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매각은 채권단의 건전성을 위협, 정부는 이에 따른 정치적 책임 져야



1. 지난 22일 하이닉스 채권단과 마이크론사간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의 양해각서 체결은 채권단의 자율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이 사실로 드러났다.

참여연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지난 4월 15일 마이크론사가 협상을 사실상 종결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해온 후 18일 갑자기 협상이 재개된 것은 정부가 채권단에게 "가서 무조건 끝내라"라고 종용했기 때문이며, 이에 따라 채권단은 애초 수용하기 힘들었던 마이크론측의 인수 조건을 토대로 다시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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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양해각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4/23)

참여연대는 부실기업 처리에 급급한 정부가 구태의연한 관치를 통해 하이닉스 매각협상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리고 채권단이 무책임하게 이를 수용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통탄을 금할 수 없다.

결국 채권단의 요구사항은 전혀 관철되지 못한 채 마이크론측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된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정부와 채권단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으며 만일 이러한 양해각서가 승인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결코 회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경고한다.

2. 정보에 따르면, 애초 지난 3월 19일 마이크론측이 인수조건을 제시했을 때 채권단은 수정안을 4월 1일 제시하였으며, 이 수정안은 주요 채권단 실무자들이 상당 기간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것으로 마이크론의 제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 고위관계자는 2∼3개 항목 외에 사실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하면서 여론을 호도하였다.

당시 마이크론은 도시바와의 협상에 주력하여 약 2주간 채권단의 수정제안에 대해 아무런 대응이 없다가 4월 15일 협상을 사실상 종결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게 되었으며, 그러자 18일 갑자기 협상이 재개되어 채권단과 하이닉스 관계자가 출국하였는데, 이때 정부의 협상 종결 종용이 작용하였으며 이에 따라 애초 3월 19일 마이크론이 제안했던 안을 기초로 협상을 재개하게 된 것이다. 당시의 분위기는 마이크론 주식 가격을 35달러로 하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는 식이었다고 한다.

결국 채권단의 수정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마이크론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정부가 채권단의 자율적 판단의 여지를 봉쇄하고 협상력 저하를 자초하여 이같은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된 것이다.

3. 협상 내용에 있어서도 채권단은 마이크론 주식 가격을 35달러로 하는 대신 15억 달러 추가대출 조건을 최대한 보완하려고 하였으나, 금리조건이나 담보 등에 있어 아무런 실익도 얻을 수 없었다.

금리 조건을 보면, 마이크론측은 LIBOR+200bp를 기준 금리로 하되 '거래완결 전 자본지출을 위한 차입(3억 달러)'에는 5%, '거래완결 후 설비자금(8억 달러) 및 운영자금(4억 달러) 차입'에 대해서는 6%의 금리상한 설정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금리상한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였으나, 거래완결 후 운영자금(4억 달러) 차입에 대해서만 상한을 철폐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였다.

담보에 있어서도 마이크론은 한국내 공장설비 및 재고 자산만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채권단은 최소한 미국 유진공장의 설비 및 지적재산권도 담보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결국 마이크론 본사의 담보 제공은 말할 것도 없고 유진공장도 담보에서 제외된 채 양해각서가 체결되었으며, 대출 만기 또한 마이크론 주장대로 7년이 그대로 수용되었다.

따라서, 만약 채권단협의회에서 이처럼 터무니없는 조건의 추가대출을 승인한다면, 이는 개별 채권금융기관의 주주와 저축자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채권금융기관 또한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4. 또한, 고용문제에 있어서도 이덕훈 한빛은행장은 마치 마이크론측이 전체 직원 중 85% 이상에 대해 고용보장 책임을 부담하는 것처럼 설명하였으나, 사실은 마이크론측이 '반도체사업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primarily engaged in semi-conduct business) 직원에 대해서만 한국 법령에 따라 고용계약을 제안'하겠다는 것이며, 이때 어떤 직무가 반도체사업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가를 판단하는 주체는 마이크론이다.

고용계약 제안에서 제외되는 직원(특히 관리업무 등 연구·생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보완업무 분야의 직원)은 잔존법인에 남게 되고, 이에 대한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결국 고용조정의 부담은 전적으로 하이닉스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잔존법인 직원의 정리해고 문제에 있어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가 법적인 논란이 될 수 있다.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정리해고의 요건을 보면, 해고 회피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해고 대상의 공정한 선정 등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며,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양해각서 상으로는 고용대상자(여기서 제외된 자는 정리해고의 위험을 안게 된다)를 선정하는 권한은 마이크론이 가지지만, 그 선정과정에서 노조가 마이크론과 협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마이크론은 이번 영업양수도 계약에서 고용승계 의무를 회피하고 고용조정의 부담을 하이닉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법적인 논란이 있을 수 있다.

5. 참여연대는 정부가 부실기업 처리 실적에 연연해서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야 할 협상을 정부가 개입하여 졸속으로 처리하도록 주도함으로써 채권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국제 신인도 제고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미치게 한 데 대해서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분명히 지적하는 바이다.

또한, 앞으로 있을 채권단협의회에서 이러한 양해각서 내용을 과연 승인할 것인지 그리고 승인할 경우 앞서 지적했듯이, 금융기관의 주주 및 저축자에 대한 충실의무 책임을 채권단이 부담하겠다는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끝.
경제개혁센터




2002/04/24 15:58 2002/04/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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