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동부컨소시엄의 서울은행 인수 허용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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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6 12:32
은행법상 '사실상의 지배' 개념 도입 시급하다
1. 동부컨소시엄이 서울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산업자본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은행법 15조의 동일인 규정에 위배되는가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은행법 15조는 동일인이 은행 주식을 4%를 초과하여 소유하거나 사실상 지배할 수 없으며, 사실상 지배에는 타인의 명의로 소유하거나 담합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산업자본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은행지분을 소유하고 계약에 의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할 경우 이 컨소시엄을 동일인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2. 은행법상 '동일인'을 협의의 개념으로 해석하여 컨소시엄을 동일인 범주에서 제외한다면 산업자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은행을 소유·지배하게 될 것이다.
또한, 담합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동일인으로 규정한다 하더라도, 명시적인 담합이 아닌 형태로도 의결권을 동일한 방향으로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므로 편법적으로 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산업자본이 컨소시엄 형태로 은행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허용해주는 것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라는 은행법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며, 최근에 구체적인 사례로 논란을 빚고 있는 동부컨소시엄의 서울은행 인수도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3. 이와 관련하여 은행법에 '사실상의 지배'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의 경우 은행지주회사법(Bank Holding Company Act, BHCA)에 따르면, 어떤 회사가 은행에 대해서 첫째,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25% 이상의 주식을 직접 혹은 간접으로 또는 일인 혹은 다수의 사람을 통해 소유하거나, 지배하거나 혹은 의결권 행사 권한을 보유한 경우. 둘째, 어떤 형태로든 이사의 과반수의 선출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셋째, 직접 혹은 간접의 방법으로 경영이나 정책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연방준비은행이 결정한 경우에는 은행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즉 은행의 지분을 몇% 소유하고 있느냐는 기준과는 별도로 '사실상의 지배' 여부가 더 중요한 기준으로 되어 있으며, 이 '사실상의 지배' 여부는 연방준비은행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판단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경우 은행지분 25%이상 소유는 다른 추가적인 고려사항 없이 '자동적으로' 은행지배를 인정하는 기준일 뿐이다. 한편, 은행지분 5% 미만 소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지배력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5%이상 25%미만의 은행지분 소유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의 광범위한 재량권 하에서 사실상의 지배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즉 5%이상의 은행지분 소유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상당한 의심의 눈초리로 지배 여부를 검토하며, 여기에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 담합의 경우는 당연히 포함된다.
그리고 은행을 지배하고 있다고 판정되면, 비금융업으로부처의 수입의 전체 수입의 15%를 초과하지 못하게 함은 물론, 비금융업을 새롭게 영위하지도 못하도록 하고, 나아가 기존의 비금융업도 일정시한 이내에 모두 해소하도록 하고 있다.
흔히 재계는 미국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은행소유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미국의 은행지배 판정 기준에 따르면, 동부컨소시엄에 참여한 산업자본들이 기존의 비금융업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재계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절대 인정될 수 없는 경우인 것이다.
단지 지분을 어느 만큼 소유하고 있는가에 국한하여 은행에 대한 지배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면, 지배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지분을 보유하고서도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편법적으로 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결국 산업자본과 은행 소유 금지라는 대원칙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은행법에도 이 '사실상의 지배' 개념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4. 참여연대는 산업자본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은행을 인수하는 것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재경부가 조속히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참여연대는 산업자본의 편법적인 은행 소유·지배를 막기 위해 '사실상의 지배' 개념을 도입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입법청원 할 계획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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