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안에서 또 후퇴, '재벌개혁한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약속 어디에



1. 재벌개혁 정책의 주요 수단인 공정거래법 체계가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또 다시 재벌의 압력에 굴복한 정부에 의해 개악될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차관회의에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월 26일 입법예고했을 때보다 더 개악하였다. 정부는 개악된 시행령 개정안을 내일(26일) 국무회의에 상정하여 4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러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부의 재벌개혁 후퇴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 지난 1월 26일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그동안 공정위, 재경부, 산자부와 전경련 등과의 협의를 거쳤고, 결국 지난 주 차관회의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대상이 더 늘어나게끔 내용이 바뀌었다.

즉 입법예고안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의 적용제외 대상이 되는 동종출자기업이 애초 출자회사 매출액의 25%이고 피출자회사의 경우 매출액의 50%를 넘는 경우만 해당했으나, 차관회의를 거치면서 출자회사의 경우 매출액의 25%를 넘는 업종이 1개뿐인 경우에는 매출액이 2위이면서 15% 이상인 업종도 포함되게 개정안의 내용이 바뀌었다. 또 피출자회사의 경우 매출액의 50% 이상이라는 입법예고안이 25% 이상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또 출자총액제한제의 적용제외 대상인 '밀접한 관련사업'의 경우에도 입법예고안에는 없던, '관련 시장에서의 사업수행을 위해 필수적이고 다른 회사가 제공할 수 없는 설비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회사'라는 지극히 자의적인 항목이 차관회의를 거치면서 추가되었다.

이로써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규제대상보다 예외대상이 더 많고 그나마 규제기준의 객관성조차 보장할 수 없는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3. 이미 지난 해 11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에서부터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무력화되었다고 비판받아 왔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 예외조항 등을 합리적으로 정하여 재벌의 무분별한 출자와 문어발식 확장 등을 방지하여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취지를 최대한 살려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대선국면을 틈탄 재벌의 노골적 개혁후퇴 요구에 굴복하여 정부가 또 다시 예외조항을 확대함으로써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실효성 없이 규제비용만 유발하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재벌개혁을 완성한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그 약속이 얼마나 지켜진 것인지 정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끝.
경제개혁센터


2002/03/25 14:39 2002/03/25 14:39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Economy/trackback/5911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