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경영적 판단'이 아닌 '졸속적인 결정과정'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1. 참여연대가 소액주주 22명을 모아 제기했던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의 판결 결과에 대해 재계와 전경련 등 경제5단체, 자유기업원 등이 판결의 의미와 효과를 극도로 왜곡하면서, 나아가 왜곡된 부작용을 완화한다며 소액주주권한의 약화 및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참여연대는 심히 우려하는 바이다.

관련기사

  • 위법행위로 손해끼친 이건희씨 등 삼성전자에 거액배상 판결(12/27)


  • 2. 재계는 소송결과가 난 직후부터, 이번 판결로 인해 이사진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이천전기에 대한 출자책임을 물은 판결을 의식한 듯, '결과론적으로 투자가 실패했다고 해서 그 책임을 묻는다면 어떤 경영진이 모험적이고 과감한 투자결정을 내리겠느냐'며 이번 판결이 법적 심판대상이 될 수 없는 경영판단 문제에 개입한 것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

    3. 하지만, 재계와 관련 단체의 주장은 명백한 사실왜곡이다. 이번 판결은, 재계의 주장과는 달리, 사후적으로 투자가 실패하였기 때문에 이사들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 전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이천전기 인수의 경우, 이천전기의 재무상황과 수익전망, 그리고 투자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정보에 기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1시간만에 졸속적으로 투자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즉 경영진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이사의 역할을 방기한 채 재벌총수와 비서실의 결정에 대해 거수기 역할만을 수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정당한 과정을 거친 경영상의 판단에 대해 그 결과를 두고서 책임을 물은 것이 아니라, 정당한 과정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사들의 책임을 물었다고 하는 점을 재계는 분명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모험적인 투자를 하였고 사후적으로 그 투자가 실패하였다고 할지라도 투자결정과정에서 적법하고 충분한 검토가 있었다면 이는 주주대표소송으로 문제를 삼을 수 없을 것이지만, 이번 사례는 사후적 투자실패때문이 아니라 사전적 과정에서의 선관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4. 한편 재계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경영판단에 대한 개입과 경영활동의 위축으로 왜곡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번 기회에 주주대표소송 제기 요건을 강화한다든지 또는 증권집단소송법의 도입은 보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대표소송은 소송에 참여하는 주주 개인이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 아닌 공익소송인 만큼, 소송남발의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재계 주장의 비합리성을 대변하고 있다. 98년 주주대표소송요건을 낮출 당시에만 해도 재계는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하였으나, 그 이후 실제 제기된 소송은 참여연대가 제기한 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주)대우 주주대표소송 등 3건에 불과하다.

    오히려, 주주대표소송은 그 소송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하여 단독주주권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주주대표소송은 주주와 경영진간에 존재하는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살리기위한 장치이며, 일본에서조차 주주대표소송은 단독주주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등 선진국에서도 이 제도는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을 재계는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재벌총수의 1인 전횡을 탈피하고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시켜 이를 바탕으로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을 하는 주주대표소송은 우리나라에서도 더 권장되고 장려되어야 할 제도이다.

    한편 이번 판결을 빌미로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을 반대하는 재계의 주장은 더욱더 부당한 것이다. 우선 증권집단소송제는 주가조작 등으로 직접적으로 재산상의 손실을 입은 투자자의 재산권 침해를 보호하는 것으로,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배상을 하게끔 하는 주주대표소송과는 그 성격과 제도의 목적이 전혀 다르다. 즉 투자자가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으로 피해를 본 경우 적용되는 증권집단소송제는 정당한 경영상의 판단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증권거래법에서 손해배상 특칙이 규정되어 있는 위법사항에 대해 피해구제 절차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임을 재계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5. 또한, 이사회가 주주를 대리하여 경영진을 감시하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벌총수와 경영진으로 독립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 독립적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도록 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을 개별주주 기준에서 동일인 기준으로 강화하는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만약 이사회 내에 단 1명의 독립적 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이라도 있었다면, 천문학적 액수의 손실을 발생시킬 이사회 의결사안을 단 1시간만에 졸속으로 처리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6. 참여연대는 재계가 이번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판결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을 중단하고, 오히려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받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이사회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계기로 삼기를 촉구한다.
    경제개혁센터




    2001/12/28 16:55 2001/12/28 16:55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Economy/trackback/5407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