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학 교수 102명, "발전 민영화 유보하라"
경제개혁 기타 :
2002/03/19 17:03
개혁성과 과시 위해 민영화 서두를 필요 없어
발전노조 파업사태에 대한 여야의원과 사회원로들의 중재안을 정부가 거부한 가운데 이번에는 전국 경제·경영학 교수들이 '민영화 유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19일, 참여연대 2층 느티나무 카페에서 전국 경제·경영학 교수 102명이 정부의 발전산업 민영화 계획 유보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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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를 통해 이들 교수들은 "정부가 민영화를 공공부문개혁의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하며 정작 필요한 공공부문에 대한 내실 있는 개혁을 외면한 채 가시적인 개혁 성과를 위해 발전산업민영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이어 이들은 "단기간에 민영화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으며, 무엇보다 개혁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어렵게 이룩한 전력산업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개혁성과 과시 위해 민영화 서두를 필요 없다
이들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민영화론이나 공기업유지하의 개혁론 모두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나 전력산업의 경우,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엄청난 국민경제적 피해가 초래될 것을 우려했다.
또한 민영화를 강행하기 앞서 발전시설투자문제나 가격급등 등 민영화시 발생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비책이 먼저 강구되어야 하며 경쟁적인 전력시장의 창출 가능성도 심도깊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발전소 매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했다.
중대한 사안을 경찰력 동원으로 해결하려는 정부 자세 우려
이어 이들은 전력수요관리와 요금체계개선, 지배구조의 개선 등 수행할 수 있는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 민영화방안까지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것을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 교수들은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둘러싼 갈등을 단지 경찰행정을 동원하여 대처하려는 정부의 문제해결 자세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명하였다. 또한 정부당국, 국회, 시민사회 차원의 협의 채널을 통하여 발전산업 민영화에 관해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을 것과 일단 민영화가 유보되면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고 직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였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성명서 전문이다.
"현시점에서 발전산업 민영화는 유보되어야 한다"
정부의 발전회사의 민영화 방침에 반발하는 발전노조의 파업이 20일을 넘는 가운데 어떤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우리 경제학, 경영학 교수들은 학자적 양심에 따라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당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천명한다.
1. 우리는 정부가 민영화를 공공부문개혁의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하면서 정작 필요한 공공부문에 대한 내실 있는 개혁을 시도해보지도 않은 채 가시적인 개혁 성과만을 보이려고 발전산업민영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 우리는 전력산업이 기술의 변화가 빠른 첨단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민영화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하는 산업이라고 보지 않으며 따라서 단기간에 민영화를 서둘러야 할 화급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전력요금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전력산업의 비효율이 다른 산업의 비효율보다 크다거나 다른 산업의 경쟁력 감소를 초래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되고 있지 않다.
3. 전력수요가 향후 상당기간 꾸준히 증대할 것이 예측됨에 따라 차질 없는 발전시설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전력은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하므로 재고를 쌓을 수도 없고 송전과 배전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하는 한 외국으로부터 수입할 수도 없다. 따라서 상당 기간 적절한 전력이 원활히 공급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만큼의 투자가 보장되어야 한다. 민간 사업자의 적절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간과 충분한 이윤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인은 효율성 증대에 의한 가격인하 요인을 상회하는 전력가격의 상승을 가져올지 모른다. 더구나 전력은 특성상 대체재가 없으므로 실질적인 경쟁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게 될 전력 공급자는 투자와 공급을 늘리기보다 그것을 줄여 높은 가격을 유지하려는 유인도 있다. 정부는 현재 이러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적절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전력 부족에 따른 일시적 또는 보다 장기간에 걸친 가격의 급등을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2의 캘리포니아 전력사태가 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는가? 발전민영화 찬성론자 중에서도 전력수요가 충분히 안정되고 생산능력이 확충되어 시장이 성숙단계에 이른 후에 추진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가 표명되는 이유는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4. 발전소의 매각가치를 평가하려면 전력 시장의 세부적인 거래규칙 및 향후 규제방침이 확립되어야 한다. 현재 이러한 평가기준이 없으므로 미래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여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하고 이를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야 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금년 상반기안으로 하나의 회사를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민간사업자에게 헐값에 넘기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최소가격으로 대충 매각가치를 정하는 방법 이외에 몇 개월 내에 민간사업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치를 산정할 수 있겠는가?
5. 개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국가가 어렵게 이룩한 전력산업이 희생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우리는 원론적인 차원에서는 민영화론이나 공기업유지하의 개혁론이나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전력산업의 경우,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초래되는 국민경제적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민영화추진을 유보하고 예상되는 문제에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대비책을 마련한 후에 이를 다시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향후 전력수요관리와 요금체계개선, 지배구조의 개선 등 수행할 수 있는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 민영화방안까지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졸속한 개혁은 잠시 정부의 성과로 치부될 수 있으나 부작용의 돌출과 함께 곧 비판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의약분업에서 단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가.
6. 우리는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 경찰행정을 동원하여 파업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맴돌고 있는데 대해 심히 우려하며 정부당국, 국회, 시민사회 차원의 협의 채널을 만들어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일단 민영화가 유보되면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고 직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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