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제11조 개정안의 최대수혜자는 삼성그룹
기업지배구조관련 법제도/공정거래법 :
2001/12/03 14:21
재벌금융기관 의결권 허용은 '산업과 금융의 분리원칙'을 훼손하는 개혁후퇴의 결정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법 개정안이 5대 재벌에 미치는 효과 분석
법개정만으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지배주주의 의결권 지분율은 대폭 상승
이번 주부터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 참여연대는 법개정을 강력히 반대
1.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 훼손,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 무력화 등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할 것으로 우려되는 정부의 공정거래법 제11조 개정안의 예상 효과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의 분석결과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공정거래법 제11조 개정안 통과만으로도, 내년 주총부터 재벌총수의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은 임원해임, 정관변경, 합병 및 영업양수도 등 주총특별 결의안건의 통과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비약적으로 상승되며, 특히 삼성그룹은 여타 4대재벌(현대, LG, SK, 현대자동차)에 비해서도 월등히 큰 혜택을 보는 것으로 밝혀졌다.
2. 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는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 계열사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는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가 국민의 저축자금을 이용해 매입한 계열사 주식을 재벌총수가 계열사를 지배하는데 이용할 가능성을 방지하며,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규정이었다.
정부는 지난 11월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공정거래법 제11조의 개정안 내용은,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는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합계(내부지분율)가 30%를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임원임면, 정관변경, 합병 및 영업양수도 등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계열회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법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공정거래법 제11조 개정방침에 대해, 참여연대는 적대적 M&A 등을 통해 자본시장의 기업감시기능을 제고한다는 기존의 정부의 정책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재벌그룹 총수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의 소액주주 등 전체 외부주주의 경영권 감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되어 그동안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사실상 폐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3. CGCG의 조사결과는 정부의 공정거래법 제11조 개정안이 구체적으로 5대 재벌총수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얼마나 강화시키는 지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으로서, 재벌총수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크게 증가하고 외부주주에 의한 경영감시를 사실상 봉쇄할 수 있게 됨을 확인해 주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이번 법 개정으로 재벌총수가 실제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내부의결권지분율이 거의 30%에 육박하기 때문에, 임원해임이나 합병, 영업양도 등 주총참석 주식수의 1/3이 반대하면 부결되는 주총 특별결의 안건의 경우 지배주주는 자신의 의사대로 안건의 통과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외부주주가 기존 경영진을 해임하고자 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을 때, 주총참석 주식수의 30%에 가까운 해임 반대표를 지배주주가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배주주가 외부주주가 제안한 주총안건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증가하였다.
그리고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여타 4대재벌(현대, LG, SK, 현대자동차)보다 월등하게 의결권 지분율 상승폭이 크게 나타나, 이번 정부의 공정거래법 11조 개정의 가장 큰 수혜자가 삼성그룹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4.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삼성그룹의 경우 이번 법개정만으로 재벌총수의 실제 의결권 지분율이 4개회사에서 10%p이상 증가하고(삼성화재해상, 삼성전자, 에스원, 호텔신라), 2개회사에서 3%p∼10%p 증가하며(삼성중공업, 제일모직), 3개회사에서 3%p미만 증가(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삼성SDI)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법개정으로 행사가능해지는 계열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지분율이 8.07%이므로, 재벌총수의 의결권지분율이 현행 8.49%에서 16.21%로 증가한다. 그리고 주주총회에 모든 주주들이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감안하여, 실제 지난 3년간 삼성전자의 평균 주총참석률(63.9%)을 고려해보면, 그룹총수의 의결권행사영향력은 13.29%에서 25.36%로 12.07%p가 증가한다.
그리고 삼성그룹을 제외한 여타 4대그룹 중에서, 현대그룹의 경우에는 실제 주총에서의 재벌총수의 의결권지분율이 1개회사에서만 1%p 미만 증가하고(현대상선), LG그룹의 경우에는 1개회사에서 5%p정도 증가하고(LG전선) 4개회사에서 2%p 미만 증가하였다(LGCI, LG생활건강, LG상사, LG화학). 그리고 SK텔레콤의 경우에는 2개회사에서 1%p 미만 증가하였고(SK텔레콤, SK),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에는 1개회사에서만 1%p 증가하였다(INI스틸).
5. 그러나, 문제는 공정거래법 제11조 개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재벌소속 투신사와 뮤추얼펀드도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증권투자신탁업법 제25조의2 개정안과 증권투자회사법 제31조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투신사와 뮤추얼펀드의 경우 일반 금융보험회사와는 달리 계열사 주식 보유현황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재벌소속 투신사와 뮤추얼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마저 부활한다면, 상기 공정거래법 제11조 개정 효과에 더하여, 재벌총수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은 절대적인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이미 정부는 지난 9월과 10월에 보험업법 시행령과 증권투자신탁업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재벌소속 보험회사와 투신사가 계열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한도를 확대하였기 때문에 이번 공정거래법 제11조의 개정과 증권투자신탁업법 제25조의3의 개정은 더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러한 법개정안들의 통과는 단지 추가적인 지분확보없이 재벌총수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확대되고 외부주주의 경영감시 활성화를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불가능하게 하는 문제만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 법 개정안들이 통과된다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의 수단으로 금융보험회사의 자산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써 향후 재벌의 금융보험업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이는 결국 과도한 경제력 집중뿐만 아니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 가속화로 인한 금융기관의 사금고화와 자원배분왜곡 등 수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은행법도 개정하여 재벌의 은행 소유·지배마저 허용할 방침을 천명하였음을 감안하면, 은행과 제2금융권 전반에 걸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은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6. 따라서 참여연대는 이번 조사결과로 그 효과가 실증된 공정거래법 제11조의 개정안은 물론, 계열사 주식보유 현황이 공개되지 않아 그 효과를 실증할 수 없으나 마찬가지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증권투자신탁업법 제25조의2 개정안과 증권투자회사법 제31조 개정안을 국회에서 반드시 부결시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분명히 밝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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