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부채처리문제 관련 논평



1. 8월 16일 삼성그룹은 삼성자동차 부채 중 당초 약속했던 2조 8000억원을 전액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전달했다. 그리고 채권단도 삼성그룹에 대한 금융제재를 사실상 철회하였다. 이로써 지난 6월 30일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의 출연을 발표한 이후 지루하게 진행되었던 논란, 즉 '2조 8000억원 출연이다.' '아니다. 단지 주식 400만주 출연이다.' '추가 출연하겠다.' '각서제출 못하겠다.' 등 계속 말을 바꾸면서 국민을 우롱하였던 사태는 일단락된 셈이다.

2. 그러나 삼성자동차 부채처리와 관련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수없는 사례를 통해 입증된 이건희 회장의 말바꾸기와 무책임성, 채권단의 무능함, 정책당국의 우유부단함을 감안할 때,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문제가 건전한 기업구조와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3.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삼성자동차의 부채는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니라 이건희 회장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희 회장은 도의적 차원에서 사재출연이라는 희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그룹의 자동차산업 진출이 이건희 회장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 이루어졌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은 주식회사의 운영원리를 무시하고 무소불위의 경영권을 행사해온 만큼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주주이자 최고경영자로서 삼성자동차의 경영실패에 따른 손실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삼성자동차의 경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계열사 주주등이 한푼의 손실이라도 부담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4. 현재 삼성그룹과 채권단은 2조 8000억원에 미달하는 부족분을 삼성측이 어떻게 책임질것인가에 대해 협상을 진행중이다. 문제는 채권단이 발행한 무배당·무의결권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이든, 또는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채권(ABS)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이든, 삼성계열사가 인수 혹은 지급보증을 해준다면 결국 삼성계열사가 삼성자동차의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자동차 부실경영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손실부담 책임을 삼성계열 상장기업과 금융기관의 소액주주와 투자자 및 보험계약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5. 2조 8000억원에 미달하는 부족분은 이건희 회장의 다른 개인재산이나 삼성에버랜드와 같이 사실상 이건희 회장 일가의 개인기업인 비상장 계열사에 의해 충당되어져야 한다. 무배당, 무의결권주나 자산담보부채권을 발행할 경우에도 이건희 회장 개인이나 이건희 회장 일가의 개인기업인 비상장 계열사가 인수 혹은 지급보증을 해주어어야 한다. 우리는 만약 삼성계열사가 삼성자동차의 손실을 부담하는 함으로써 해당기업의 소액주주와 투자자 및 보험계약자에게 책임이 전가된다면, 이건희 회장은 물론 해당 기업의 이사진, 채권단에 대해서도 법적책임을 반드시 추궁할 것이다.

5. 더불어 Pan Pacific이라는 가공회사(paper company)에 대해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전관 등이 이면 지급보증을 섬으로써 사실상의 상업차관 도입을 외국인투자로 위장한 외자도입법·외국환관리법 위반에 대한 책임, 그리고 실제 Pan Pacific의 환매요구(put back option 행사)에 의해 삼성전자 등이 4000억원 이상을 물어준 것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이건희 회장 본인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삼성생명이 삼성자동차에 무담보·무보증으로 5400억원을 대출해 줌으로써 결국 그 손실부담 전액이 보험계약자에게 전가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이건희 회장은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상의 손해배상 책임들은 2조 8000억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6. 채권단은 삼성그룹의 기만적인 전술에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단호하게 그리고 조속히 채권을 회수하여야 한다. 대출기업의 경영을 감시하고 경영실패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채권단 고유의 권리이자 책무이며, 이것은 금융산업과 국민경제 발전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또한 채권단이 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채권회수에만 집착한 나머지 이건희 회장의 책임부분이 여타 삼성계열사·계열금융기관의 소액주주나 투자자 및 보험계약자에게 전가되는 방식에 합의해 주어서는 안된다. 금융감독당국도 이에 대한 감독책임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민주화위원회
1999/08/17 00:00 1999/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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