자로 나선, 공정위의 오성환 국장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 완화 등은 경영권을 방어하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히려 김상조 교수로부터 특정기업의 경영권 방어뿐만 아니라 경영감시 저지를 도와주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고 하는 주제발표 내용이 더 근거를 얻게 되었다고 되받았다. 그리고 재경부의 박병원 국장은 정부의 방침은 규제를 풀어주고 시장규율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며,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는 결단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오 국장에 비해 재경부 박 국장은 주제발표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답변해 좀더 치열한 토론이 전개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1~2년전 도입한 제도를 무슨 경제적 변화가 있다고 되돌리려는가"
토론회를 끝내기 전, 청중에게 발언기회가 돌아갔을 때, 김부겸 국회의원의 보좌관인 문인철 보좌관은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을 지적했다. "계열금융기관의 의결권 행사 제한과 투자한도 축소, 출자총액제한 등은 1~2년 전에 도입되고 그 중에는 실제 시행되지도 않은 것도 있는데, 대체 무슨 경제적 상황을 대폭적인 변화로 원상 회복하려는지 그 근거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당국자를 상대로 뼈있는 비판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공정거래법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의 보좌관들과 재경위원회 소속 보좌관들이 여러 참석하여 소속 상임위 활동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민주당의 정세균 의원과 한나라당의 이부영 의원 등 중진의원도 참석해, 향후 국회에 법률 개정안이 상정되었을 때 국회의원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 지 주목된다.


1519_f0.hwp
1519_f1.zip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