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공업 주총 참가기>현대로부터 계열분리 자랑하고 싶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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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8 18:11
갑자기 고친 1년전 재무제표, 주가조작 주역 임원 임명 설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3월 15일 울산에서 열린 2002년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주총에 걸린 시간은 3시간 30분. 오전 10시에 시작한 주총은 점심시간 없이 단 한 차례 10분 정도의 휴식시간만 가지고 오후 1시 30분에 큰 혼란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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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이번 주총을 지난 2월 28일자로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점을 강조하고 자랑하는 자리로 삼고 싶었을 것이다. 참여연대도 지난달까지만 해도 작년에 약속했던 사항의 이행여부를 확인하는 질문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양측 모두 올해 주총은 무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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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전경 |
하지만 3월초 참여연대는 미처 몰랐던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 하나는 현대중공업이 2000년도 감사보고서상의 재무제표에 기재된 당기순이익을 이번 주총에서 발표하는 감사보고서에서 수정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2001년 3월에 발표한 2000년도 감사보고서 재무제표가 틀렸고, 그러한 사실을 1년 넘게 시정하지 않고 있다가 올 3월에서야 고친 것이다.
또 하나는 98년에 있었던 현대전자 주가조작 등 두 차례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사람이 현대중공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점이다.
이 중대한 사실들을 가지고 경영진과 회계법인에게 아주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할 마음을 먹은 참여연대는 변호사와 회계사, 간사 등 5명을 울산으로 내려보냈다.
15일 오전 10시에 현대중공업 주총이 시작되었고, 의장을 맡은 최길선 대표이사가 영업보고, 감사보고 등의 예정된 순서대로 주총을 진행하였다. 질문은 구체적인 의안으로 들어가서 해달라는 의장의 요청에 따라, 참여연대는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에서 준비한 질문을 시작하였다.
1년 만에 고친 재무제표, 잘못조차 인정 안 하다
"그러면 감리요청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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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없는 답변
2000년 재무제표 수정건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변하러 나온 삼일회계법인 문상철 회계사는 자신없는 태도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
하지만 경영진과 회계법인의 답변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다. 감사가 끝나지 않은 피투자회사의 가결산 재무제표에 근거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기업회계기준을 위배한 것 아니냐, 금융감독원에 그렇게 해도 되느냐고 질문해 보았냐 등의 질문을 연이어 했다.
이에 답변하러 나온 외부감사인(삼일회계법인)은 자신 없는 태도로 변명하기에 바빴고 금감원에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다시 경영진을 상대로, 2000년도 재무제표가 틀렸다는 사실을 2001년 3월 이후에는 경영진이 알았으면서도 1년 동안 고치지 않고 밝히지도 않은 것은 잘못 아니냐고 질문했다. 또 감사를 잘못한 회계법인을 교체할 생각은 없는지 질문했다.
이 질문에 대해 경영진은 틀린 것을 고치지는 않았지만 2000년도 재무제표를 발표한 이후에 작성한 재무제표(2001년에 발표된 반기보고서와 분기보고서에 실린 재무제표)는 틀린 금액을 감안하여 작성했다며 잘못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지금 회계법인을 교체할 생각은 없다고 답하였다.
비록 회계법인 교체요구를 당장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잘못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줄 알았는데 경영진은 그마저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그렇다면 금감원에 감리를 요청하겠다'는 말로 질문을 마쳤다.
몇 번에 걸친 추가 질문과 답변으로 상기된 분위기를 식히기 위해, 그 다음 질문들은 간단한 것으로 몇 개 하였다. 하지만 다시 회사측이 민감해하고 곤혹스러워 할 임원문제를 추궁하게 되었다.
주가조작 유죄판결 받은 임원 조치요구
"회사에 득 되도록 판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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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연대측에서 참석한 고태관 변호사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판결 받은 박철재 상무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
그리고 박 상무는 현대중공업의 자금을 주가조작이라는 불법행위에 끌어쓰기까지 했는데, 이와 같은 사람을 임원으로 재직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책임 있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질문하였다.
이미 이러한 질문을 예상했던 최길선 대표이사는 난감해하는 목소리로 84년부터 몇 년간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했고, 주가조작도 박 상무가 지시한 일이 아니라는 등 박 상무를 변호하는데 급급하였다.
이에 참여연대 고태관 변호사가 박 상무는 현대전자 주가조작뿐만 아니라 다른 주가조작 사건으로도 2,000만원 벌금을 받은 적이 있는데, 만약 투자자들 특히 해외투자자들이 이런 일을 알면 어느 누가 현대중공업을 신뢰하고 투자하겠냐며 해임 등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였다. 이에 최 대표이사는 단상에 선 채 고개를 돌려 다른 임원과 한 마디정도 상의한 후 곧바로, '회사에 실이 되지 않고 득이 되도록 판단하겠다'고 짧게 답변하였다.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답변이었지만, 참여연대는 회사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지켜보는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리고 질문을 마쳤다.
노조 조합원들의 간절한 요청, "대선 동원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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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동원 다시 안한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이 "정몽준 고문이 대선 출마하더라도 회사차원에서 지원하지는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간절히 요구하자 박병기 부사장이 "과거와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답하였다. |
그 노조원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9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현대중공업이 회사차원에서 지원하는 일이 있었는데, 만약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이 올해 대선에 나가더라도 과거와 같은 회사차원의 지원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경영진이 약속해달라고 요청했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의 대부분이 울산 지역주민 또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어서인지 분위기는 약간 긴장되었다. 경영진이 어떤 답변을 할까 모두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먼저 답변에 나선 최 대표이사가 강한 어조로 약속하지 않아서인지, 질문했던 노조원은 분명하게 말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자 최 대표이사를 대신하여 박병기 부사장이 과거와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라며 깔끔하고 분명한 어조로 다시 답하여 이 사안은 마무리되었다.
계열분리를 계기로 투명경영을 요청하고 또 요청한 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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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연대측에서 주총에 참석한 (오른쪽 부터)고태관 변호사, 송난근 변호사, 이은정 회계사, 김형철 연구원 |
몇 년 전부터 경영진의 투명경영을 요청하는 주주들의 발언이 주주총회에서 잦아졌다. 하지만 이번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만큼 투명경영 요구가 많았던 적은 없었을 것 같다. 현대중공업은 계열분리 원년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주총에 참석한 참여연대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들은 계열분리 원년이라는 의미에 그치지 말고 경영을 투명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또 요청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에 근무한 지 27년이 되고 올해 정년퇴직한다는 한 노동자는 고된 노동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경영진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도 제발 이제 경영을 투명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밝히기도 해 주총장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99년 주총때 몸싸움과 가방수색으로 참여연대가 위자료 소송을 제기할 만큼 험악했던 현대중공업 주총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현대중공업은 작년처럼 이번에도 질문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회의를 깔끔하게 운영하는 등 과거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되어 독립경영할 발판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재무제표 재작성과 관련된 문제, 문제있는 임원을 재직하게 하는 것 등 주총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다. 주총은 비록 끝나지만, 참여연대는 주총 이후에도 이 문제들을 계속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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