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소유의 금융기관 중 대한생명의 매각과 관련하여 정부관계자들은 특정 대기업을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하고 있다. 한편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한생명의 매각시 중요한 것은 매각대금이라고 하여, 인수자의 자격 검증보다는 대한생명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의 회수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의 매각에는, 부실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원인을 고려하여, 금융기관의 경영과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건전한 금융시장이 조성될 수 있는 매각의 방법과 원칙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금융기관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으로 인해 금융관련 법률은 금융기관 인허가에 있어서 금융기관을 인수할 인적능력, 즉 주주와 경영진 구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또한 금융관련 법률은 과거 금융기관의 대주주로서 책임있는 주주들이 금융업에 새로 진출할 수 없도록 주요출자자 요건으로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아닐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생명의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는 한화그룹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한화종금 및 충청은행의 대주주였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업 진출에 제한을 받는 한화그룹이 정부관계자들에 의해 대한생명의 유력한 인수자로서 거론되는 것은,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의 매각시 중요한 원칙인 인수자 선정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01년에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업법의 하위 인허가규정을 개정하여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라 하더라도 부실에 직, 간접적으로 책임이 없는 경우 금융업 허가를 인정하였다. 또한 “부실금융기관대주주의경제적책임부담기준”을 제정하여 부실금융기관 대주주 등이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한 경제적 책임을 이행한 경우에는 금융업진출을 가능케 하였다.

부실금융기관 대주주의 신규 금융업 진출에 물고를 튼 것은 바로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증권이 신규 선물업 허가를 받을 때. 한화그룹이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이었지만 경영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위원회가 규정을 고쳐가면서까지 한화그룹에 선물업 허가를 내준 것이다.

그 이후 보험업법을 비롯한 주요 금융업법들의 주요출자자 요건이 금융감독위원회의 하위규정에 의해서 줄줄이 변경돼 사실상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라 해도 신규 금융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되었다.

정부의 부실금융기관 매각에서 인수자의 자격에 관한 원칙도 없었고, 그나마 있는 원칙마저도 특정 회사를 위하여 변경한 것이다. 특히 금융감독기관이 모호한 기준과 형식적인 책임부담을 이유로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의 책임을 면책시키는 것은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경제적 영향력을 망각한 채 주주의 유한책임의 악용을 허용해주는 것이다.

신용카드회사들이 무리하게 회원을 모집하면서 카드대금 변제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카드를 발급하여 결국 카드연체대금을 새 카드를 만들어 변제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악순환을 유발시키고 있다. 카드 빚이 직, 간접적 원인이 되어 자살, 살인 등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대한생명의 매각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인수자에 관한 원칙을 명확히 세우지 않고 공적자금의 회수만을 강조한다면, 신용카드 회사의 무자격 회원모집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수자를 가리지 않고 매각할 경우 또다시 투입할 수 밖에 없는 공적자금의 잉여분만 만들어낼 뿐이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허가요건으로 중요시되는 주주의 신용, 재무상태, 금융기관 경영의 적합성, 전문성 등을 전문가들을 통해 충분히 검증하고, 대한생명의 정확한 실사와 함께 경영 개선 및 지배구조 개선의 방향을 제시하여 충분히 건전하고 능력있는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김선웅 (변호사)
2002/05/03 14:31 2002/05/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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